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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Sep 10. 2023

거대한 충격 이후의 세계

알아두면 반드시 무기가 되는 맥락의 경제학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G20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이라는 분명한 목적 아래 시작된 회의체다. 


미국의 금융 취약성에서 촉발된 위기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남미 등 세계 전역에 심대한 타격을 줬기 때문에 모두가 합의하는 정책이 필요했다. 


다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자고 열린 회의가 G20이었다. 


먼저 제시된 정답은 일단 다 함께 적절히 돈을 풀자였다. 만약 이탈자가 나오면 모두가 금융 불안으로 빠져드는 소용돌이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이걸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또한 달러 시스템도 지켜내자고 했다. 달러는 글로벌 경제라는 몸을 순환하는 피다. 


달러 신뢰가 무너지면 순환 체계 자체에 문제가 발생한다. 비유하자면 동맥경화가 발생할 수 있다. 


세계 GDP의 90%, 무역 총액의 80% 인구 3분의 2를 차지하는 G20이 합의하면 충분한 합의가 된다고들 생각했다. 


실제로 영향력은 충분했고 위기는 그럭저럭 수습됐다. 


그러나 급한 불을 끄자 G20은 이해관계 대립의 장이 되었다. 


애초에 선진국과 신흥국의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다. 또 국제사회에는 패권국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거대 권위주의 국가가 불만을 가진 대표적인 나라이긴 하지만, 브라질이나 인도 같은 나라도 패권에 고분고분한 나라들은 아니다. 


우선 미국 등 선진국은 국제무역 불균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미중 교역은 언제나 일방적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만성 적자에 시달려야 하나? 왜 이렇게 됐나? 손쉬운 답은 환율 탓이다. 중국의 인위적 환율 조작이 문제다. 환율 조작을 못 하게 해야 한다. 이게 환율전쟁의 시작이다. 


반대로 신흥국은 선진국의 양적 완화에 화가 났다. 브라질은 미국의 양적 완화 이후 미국 금리가 내려가고 달러 이동이 시작됐다며 버냉키를 크게 비난했다. 


선진국이 금리 인하로 모자라 양적 완화라는 돈을 찍어내는 통화정책까지 동원한 이유는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서다. 그래서 돈을 막 찍어냈고, 그 결과 시장에는 돈이 넘치게 됐다. 이 돈은 투자 열풍으로 이어진다. 


고위험 고수익 자산투자도 각광을 받는다. 금리차나 환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자금이 국경을 넘어 이동한다. 핫 머니의 시대다. 


이 핫머니의 특징은 빠른 속도다. 단기간에 유동성이 큰 대량의 단타 자금이 빠르게 이동한다. 


핫머니는 거품을 키운 뒤 차익을 보고 급속히 빠져나간다. 금융 위기가 와도 빠져나간다. 환율의 방향이 바뀌어도 빠져나간다. 선진국이 기조를 바꿔 긴축한다도 해도 빠져나간다. 이 과정은 발작같이 고통스럽다. 


순식간에 개도국 금융 시장이 혼란에 빠진다. 이런 외국인 투자는 개도국에게 백해무익에 가깝다. 


결코 장기적으로 개도국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그러니 브라질은 선진국이 자기들 먹고살려고 신흥국을 고통에 빠뜨리는 조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서 신흥국은 신흥국대로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이해관계가 달라지고 이 변화의 흐름이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럼 앞으로는 어떤 시대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게 될지 알아보도록 하자. 


Ⅰ. 틀린 물가 전망, 4개의 산이 되다. 


연준의 4번에 걸친 거대한 전망 변경은 실제 물가 상승에 대한 예측의 변경으로 이어졌다. 


세계적 전망기관인 IMF의 인플레이션 경로 전망이 그랬다. 간단하게 이 전망들은 4개의 산과 같은 모습이었다. 


첫 번째 : 야트막한 뒷산


연준은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2%를 일정기간 넘더라도 용인하겠다고 했다. 곧 내려올 테니까


두 번째 : 그보다 훨씬 큰 산


걱정이 시작된 건 가을부터다.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오래간다. 그러다 연말이 되면 말이 바뀐다. 이제 일시적인 이라는 말은 더는 사용하지 않겠다. 


좀 더 물가 대응에 신경을 쓰겠다. 그것이 이 인플레이션의 성격이 생각과는 좀 다르단 걸 처음 깨달은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병목현상은 생각보다 심했고 반도체나 자동차 등 일부 분야 수요는 생각보다 더 많이 폭발했다. 


정부가 많이 풀어버린 돈 때문이기도, 미래가 좀 더 빨리 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세 번째 : 회복을 집어삼키는 인플레이션


전쟁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에너지 가격은 폭등했다. 금속가격도, 곡물가격도 모든 원자재가 폭등했다. 


급기야 IMF는 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코로나로부터의 회복이 지워지고 있다고 선언했다. 


네 번째 : 스태크 플레이션 걱정하게 하는 역사적 인플레이션


전쟁이 지속됐다. 예측하지 못한 전쟁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제재의 후폭풍,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됐다. 그렇게 세계 경제가 거대한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인플레이션은 4개의 산이 되어 돌아왔다. 


Ⅱ. 헬리콥터 머니의 선봉 일본


2023년 도쿄 증시 최대 주주는 일본은행 BOJ


하늘에서 뿌리는 돈 헬리콥터 머니는 사실 미국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가 꺼내든 말이다. 


디플레이션에 빠져들면 하늘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살리겠다는 2002년 발언으로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도 얻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지금 이 헬기에 탑승해 하늘에서 돈을 뿌리고 있다. 


일본중앙은행은 주식에도 투자한다. 상장지수펀드를 매입한다. 주가안정을 위해서다. 


2019년 말 기준 350조 원, 도쿄 증시 상장 1부 기업 전체 시총의 5%다. 이미 도쿄 증시 최대주주다. 


국채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5천조 원이 넘는다. 일본 정부 국채의 40%를 샀다. 


급기야 주식과 국채 등 보유 자산은 일본 GDP 규모의 100%를 넘어섰다. 


정부의 경기부양 자금을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대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 비율, 천문학적 돈을 쓴다는 미 연준조차 20% 수준이고 유럽 ECB는 40% 수준이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모두 빚더미다. 일본은 매년 국가 예산의 절반만을 세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절반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매년 국채 이자로 나갈 돈이 조세 수입의 22%에 달한다. 달리 말하면 매년 정부 지출의 11%가 국채 이자를 갚는 데 쓰인다. 


Ⅲ. 원인은 비효율


2차 세계대전 뒤 60년대까지 자리했던 자본주의의 황금기, 이 황금기는 케인스의 시대로 불리기도, 필립스 곡선의 시대로 불리기도 했다. 같은 말이다. 


풀이하자면 자본주의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시절이다. 그 수단은 경제에 영양주사를 주는 부양책이다. 

물론 영양주사를 무턱대고 쏟아부으면 안 된다. 기술적으로 잘 주입해야 한다. 기준은 필립스 곡선이다. 


물가와 실업의 반비례 관계를 나타낸 곡선이다. 어떤 특정한 실업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특정 수준의 물가를 감당해야 한다. 


영국의 윌리엄 필립스는 1960년 100년 동안의 임금 상승률과 실업률 자료를 분석한 논문 영국의 실업률과 임금 변동률의 관계에서 고용과 물가 사이에 존재하는 역의 상관관계인 트레이드오프를 그래프 화했다. 


정부는 이 실업률과 물가 사이의 관계를 잘 관찰하면서 경제라는 환자에게 언제 주삿바늘을 넣고 뺄지를 결정한다. 


이 필립스 곡선만 잘 살핀다고 사고는 나지 않는다. 돈을 투입한다는 이야기니 부작용은 당연히 있다. 


바로 약간의 인플레이션이다. 큰 문제는 아니다. 인플레이션 속에 건전한 수요가 일어나서 실업률이 낮아지고 성장이 일어나니까. 


성장이 장기간 지속되니 정부도 기업도 안정적이다. 노동자와 싸울 필요가 없으니, 복지는 확대되고 사회 전반에서 삶의 질이 상승한다. 윈윈의 시대다. 


하지만 모든 좋은 시절에는 끝이 있다. 돈을 투입해도 성장은 없고 과도한 인플레이션만 일어나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경기는 나빠지는데 강력한 노조의 힘이 뒷받침된 광산업 등 공공부문과 중화학 제조업 현장에서 노동자 임금은 올라간다. 


좋던 시절에는 성장의 과실을 분배해 임금이 상승했지만, 이제 물가가 오르니 임금도 올라야 한다. 임금의 하방경직성이다. 


중동발 오일쇼크까지 터진다. 에너지 가격이 오른다. 기업은 비용 부담에 허우적대며 생산량을 줄인다. 경제가 그렇게 뒷걸음치는 와중에 물건 가격은 오르고 임금도 오르고 임금과 원자재 가격 부담에 기업은 물건 가격을 또 올릴 수밖에 없다. 


Ⅳ. 중국, 미국을 닮은 혁신의 땅


혁신 경쟁에서 중국은 이미 G2로 선도국가 자리에 있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간단하다. 중국의 핵심 강점과 미국의 핵심 강점이 데칼코마니처럼 닮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다음 세 가지 면에서 닮았다. 


무형경제의 시대 : 순식간에 무형경제의 시대가 됐다. 


휴대전화 안 앱 장터에서 디지털 부호에 불과한 앱을 사고, 사진은 인화하는 대신 저장할 온라인 저장소를 산다. 


사람을 사귈 때, 만나고 대화하는 만큼이나 중요한 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가상공간에서의 활동이다. 


중국은 중간 과정 없이 무형경제에 진입했다. 서울대 공대 이정동 교수는 중국 혁신의 핵심을 건너뛰기라고 정의한다. 


유선 건너뛰고 휴대전화로 신용카드를 건너뛰고 모바일 결제로, 화력발전을 넘어 신재생으로 가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전략으로 차세대 기술에 집중 투자해서 6G나 양자 컴퓨팅 등 일부 첨단 분야에서는 이미 미국이 기술 패권을 걱정할 수준까지 올라갔다. 


아직 초기인 6G 관련 기술의 특허 가운데 중국 특허가 이미 40%를 넘었다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분석을 내놓았다. 


모바일 세계에서 애플과 구글, 아마존과 MS 그리고 메타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사실이나, 중국만은 중국 업체가 지킨다. 


거대하고 통합된 내수시장


무형경제에서 규모는 곧 경쟁력이다. 규모와 범위의 경제가 생사를 좌우한다. 네트워크의 크기가 곧 플랫폼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승자가 다 가지고, 2등마저 도태된다. 미국이 유럽까지 포함해 검색은 구글, 소셜미디어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쇼핑은 아마존, 결제는 페이팔을 통해 장악한 이유다. 


[ 글을 마치며 ]


여기서 주목해야 할 내용은 크게 두 가지라고 보인다.

 

먼저 국제 정세는 절대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자본주의 사회에서 빚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다. 


각각을 한번 생각해 보자. 


코로나 이후에 벌어진 양적 완화는 이미 역사적으로 여러 번 반복이 된 결과물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나 그 이전에 있었던 오일 쇼크 모두 글로벌 위기는 일시적인 유동성 증가를 불러왔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산의 가격은 급상승했고 이후에 다시 금리가 오르는 과정이 반복되어 왔다. 


앞으로도 금융 시스템의 변화는 이와 동일하게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앞으로 벌어질 시대적인 변화는 이와 연계해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해야 한다. 


바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낼 것이고 승리와 패배의 주역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미국이 믿고 있는 부분도 바로 빅테크 기업들의 글로벌 영향력이다. 


미국이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것은 달러 패권과 이에 연계된 원자재 기업들의 산업 영향력이었는데 이제는 원자재 기업들의 산업 영향력이 예전과 달리 강하지 못하다. 


하지만 다른 형태의 산업 영향력이 있는데 바로 GAFA로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의 산업 영향력이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은 찍어낸 달러를 다시 흡수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지속 유지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더 큰 무기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반도체 패권이라고 보인다. 


중국의 기술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미국이 취약한 부분을 채워 넣는 방법으로 반도체 설계와 제조까지 모두 가지고 간다면 미국은 다시 안정적인 패권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패권 전쟁의 양상이라고 한다면 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두 번째 자본주의 사회에서 빚은 필수불가결 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생산성 향상과 빚을 활용해서 지속 성장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생산성 향상은 자주 일어나지도 않으면 긴 시간 동안 여러 이해관계와 기술이 충돌해야 급격히 성장할 수 있게 되고 이 과정도 매우 극소수이기 때문에 가시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성과이다. 


하지만 빚은 손쉽게 통제할 수 있고 생산성의 향상도 극대화할 수 있다. 


현재 시중에 통용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으로 쉽게 투자를 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 각국의 의사 결정자들은 경제 발전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고 한쪽이 더 많은 유동성을 풀어내어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것이다. 


결국 위의 두 가지를 조합해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양적완화라는 과정과 인플레이션, 금리의 조절은 계속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발생되고 있는 정책 변화는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의 시기이고 인플레이션이 적정 수준으로 내려왔다 혹은 경기가 침체 혹은 원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이 생기게 될 경우 언제 그랬냐는 듯 금리는 다시 내려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도 경제 관련 뉴스를 자주 읽으면서 계속 공부를 해야겠다. 


참고 도서 : 거대한 충격 이후의 세계 (서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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