세상은 어떻게 부유해지는가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지난 200년 동안 인류는 역사를 통틀어 그 어느 때보다도 거대한 부의 증대를 목격했습니다.
영국에서 시작된 근대 경제의 결실이 나머지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인류의 삶의 질은 대대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더 오래 건강하게 살고, 아이를 잃는 일이 줄었으며, 세계의 대부분이 기아의 망령에서 벗어났습니다.
대다수 개발도상국에서도 기본적 편의를 누리고 경제적 정치적 자유는 일반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합니다. 적어도 10억 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이러한 삶을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근대 경제의 성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우리는 경제성장이 왜 일어났는지, 근대의 경제성장은 왜 다른 때와 장소가 아닌 바로 그때, 그곳에서 시작됐는지 왜 세계의 몇몇 지역에는 이 성장이 퍼져나가고 다른 지역에는 아직 퍼지지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경제성장이 일어난 시기와 장소 이유는 무엇인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Ⅰ. 빈곤은 우리 곁에 여전히 만연해 있다.
베네수엘라, 시리아, 부룬디,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많은 사람이 가난과 폭력에 시달리며 참혹한 삶을 이어가고 있고, 대략 10억 명의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겨우 생존을 이어간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빈곤은 너무, 너무나 흔하다.
하지만 역사적 기준으로 본다면 세계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하다.
대다수 사람은 그들의 조상보다 훨씬 풍족하게 살고 있다. 오늘날 많은 이가 200년 전에 살았던 거의 모든 사람보다 더 잘 산다.
세계는 20세기와 21세기를 거치며 점차 부유해졌고, 그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이가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 남아 있는 빈곤의 상당 부분이 몇십 년 내에 근절될 것으로 전망한다.
Ⅱ. 세계는 왜, 언제 어떻게 부유해졌는가?
세계는 지금만큼 부유한 적이 없었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빈곤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세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부유하며, 하루하루 계속해서 부유해지고 있다.
오늘날 세계 각국의 소득을 과거 가장 부유했던 나라와 비교해 보자.
2018년에 1900년 당시 세계 최고 부국이던 미국보다 1인당 소득이 높은 나라들을 지도해 표시해 보면 많은 나라의 평균 소득이 미국보다 높다.
현대의 놀라운 수준은 1800년대 당시 최고의 부국이었던 영국과 비교하면 훨씬 더 뚜렷해진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몇몇 예외가 있긴 하지만 거의 모든 나라가 불과 두 세기 전 세계를 선도한 국가보다 평균 소득이 높다.
현대의 부는 평균 소득을 훌쩍 넘어 확대된다.
우리의 가장 부유했던 선조들조차도 우리가 누리는 스마트폰이나 평면 TV 같은 사치품은 물론 실내 수도 시설, 전기, 예방접종, 낮은 아동 사망률, 긴 기대 수명을 부러워했을 것이다.
Ⅲ. 지리의 힘과 한계
지리는 오늘날에도 경제 발전의 중요한 요인이며, 특히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가령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는 육지로 둘러싸여 있고, 대부분 해안선이 매우 짧다.
해안선이 없으면 상품을 다른 나라로 직접 운송할 수 없으며, 도로망과 철도망에 의지해야 한다.
도로와 철도는 비용도 많이 들고 유지하기도 어려우며, 자칫 이웃 나라의 뜻에 따라 봉쇄되거나 차단되기도 쉽다.
또 다른 중요한 지리적 요인은 질병 부담이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벨트에 자리한 나라들은 계속 저발전 상태에 머물러 있다.
말라리아는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질병이다. 인류 역사상 말라리아보다 더 치명적인 질병은 없었을 것이다.
말라리아는 경제에도 부담을 주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말라리아에 걸린 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의 성장률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1.3퍼센트 정도 낮았다.
이런 나라는 또한 유아 사망률이 높으며 물리적, 인적 자본 투자도 낮다.
Ⅳ. 지리의 저주 극복하기
로마는 지중해 지역을 정복한 뒤 시장 팽창과 함께 경제 성장기를 경험했다. 애덤 스미스는 시장의 규모가 클수록 전문화와 분업의 범위도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즉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이 그 자체로 생산성 향상과 경제성장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성장을 흔히 스미스적 성장이라고 부른다. 스미스적 성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본 투자를 부추기며, 개인들은 더 길고 복잡한 생산 과정에 투자한다.
이 투자는 계속해서 노동 생산성과 무역 수익을 증대시키고, 그에 따라 경제 발전의 선순환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유리한 지리나 인프라 개선은 스미스적 성장의 원천이 될 수 있으며, 이 성장은 시장을 뒤집고 전문화 양상을 교란하는 전쟁이나 자연재해에 의해 위축될 수 있다.
스미스적 성장은 지속적인 혁신이 부재한 가운데 한계에 다다르고 결국 수익 체감에 부딪힌다.
Ⅴ. 유럽의 경제 도약은 문화 덕분일까?
최근 연구들에서는 문화가 경제성장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즉 우리는 유럽의 문화가 유럽의 발흥에 일정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화가 유럽의 도약을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근대 경제성장의 시작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개시를 범 유럽적 현상으로 본다면 우리는 유럽 전체, 또는 적어도 서유럽 전체에 공통된 문화적 요인들을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근대의 경제성장이 북서유럽, 특히 브리튼제도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한, 주목해야 할 것은 유럽 전체가 아니라 영국의 문화적 특성이다.
문화가 경제성장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관한 연구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연구들은 유럽 중심적이거나, 최악의 경우 인종주의적이었던 20세기 초의 연구들보다 훨씬 섬세하다.
현대 경제학자들은 인류학의 방식으로 문화를 연구한다.
즉 문화가 사람들의 세계관을 형성한다고 보는 것이다. 문화는 사람들이 어떤 인센티브에 반응하는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누구와 왜 결혼하는지, 얼마나 많은 자녀를 낳는지 등등을 결정한다.
현대 경제학의 문화 연구는 신뢰, 젠더 규범, 혼인 규범 등이 경제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문화는 사람들의 가치관 깊숙이 자리 잡아 오래도록 지속되며, 따라서 장기적인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먼 과거에 생겨난 것일지라도, 문화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문화는 제도나 인구 변동 같은 장기적 발전의 결정적 요인들과 상호작용하게 된다.
[ 글을 마치며 ]
조선시대 임금도 지금의 삶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농담이 있다. 그렇지만 그 농담은 일견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대식 화장실, 음악을 듣는 기기,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 검색, 기호에 맞는 음식의 소비, 계절을 뛰어넘는 아늑한 실내 거주 공간 등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많은 기술들이 현대에는 가능해졌다.
삶의 질이 올라간 만큼 우리의 부도 그만큼 증가했을까? 먼저 답을 한다면 예스이다.
예전보다 우리가 보유한 물건들은 더 많아졌고 앞으로도 더 많은 물건을 더 쉽게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물건이 부족한 시대가 아니라 풍요로 인해서 물건을 감당하지 못하는 시대, 혹은 흥미의 변화로 인해서 새로운 물건을 소비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부의 변화는 모든 나라에서 공평하게 발생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전보다 가난해진 나라도 있고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된 나라도 있다.
그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과거 부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차이는 지리적 요인이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지리와 결부된 날씨로 인해서 음식을 좀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었던 나라들이 먼저 발전할 수 있었다.
증대된 농업적 생산량을 토대로 많은 시간을 다른 곳에 할애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문화가 발생되고 기술이 발전될 수 있었다.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산업 격차를 불러왔고 혁명을 거듭해 나가면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인 증대를 만들어냈다.
지리, 문화, 기술, 인구 증가에 따른 네트워크 효과 등이 예전의 부의 발전 공식이었다면 현재는 그 방식이 조금 변화되고 있다고 보인다.
기술의 발전으로 물리적인 공간적인 장애는 이미 극복한 상황이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화가 탄생되었고 세계화는 국경의 장벽을 넘어섰고 정치적인 변화와 결부되면서 세계는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몇 세기 동안 거듭했다.
그 결과로 더 이상 효율적인 자원이동이나 분배는 더 이상 성장 동력이 되지 못한다.
그럼 어떤 변화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까? 앞으로의 부의 증대는 새로운 기술의 변혁과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논쟁으로 귀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의 권리가 더 강하게 보호받게 될 것이고 각각의 영역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생산자들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생산적인 측면에서도 소수의 생산자가 다수의 소비자에게 물건을 공급하는 일이 큰 문제도 아닌 시대가 될 것이다.
즉,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경쟁적인 위치보다 독점적인 위치에 있는 기술을 가진 생산자를 주목해야 하며 그런 생산자를 많이 가진 기업이 발전하게 되고 그런 기업을 많이 보유한 국가들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해 낼 것으로 보인다.
참고 도서 : 부의 빅 히스토리 (마크 코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