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ndmer Dec 16. 2023

배터리 전쟁

다음 10년, 부의 지정학을 뒤흔들 배터리 산업의 모든 것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한국 고유의 배터리 공급망은 한국을 배터리 강국으로 자리 잡게 한 유일무이한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이다. 


품질과 규모를 동시에 구현한다. 물론 한국의 독자들은 자국 배터리 산업에 찬사를 넘어 중국부터 라틴아메리카까지, 리튬부터 전기 모빌리티까지 더 넓은 배터리 세계의 약동하는 변화를 알고자 이 책을 집었을 것이다. 

나는 그 세계를 이렇게 정의한다. 


모든 것이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우선 배터리 산업은 여전히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신중한 이들조차 이제는 자동차 산업의 전기화가 돌아올 수 없는 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리튬을 포함한 배터리 광물들은 수요와 공급이 빠듯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어, 공급망의 참여자들을 애타게 한다. 


최근 현물시장에서 리튬은 코로나 19 팬데믹 전보다 1천 퍼센트 높은 가격을 기록하기도 했다. 


1천 퍼센트, 실수로 0을 몇 개 더 붙인 게 아니다. 가격이 폭등하면서 리튬 광산과 가공 시설의 확장에 힘이 실렸고, 관련 산업에서 성공하려는 신생 기업들에 긍정적인 물결이 일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관련 산업에서 배터리와 관련된 기술적인 진보와 사용성이 크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그 배터리 변화는 어떻게 탄생되고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Ⅰ. 꺾이지 않는 성장세


오늘날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원유의 약 79퍼센트가 자동차와 비행기, 선박의 연료로 쓰인다. 


교통수단을 배터리로 가동해 석유 수요의 50퍼센트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존재한다. 


최신형 전기자동차는 단 한 번의 충전으로 500킬로미터 이상 주행할 수 있고,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급격히 단축되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이들 대부분이 더는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수 있을지 묻지 않는다. 


대신 언제가 될 것 같냐고 질문한다. 


바로 다음 10년의 이야기


우리의 바람과는 관계없이 오늘날의 정치적 경제적 환경에서는 거대 기업들과 기술 관료적 권위주의 정부들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전문가들의 예측을 바탕으로 대개 5년에서 10년짜리 계획을 수립하면서 수십 년을 미리 설계하는 정부와 기업이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들은 목표를 달성하기도 하고 달성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진척 상황을 신중하게 평가한다. 


2015년 봄 리커창 총리와 내각이 중국을 세계의 공장에서 기술 강대국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내놓은 전략 계획 중국제조 2025는 전기 자동차와 배터리, 리튬 산업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매년 1080만 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 업체 폭스바겐은 2016년 내놓은 투게더 전략 2025에서 2025년까지 리튬 이온 배터리로만 가동되는 모델을 30종 내놓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해에 이미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 중 순수 전기자동차의 비율이 25퍼센트에 달할 거로 전망했다. 


리튬과 배터리 산업의 성장세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꺾인 적이 없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수요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30배 이상 증가했고,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배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가 코로나 19 팬데믹을 겪고 있는 지금도 이 분야의 기업들이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 예상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를 투자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있다. 


이들은 한층 치열해진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있으며, 아직 오지 않은 세상에 운명을 걸고 있다. 


Ⅱ. 더 많은 배터리, 더 많은 리튬


경쟁력 있는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려면,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가속 능력, 안전성을 결정하는 배터리를 우선 정복해야 한다. 


중국 전기자동차 이야기가 전기자전거에서 시작된 것처럼 중국 배터리 이야기는 휴대전화에서 시작된다. 


중국에서 휴대전화가 컴퓨터나 다른 전자 기기보다 먼저 대중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적당한 가격 덕분이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제조 업계의 호황이 절정에 달했던 2000년대 초에도 중국은 여전히 일본에서 수입하는 배터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일본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최초로 상용화한 나라였고 기초과학 역량과 생산라인에서의 로봇 활용에 힘입어 세계 배터리 산업을 이끌고 있었다. 


그 덕분에 중국에서의 호황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충전식 전자 기기들은 일본산 배터리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을 터였다. 


물론 중국 기업들도 배터리 산업에 진입하고자 했으나, 노하우와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비용이 문제였다. 


일본처럼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마련하려면 1억 달러 이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안후이성 출신의 한 이상주의자는 상황을 다르게 보았다. 


화학과 재료공학을 전공했던 왕촨푸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배터리 산업에 진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당신의 꿈을 키워라 (Build Your Dreams)라는 영어 문장에서 각 단어의 첫 글자를 딴 다음 중국어 발음으로 부른 비야디를 사명으로 정했다. 


처음에는 일본산 배터리를 구매한 뒤 학계에 있는 동료들과 분해하며 모방했다고 한다. 


또한 배터리 기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의 특허를 찾아보기도 했다. 


당시 중국에서는 시내 중심가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가게마저 불법 복제된 영화와 음악, 책을 취급했다.

 

지적재산권법은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팀원들과 함께 상업용 배터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낸 왕촨푸는 자체 생산라인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는 값비싼 일본산 로봇을 인간으로 대체했다. 왕촨푸가 사업을 시작했던 시기 중국은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의 인건비가 모두 저렴했다. 


사실 일본에서도 생산라인의 일부 작업은 사람이 마무리해야 했다. 


배터리 생산라인에서의 노동은 지루하고 건강에 해로웠을 것이다. 


실제로 이직률도 높았다. 하지만 일본산 배터리의 소매 단가가 8달러이던 시절 왕촨푸의 회사에서 생산한 배터리의 단가는 3달러였고 그만큼 잘 팔렸다. 


투입되는 자본의 측면에서나 운영비의 측면에서나 자동화된 생산라인보다 인간의 저렴한 노동력이 더 효율적이었다. 


오늘날의 독자들은 비야디의 시작을 접하고 얼굴을 찌푸리거나 인간적이지 못한 노동 관행을 개탄하며 산업 혁명기의 영국을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자수성가한 비야디의 창업자는 오늘날 중국의 우상이자 신에너지 혁명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비야디는 워런 버핏이 대주주 중 한 명인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Ⅲ. 배터리 공급망의 거인들


미지의 신사업


장시성은 중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다. 2016년 기준 중국에서 임금이 가장 낮았고 부동산 가격은 세 번째로 낮았다. 


세계 정복의 서사시가 시작될 법한 지역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리튬 생산 업체 중 하나이자, 아일랜드,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연달아 대담한 행보를 보이며 유명해진 간펑리튬이 탄생한 곳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리량빈은 그가 태어난 지역에서 꾸밈이 없다. 재킷 안에 카디건을 입고 이마를 훤히 드러낸 채 무테안경을 쓴 그는 신흥 초강대국의 미래와 관련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회장이라기보다는 학자처럼 보인다. 


2020년 리량빈의 순자산은 14조 달러로 추정되었고, 포브스가 발표한 중국의 부호 순위에서 265위에 올랐다.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산업의 선장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게다가 간펑리튬의 2018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이 회사의 주식을 약 20퍼센트 보유해 최대 주주의 자리를 지켰다. 


리량빈은 리튬 산업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고향 근처의 장시리튬에서 일하며 기술자와 엔지니어, 연구원 등 다양한 직에서 경력을 쌓았다. 


당시 동료들에 따르면 그는 탄탄한 과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연구개발 업무는 물론이고, 소통 능력과 인간관계가 중요한 관리 업무에도 뛰어났다. 


특히 여러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 회사에 크게 공헌했다. 


결국 뛰어난 업무 능력을 보상받아 리량빈은 브로민화리튬 부서 책임자가 되었다.


 이후 그는 브로민화리튬을 많이 사용하는 에어컨 업계와 주로 일했다. 


그러다가 1996년 말, 즉 리튬 이온 배터리가 주목받으면서 리튬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2000년대 초보다 몇 년 앞서 장시리튬을 떠났다. 


아마 리튬을 활용한 중요한 신제품이 시장에 등장할 것을 알아챈 후로는 에어컨에 갇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확실히 자리 잡은 회사에서 높은 연봉이 보장된 자리를 박차고 나와 과감하게 미지의 신사업을 시작했다. 


Ⅳ. 배터리의 황금기


전고체 배터리를 조명하는 언론 보도를 접할 때는 고체 전해질을 리튬 기반의 음극재와 함께 사용하는 배터리인지, 아니면 고체 전해질만 사용하는 배터리인지 확인해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배터리 산업을 관찰하는 이들은 전고체 배터리를 리튬메탈 배터리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충전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는 엄청난 성취가 될 것이다. 


배터리의 안정성을 매우 높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고율이 100만 분의 몇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지금의 리튬 이온 배터리는 이미 안전하다. 


강력한 품질 관리에 더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정교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도 존재한다. 


하지만 여전히 배터리 안에 불이 잘 붙는 액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잠재적 위험이 있다. 


고체 전해질만으로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없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향상된 음극재와 양극재가 함께하는 전고체 배터리만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우리는 배터리의 황금기를 살고 있다. 알렉산드로 볼타가 구리판과 아연판 사이에 염수에 적신 판지를 끼워 만든 최초의 전지에서 시작해 어떻게든 여기까지 왔다. 


사실 볼타의 1799년 발명품은 거시적 관점에서 현대의 배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초의 전지는 나폴레옹을 매혹했고 감동한 프랑스 황제는 볼타와 관계를 이어가며 백작 작위까지 주었다. 


이렇게 배터리의 역사는 전기 시대의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다. 무엇보다 루이지 알로이시오 갈바니의 동물 전기 이론에 반기를 든 이가 바로 볼타였다. 


지난 30년 동안 인류가 리튬 이온의 화학반응을 발견하고 집중적으로 연구하면서 배터리도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컴퓨터와 각종 전자 기기의 출현은 배터리의 기존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최초의 추동력을 작용했다. 


그리고 기후변화와 환경 호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또 쓸 만한 데다가 매력적이기까지 한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들이 등장하면서 배터리에 대한 요구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앞으로는 전기비행기의 꿈이 배터리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역사를 통틀어 지금처럼 배터리 분야에 많은 인재와 자본이 투입된 적은 없었다. 


그래도 밝은 초록빛 미래로 이어질 꿈들은 모두 실현하려면 계속 전기화를 추구하면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 글을 마치며 ]


배터리의 미래에 대해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관련해서 책을 찾아서 읽어보다가 꽤 정리가 잘 된 책을 읽어서 몇 가지를 다시 좀 곱씹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배터리는 무구한 역사를 통해서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배터리의 발명을 통해서 전자기기가 이동이 가능해졌다. 


초기의 배터리는 수명이 낮았고 비쌌으며 재활용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배터리는 수명이 개선되었고 재활용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아직 수명에 대한 완전한 만족도가 형성이 된 상태는 아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배터리 물질의 완전한 변화로 인해서 새로운 배터리의 발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배터리의 변화는 새로운 전자제품의 탄생도 예고할 수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전기자동차이다. 


휴대전화나 태블릿 등의 개인 기기들은 현재 사용이 매우 쉬어지고 충전도 간편화되었고 충전에 필요한 시간도 대폭 줄어든 상태이다. 


나아가 배터리 일체형 휴대폰이 나왔는데 2년 정도의 시간에는 배터리 수명에 대한 부담이 없을 정도로 교체가 필요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아직 이 정도의 사용성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다. 


한 번 충전해서 최대 갈 수 있는 거리가 400km 정도에 이르고 아무리 빨리 충전을 한다고 해도 완전 충전을 하기까지는 30분의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배터리 자체를 바꾸는 충전 시스템도 개발되었지만 이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충전 공급소도 제한적인 데다가 유지보수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궁극의 솔루션인 배터리 용량이 더 늘어나고 안전하며 충전이 더 빨라지고 수명도 늘어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최근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형태의 배터리가 전고체 배터리인데 완성화된 형태로 시장에 출시되게 될 경우 기존과는 전혀 다른 사용성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고체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전기자동차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물론 많은 시간이 남았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배터리에 쏠리는 자본과 인력이라는 점이다. 


배터리는 물리학과 화학 그리고 전자학 등의 순수 과학의 영역이 좀 더 높아 보인다. 


이는 의학이나 컴퓨터 공학 등의 응용 공학이나 과학과는 다른 형태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상용화되기까지 투입되어야 하는 자본의 규모가 크고 언제 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그동안 플랫폼 산업이나, 온라인 콘텐츠 등의 산업 발전의 속도보다는 조금 더디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최근에는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나 사용성이 높아지면서 기존과는 다른 수준의 자본과 인력의 투입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분명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결과물이 나오게 될 것이라 생각이 든다. 


앞으로 배터리 산업의 향방도 꽤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고민을 해보고 꾸준히 공부를 해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참고 도서 : 배터리 전쟁 (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


작가의 이전글 트렌드 코리아 202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