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ndmer Jun 03. 2023

한국 반도체 슈퍼 을 전략

끝나지 않는 불황도 없고 영원한 전쟁도 없다.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해양의 시대에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했고, 산업혁명 시대에는 에너지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반도체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지금 손톱 크기의 1/3이 채 안 되는 작은 칩 속에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는 비밀 코드가 숨어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인 2018년부터 중국과 3년간 무역 전쟁을 했다. 하지만 세계 1위의 무역 대국인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미국은 승리하지 못했다. 


미국의 대중국 적자는 더 커졌고 무역 규모는 더 늘어났다. 그래서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서 전략을 바꾸었다. 


중국이 치명적으로 약한 반도체 기술 전쟁을 시작했다. 제조 시대에는 석유 공급을 끊어서 전쟁을 끝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반도체의 공급을 끊어 버리면 전쟁을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반도체 역사의 진행 현황은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으로 기술 우위를 점하는 형태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윈윈 하는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반도체 역사는 한쪽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통제하는 형태로 발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하고 별화 될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Ⅰ. 끝나지 않는 불황도 없고, 영원한 전쟁도 없다. 


TSMC는 삼성보다 많은 4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했는데 막상 착공하고 나니 난관이 많다.

 

엄살이 포함되긴 했지만 TSMC는 인건비, 미국산 사용 허가 규정 준수, 인플레의 영향으로 공사 비용은 대만의 4배, 생산 원가는 50~100% 높을 것이라며 우는 소리를 한다. 


TSMC는 미국의 반협박에 어쩔 수 없이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지만 속으로는 삼성을 제치고 미국 고객을 싹 다 잡아 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식 제도와 대만식 관리의 충돌에 한숨짓고 있다. 


첫째,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공급망의 결핍으로 제조 원가가 급상승할 판이다. 


둘째, 구글 아마존 같은 인터넷 회사나 퀄컴 AMD 같은 칩 디자인 회사에서 커피 마시며 컴퓨터 보면서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미국의 고급 엔지니어링 기술자들을 방진복에 3교대 하는 반도체 공장에서 관리하는 것이 최대 난제다. 


셋째, TSMC 공장은 고객의 비밀 관리를 위해 모든 직원의 카드 출입증을 통해 직원들의 행동을 분석한다. 


공장에서 핸드폰 사용 금지는 물론이고 사무구역에서조차도 최소한의 기능만 있는 블랙베리 휴대폰만 가지고 업무해야 하는 까다로운 규정이 있다. 


이런 문화에서 미국의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와 인권을 따지는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넷째, 돈으로 건물을 짓고 장비는 사지만 문화를 사지는 못한다. 미국 문화를 대만 문화 화하지 못하고, 대만 문화가 미국 문화에 동화되면 TSMC의 신화도 끝난다. 


TSMC는 2024년에 4nm, 2026년에 3nm 공장을 400억 달러를 들여 짓는데, 대만에서 1,000여 명의 인재가 3년 계약으로 미국으로 간다. 


3년 후 대만 엔지니어들에게 영주권이 주어졌을 때 문화 차이, 환경 차이, 특히 자녀교육 문제 등이 걸리면 그들은 인텔 등 미국 회사로 이직할 가능성이 크다. 


공장은 지었지만 숙련된 고급 인재를 미국에 고스란히 바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황당한 것은 2023년 3월 27일 공개한 미국 상무부 산하 국립 표준 기술 연구소의 미국 투자 기업 보조금 신청 신고 자료 목록이다. 


기업의 현금흐름과 예상 이익은 물론이고 웨이퍼 종류별 생산 능력, 가동률, 수율 등의 생산 정보, 소재, 인건비, R/D 등의 원재료와 원가 정보, 판매 가격을 모두 엑셀 파일 형태로 제출하게 되어 있다. 


미국의 보조금은 미국이 파 놓은 함정이 맞다. 그러나 지혜에는 지혜로 맞서야 한다. 


미중의 반도체 전쟁은 이제 시작이고 아직도 미국도 중국도 한국의 기술을 절실히 원하는 단계다. 


한계에 부딪히거나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는 배수진이 답이다. 도망갈 여지가 없어야 비로소 살 수 있다. 


TSMC의 사례를 핑계 삼아 미국과 반도체 보조금 추가 협상에서 한국은 배수진을 쳐야 한다. 


한국이 세계 1등이라고 자만하면 다친다. 모든 이나 탐내는 귀한 것은 위험한 것이다. 


특히 세계 1, 2위가 서로 탐내는 위험한 반도체 기술이라는 보석을 가진 한국으로서는 위험을 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은 탈 중국을 노래 부르지만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을 가진 중국의 용과 함께 춤을 추지 않으면 반도체로 큰돈을 벌 수 없다. 


용을 잡으려면 용의 굴로 들어가야지, 미국이 가지 말라고 한다고 철수하면 용을 잡을 기회는 없다. 


Ⅱ. 미국의 반도체 지원 정책


미국은 중국과 기술 전쟁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에 기념비적인 2가지 법을 통과시켰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 중 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이다. 


미국은 반도체법에서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 390억 달러와 첨단 반도체 R&D 지원 110억 달러 등 반도체 산업에만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한다.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 세액 공제로 10년간 240억 달러 상당의 지원도 한다.


그러나 관련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에서 첨단 반도체 제조 시설 확충을 포함한 투자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두었다.


미국이 이런 파격적인 지원과 투자를 하는 이유는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석유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행동에서 빅데이터를 만들고 여기서 IP를 뽑아 AI를 만들어 로봇의 머리에 심는 것이다. 


그런데 0과 1의 디지털 기술로 빅테이러를 만들어 내는 기계가 반도체이고 이것을 장악하면 4차 산업혁명의 패권을 쥔다. 


Ⅲ.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법칙


100년 만의 인류 최대의 재앙 코로나19는 인류에 엄청난 고통을 주었지만 인류에게 새로운 거대한 변화와 기회를 주었다. 


인류를 4차 산업혁명의 문턱으로 순식간에 끌어당겼고 세계의 경제 모델에 파격의 변화를 가져왔고, 그간 미국 중심 자본주의가 만든 스마일 커드의 세계를 통째로 뒤엎는 새로운 법칙을 탄생시켰다. 


첫째, 코로나 19는 그간 행해져 온 인류의 관념과 행동 법칙을 모조리 뒤엎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이 그간의 전쟁 법칙이었지만 코로나 시대에는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었다. 


그간 세계는 자본주의 경제가 최고의 지선이었지만 인터넷이 보급되고 거대 핀테크 플랫폼 기업체들이 등장하면서 공유 경제가 대세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 19는 이를 싹 무시하고 언택트 경제, 나 홀로 경제를 만들어 냈다. 


시장 경제 시대에는 사과 10개를 팔려고 1개를 공짜로 맛보기로 주는 모델이었다면 언택트 경제, 나 홀로 경제 시대는 사과 10개를 모두 공짜로 주는 공짜 경제 시대를 도래하게 했다. 


세상은 인의예지신을 생명으로 삼는 공자의 시대가 아니라 모든 것이 무료인 공짜의 시대가 되었다.


사과 10개를 공짜로 주지만 대신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사과를 먹었는지의 정보를 달라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은 고객의 공짜 정보를 가지고 무한대의 광고 모델, 프리미엄 모델로 떼돈을 벌었고, 폭주하는 데이터양에 서버는 터져 나갔다. 


코로나 19가 터졌지만 반도체 업체는 유례없는 초호황을 누렸다. 


둘째, 코로나 19는 4차 산업혁명을 단박에 이끌어 냈다. 


2016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한 이후 전 세계의 모든 지도자, 경영자가 4차 산업혁명을 노래 불렀지만 응답이 그저 그랬다. 


하지만 코로나 19는 3년 만에 온 인류를 단박에 4차 산업혁명으로 몰아넣었다. 


셋째, 반도체 수요 폭발을 가져왔다. 


사람, 자동차, 전통적인 상품의 유통 경로가 모두 제한되는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해 사람과의 접촉 없이 소비 생활, 문화생활, 경제생활을 하는 기묘한 경제 메커니즘인 거대한 나 홀로 경제는 반도체의 수요 폭발을 가져왔다. 


넷째, 그간 미국의 첨단 기술이 세상을 지배했지만 코로나 19는 기술이 모든 것을 장악했던 시대에서 기술을 공장을 못 이기고 공장은 원자재를 못 이긴다는 공급망 신 법칙을 만들어 냈다. 


코로나 19로 인한 생산 차질, 공급 중단이 미국을 선두로 공급망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각성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Ⅳ. 미국 반도체 법은 중국과 너무나 유사한 이란성쌍둥이다. 


자유 시장 경제에 보조금은 나쁜 것이고, 정부의 시장 개입은 독이라고 가르치던 미국이 지난 40여 년간 주장했고 강요했던 모든 것을 홀랑 뒤집었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광고 카피처럼 미국 것은 좋은 것이여 라며 미국식 반도체 프렌드 쇼어링 정책을 내놓았다. 


누가 봐도 무리수인데 미국의 반도체 정책에 토를 달지 말라는 식이다. 


미국은 정부 보조금을 주지 않아서 반도체 제조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이 만들었던 것을 미국으로 다시 되돌리겠다는 것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데 무슨 잡소리가 많냐는 것이다. 


분업의 원리, 산업의 국제적 이견, 자유무역의 이점, 인류 공동체 어쩌고 하는 것은 미국에 유리하면 원칙이고 이론이지만 미국에 불리하다고 모조리 엎어 버린 것이다. 


Ⅴ. 지역별 국산화는 반도체 원가를 35% ~ 65% 올린다. 


반도체는 애덤 스미스의 분업 이론을 가장 충실하게 지켜 생산의 최적화를 이룬 제품이다. 


40여 년에 걸친 국제 분업의 역사가 세계 반도체 산업의 효율성을 만들어 냈다. 그 과정에서 스마일 커브의 좌측 상단인 설계와 연구 개발, IP와 장비를 미국이 주도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스마일 커브의 하단, 생산 지역과 소배 그리고 조립 검사는 계속 진화했다. 


미국에서 일본, 일본에서 한국, 그리고 대만과 중국으로 기러기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국제 이전이 이루어졌다. 


반도체가 미 중 경제 전쟁의 수단이 되기 전까지는 이런 구도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세계화와 국제 분업의 최대 수혜자로서 반도체는 세계 IT산업의 발전에 기여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는 돈이 안 되는 투자다. 돈이 되는 시장이었으면 인텔이나 마이크론이 해외로 나갔을 리가 없다. 


장사꾼은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다. 미국 공장이 돈이 된다면 대만과 한국이 반도체가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공장을 짓고 대대적인 증설을 했을 것이다. 


미국 기업이 해외로 나가고 세계 정상의 기업들이 눈길도 주지 않는 곳에 공장을 지어서 돈을 번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 글을 마치며 ]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린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그렇지만 지난 20년 전에 반도체가 우리 삶에 영향을 주었던 것보다 현재는 그 영향력이 너무 높아져서 반도체가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와 관련된 어떤 산업이라도 가지고 있지 못한 국가나 기업은 앞으로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반도체 기술력은 무조건 1류 기술을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반도체 관련 법안의 핵심 쟁점은 반도체 제조 공정력에서의 세계 1위를 탈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반도체 경쟁력 중에서 1위가 아닌 것은 제조 경쟁력뿐이다. 그 외에는 모든 기술적 경쟁력을 다 가지고 있다고 봐도 된다. 


그런데 앞으로는 제조 경쟁력도 1위를 차지해야겠는데 그 이유로 미중 관계 갈등을 가지고 왔고 이를 토대로 자국의 시장을 미끼 삼아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강제적인 연합을 이끌어 내고 있다. 


반도체 관련 법안은 이미 통과가 되었기 때문에 어떤 조율이 될 것인가 보다는 미국이 진행하고자 하는 수순이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을 듯싶다. 


강대국이 갖고자 마음을 먹었는데 못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미국이 제외한 국가들의 제조 경쟁력이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이유는 불필요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고정비를 포함한 감가상각비의 비중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대만에 공장을 짓거나 중국에 공장을 지었다면 더 좋은 효율을 꾀할 수 있었을 터인데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동일한 공장을 국가마다 지어야 하기 때문에 생산성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이게 된다. 분업의 원리는 없어지게 되어 미국에만 집중을 하는 기업이 오히려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우려 중에서 미국에서의 생산성 문제나 종업원들의 기업관이 이슈가 될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문제로 분명 새로운 해결책이 나오게 될 것이다. 


예전보다 적은 숫자의 사람이 투입될 수 있을 수 있으며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돈의 논리에 의해서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했을 때에 어려운 3D 일을 하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이 된다. 


다양한 문제점 중에서 한 가지만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시장의 크기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보인다. 현재 반도체 소비량에서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소비를 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만약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줄어들게 되면 내수 소비로서만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 경우 중국의 시장 비중이 점차 감소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장이 다른 국가로 이동하고 중국의 비중이 줄어들게 된다면 새로운 흐름이 생겨날 수 있다. 


미국 중심으로 세계가 재편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고 보인다. 


중국을 차츰차츰 떠나는 기업들이 많아지게 된다면 중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게 되고 이럴 경우 미국의 의존도다 다른 경제 공동체의 의존도가 높아지게 될 경우 새로운 흐름이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이 바라는 것이 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참고 도서 : 한국 반도체 슈퍼 을 전략 (전병서)


작가의 이전글 경제적 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