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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Jan 06. 2024

2024 한국 경제 대전망

뉴 노말을 넘어 그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는 無 노말의 시대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코로나가 끝나고 금리와 물가는 낮아지고 중국경제는 충분히 회복되고 우리 경제의 주된 수출상품인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기를 기원하였다. 


정점이나 저점에 달했으니 예전처럼 이제 곧 반전되고 정상화되리라고 모두가 희망하고 기대했지만 그 희망은 2023년에도 이미 한번 우리를 배신한 바 있다. 


2024년도 마찬가지다. 고금리 상황의 끝은 보이지 않고 이미 오른 금리가 언제 다시 낮아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한번 깨진 저물가 시대가 쉽게 돌아올 것 같지도 않다. 


기대했던 중국경제의 회복도 충분하지 않고 미중 갈등은 그 형태와 표현만 달라졌을 뿐 세계 질서의 상수로 깊숙이 자리를 잡아버렸다. 


AI가 변화시키고 있는 반도체 시장의 구조 변화가 예전과 같은 하락과 반등의 사이클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우리는 이른바 뉴노멀의 시대를 경험했다. 그런데 뉴노멀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반복되면 무노멀이 된다. 


코로나 경제위기가 지나고, 인플에시녀과 금리 인상의 끝도 보인다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도 과연 그 봄이 예전의 봄과 같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세계경제에도 어쩌면 기후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지 모른다. 


무노멀이란 초불확실성이다. 경제정책에서는 수출 회복만 기다리지 말고 내수를 키워야 하고, 자산시장에서도 시장 회복에 운을 걸지 말고 거시건전성을 손보아 두어야 한다.


미국이 산업정책을 부활시키며 제조업 투자 회복의 동력으로 삼고, 유럽이 기후 변화 대응을 혁신투자의 테마로 전환시키고 있으며, 일본은 임금 인상과 소비의 선순환을 통해 내수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생각해 볼 때에 2024년에는 크게 3개의 분기점이 예상된다. 


금리와 불가, 중국경제의 회복, 그리고 반도체이다. 


이 외에도 미국과 중국의 외교 관계와 일본의 선전과 산업의 변화도 주목해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자. 


Ⅰ.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2024년


현재 세계 경제의 질서는 그 이전과는 매우 다른 변화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속도로 빠르며 매우 복잡한 변수를 내포하고 있다. 


그 흐름은 여섯 가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세계적인 시장 경제의 퇴조 현상과 국가주의 부활의 경향이다.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세계 경제가 2019년 이전으로 돌아갈 거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경제 회복은 부진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이에 서방의 주요 국가들은 통화정책은 긴축으로 가지만, 팬데믹 이후 확립된 확장적인 재정정책은 지속해 왔고, 이런 기조는 2024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2024년 미국과 EU 모두 엄청난 규모의 재정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2022년 시작된 러 우 전쟁 이후에 미국이 국가 안보를 내세우면서 러시아와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을 확립하기 위한 정책으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결국 세계 경제의 흐름은 당분간 시장의 역할보다는 국가의 역할이 강화되고 세계화는 후퇴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둘째, 미국과 유럽에서 산업정책이 부활하는 현상이다. 


원래 산업정책은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하에서는 오랫동안 정책 순위에서 밀려나 있었고, WTO 국제 무역 규범에서 산업정책은 특히 서구에서 약간은 금기시되어왔다. 


하지만, 팬데믹과 러우 전쟁을 겪으면서 돌발 상황으로 인한 공급망 단절이 얼마나 위험한지 새롭게 인식되게 되었고, 미국은 반도체, 이차전지, 희토류 등을 중심으로 CHIPS 법안, IRA 등 대응정책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유럽도 마찬가지로 대응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정책이 첨단산업의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정책 부활의 추세는 자국 산업 보호주의와 결부될 것이고, 이는 우리의 기업은 물론 산업정책을 수행하는 우리 정부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셋째, 미중 경제 관계에서 중국은 2023년부터 반격을 시작하고 있고 우리는 2024년에 중국이 어떤 반격을 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몇 년간 미중 관계는 대부분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는 양상을 띠었다. 트럼프 시대의 관세전쟁에서 중국이 어느 정도 대응 조치를 했지만 2021년 이후 바이든 정부의 수출 및 투자 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중국이 의미 있는 반격을 하지 않다가, 2023년 5월 중국에서 미국의 마이크론 반도체 사용을 제한했다. 


넷째로 에너지 시장의 질서 변화 양상이다. 


석유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미국이 사우디 중심의 석유 수출국기구와 밀월 관계를 유지하면서 석유 시장 질서를 주도하였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석유 개발 확대, 최근 미국과 사우디 간 외교 관계 악화, 러우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석유의 제재조치 등으로 석유 시장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다섯째, 미국의 디리스킹의 방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국내 일각에서는 디리스킹의 방향성으로 서방의 대중 전략 전환 신호로 해석하고 있지만, 유력한 다른 견해가 존재한다. 


지금의 세계 경제는 신냉전이나 탈세계화가 아닌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주의 진영화의 심화 과정에 있고, 이 전략이 투사된 신뢰가치사슬 구축 전략이 바로 디리스킹이라는 것이다. 



Ⅱ. 새로운 산업 정책의 특징과 함의


산업정책의 부활은 결국 경제 정책의 재정렬을 의미하는데 재정렬의 주요 방향은 외교 안보가 결합되어 경제안보가 핵심 정책 분야로 부상한 점이다. 


또 다른 방향은 경제와 외교 안보가 결합되어 경제 안보가 핵심 정책 분야로 부상한 점이다. 


또 다른 방향은 국가의 시장 창출, 시장 조정 역할 강화이다. 따라서 선진국에서 산업정책 부활은 19세기 산업화 구축 경험, 미소 냉전기 신기술 투자 정책과 기변 될 만큼 경제정책의 중요한 전환으로 보아야 하고, 우리에게 주는 영향과 함의도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첫째 제조와 생산에 대한 태도의 변화이다. 


선진국은 최근까지 탈산업화를 불가피하거나 중립적인 태도로 봐왔다. 미국 산업정책의 필요성을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본빌리언 교수는 이를 혁신은 안에서 생산은 밖에서 접근이라고 표현하였다. 


하지만 이제 첨단 기술과 산업에 관한 한 혁신도 안에서 생산도 안에서로 접근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 산업의 공급망은 군사적 위협, 취약성은 물론, 기술, 산업, 경제적 위협, 취약성으로부터도 안전해야 한다고 보고, 국가와 기업이 한 팀이 되어 반도체, 이차전지, 핵심광물 등 국가안보와 미래 산업 경쟁력에 결정적인 기술, 산업의 생산을 내재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둘째, 기술 리더십을 향한 경쟁은 리더가 결정되기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가 상이한 기술 경제 블록으로 나누어지는 현상은 부분적이고 선별적이라고 하더라도 점차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과정은 효율성 중심에서 리질리언스 중심으로 공급망 전략의 원리가 바뀌는 과정, 국가안보와 경제가 융합하면서 공급망이 상이한 블록으로 갈라지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 과정이 동반할 효율성의 하락, 생산비용의 상승, 다양한 형태의 위기들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만 한다. 


셋째, 산업 정책의 부활을 세계 경제 차원에서 주도산업의 교체기, 미래산업 주도권 경쟁의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주도산업의 이러한 교체는 약 50년 주기의 장기파동을 따라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디지털, 바이오, 녹색 기술 등 새로운 기술 혁명에 기초하는 새로운 장기파동의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는 물론, 바이오,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 첨단 산업 및 신흥 기술이 선진국에서 산업정책의 타깃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 산업 강국은 대규모 정책 수단을 동원하여 자국 기술 및 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 


Ⅲ. 저성장과 고금리, 투자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자산은?


고금리 아래에서 자산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양극화이다. 


주식시장은 성장주 중심으로, 채권시장은 장기 국채 등 초우량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은 서울 요지의 신축 아파트 위주로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가장자산은 규제 환경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나, 성장 잠재력이 확인된다면 수요 기반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환경화에서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1%대 중반의 실질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2023년에도 2%대 초반의 실질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2024년에도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Buy&Hold 전략의 유효성은 낮아질 것이며, 코스피 변동의 진폭이 매우 축소되어 트레이딩을 통한 수익 제고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주식 투자는 미래의 꿈이 투영될 수 있는 성장주 위주로 양극화될 것이다. 


2023년에 성장에 대한 기대는 이차전지 관련 주식에 집중되었고 2024년에도 실물 경제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성장에 대한 욕구가 주식시장에서 테마주의 형태로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 


Ⅳ. Higher for Longer


연준은 높은 기준금리 수준을 오랜 기간 이어갈 것


고금리, 고물가, 고성장, 202년대 뉴노멀의 시대


연준의 통화긴축이 꽤 높은 강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전 세계 많은 연구기관들이 전망했던 글로벌 경기 침체의 조짐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명목 정책금리를 5% 위로, 실질 기준으로는 2%대까지 가파르게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누적적인 통화긴축 효과가 경제 전반에서 관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에서 통화긴축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는 두 가지 꼽을 수 있다. 


첫째, 고용시장이 탄탄하다. 


부채가 많지 않은 고령자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자산가격 상승을 경험하면서 은퇴를 결심했고, 이민자의 유입이 많지 않아서 저임금, 저 숙련 일손은 계속 부족하다. 


또한 팬데믹이 시대의 전환을 가속하면서 기술 기업들의 고숙련 노동자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그에 미치지 못했던 점도 고용시장을 탄탄하게 만든 이유다. 


둘째, 미국 가계는 변동금리보다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비중이 높다. 


미국 가계 대출의 70%를 차지하는 모기지가 대부분 장기 고정금리라서, 기준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가계의 모기지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경제전반에 통화긴축 효과가 즉각 반영되지 않도록 만드는 원인이다. 


팬데믹을 전후하여 2000년대 이후 꾸준히 낮아지던 중립금리를 상승 반전시키는 요인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거나 높은 기준금리를 오랜 기간 유지해야 하는 근거로 제시될 것이다. 


첫째, 미국 정부가 전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을 채택하면서 신규 투자가 증가했다. 


인도와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국 정부는 미국 내 투자를 늘리기 위해 투자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진행되는 투자는 대체로 수요가 강해서 또는 수요가 강해질 것이라는 경기 사이클 측면에서의 전망을 바탕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경험한 공급망 불안이 미중 디커플링과 결합되면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투자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친환경 산업의 주도권을 쥐려는 기업의 의지와 미국 정부의 지원이 더해지고 있는 것 역시 투자가 늘고 있는 이유다. 


신규 투자가 늘어나면서 자금 수요가 늘어나게 됐는데, 이는 중립금리를 높이는 요소다. 


또한 소비를 위축시키려는 통화긴축의 효과가 투자를 촉진하는 재정정책으로 상쇄되는 모습도 확인되고 있다. 


즉 소비는 정점에서 느리게 내려오고 있는 반면 오히려 민간 투자는 반등하고 있다. 


채권 금리와 달러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둘째, 생산성이 높아졌거나 높아지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변화들이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동안,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멀리 있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는 화상회의 시스템이 낮은 가격으로 큰 거부감 없이 폭넓게 보급되었다. 


더 많은 사람을 낮은 비용으로 만날 수 있는 기술 변화로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재택근무나 혼합근무가 확산되면서 협업 툴 사용을 통한 생산성 향상도 나타났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면서 생산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키지고 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경제 성장세가 강해지면서 중립금리가 높아지는 영향이 있다. 


셋째,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 등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수요가 높아졌다. 


미국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2023년 GDP의 5.8%에서 2053년 1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자를 갚기 위한 국채 발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다. 재정지출 중에서 이자를 갚기 위한 지출 비중은 2021년 13%에서 2026년부터는 52%로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초수지 적자 역시 인구 고령화와 의료비 등 사회보장 지출이 대폭 증가하면서 쉽게 줄어들기 어려운 구조다. 


통화긴축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연준은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추가 인상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높은 기준금리를 오랜 기간 이어가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더 올리면 금융불안이 높아지고 경제의 특정 부분들은 흔들릴 수 있는데, 팬데믹 대응을 위해 크게 늘려 놓은 대차대조표를 충분히 줄이지 않았고 재정의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또 다른 위기가 오면 대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24년 말 대선을 앞두고 고용시장을 흔들 정도의 통화긴축도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다. 


따라서 추가 긴축이 필요하지만 연준이 주저하는 과정에서 통화긴축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이전보다 높은 성장과 물가, 금리 환경이 펼쳐지는 2020년대 뉴노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Ⅴ. 일본 경제는 다시 비상할 것인가?


여전히 부족한 총수요


거시경제의 상황은 총수요와 총공급의 관계를 통해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있다. 


정부가 균형 재정 상태이고, 무역수지가 균형이면 민간저축과 민간투자는 일치한다. 


만약에 민간저축이 민간투자보다 큰 초과저축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 총공급이 총수요를 초과하는 수요부족 문제가 발생할 때에는 정부부문에서의 투자초과와 해외부문에서의 저축초과를 통해서 해소할 수 있다. 


일본은 오랫동안 초과저축의 문제를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와 국가 간의 마찰을 야기하는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로 해결해 왔다. 


이 해결법은 한계에 다다랐다. 지속가능한 해결법은 민간투자와 민간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 법인세 인하를 실시했고, 제로금리정책, 양적완화정책, 급기야 이차원 금융완화정책으로 이자율 하락을 유도해 왔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민간투자, 특히 기업의 설비투자가 생각보다 증가하지 않았다. 


총수요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인 민간소비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명목임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임금이 높아지지 않고 국민의 소득과 소비가 늘지 않아서 총수요가 부족해지면 일반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일본은 실제로 디플레이션으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은행은 수요견인 인플레이션 2%를 달성하기 위해서 명목임금 3%의 상승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경제가 호경기 국면에 있음을 밝힌 2분기 실질국내 총생산 보고에서 국내 수요의 기여도가 -0.3%에 머물고 있어 여전히 총수요가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명목임금의 정체


상용노동자(일반 노동자 + 파트타임 노동자)의 평균 임금 수준을 대변하는 현금급여 총액은 1997년 월평균 37만 2천 엔이었지만 2022년에 32만 6천 엔으로 1997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5년 동안 일본의 임금 수준이 전혀 높아지지 않고 오히려 하락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자원과 곡물가격의 상승과 엔화의 약세로 2022년 9월에 코어 소비자 물가지수가 30년 만에 3% 상승하는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그래서 실질임금은 명목임금보다 더 하락하였다. 실질임금의 하락은 민간소비를 직격 했다. 


팬데믹 위기 이전의 2018년 실질 소비를 100으로 가정했을 때 2023년 6월의 실질소비지수가 94.6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일본경제가 호경기임에도 소비는 줄어드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소비의 감소는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의 감소로 이어져 초과저축 문제의 지속가능한 해결법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의 원천 중 하나인 자본축적의 증가율을 크게 하락시킨다. 


2005년 이후의 일본의 GDP 성장률 하락은 주로 자본축적의 정체에 기인하고 있음을 밝힌 연구도 있다. 


위의 내용을 요약하면 실질임금의 하락은 먼저 소비를 감소시키고, 그에 따라 기업의 설비투자도 줄어들어 자본축적이 필요한 만큼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이 떨어져 임금이 하락하는 악순환의 상황에 빠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의 임금이 왜 올라가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겐다 유지가 편저한 책에 잘 정리되어 있다. 


임금 정체의 요인으로 우선 평균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여성, 고령자, 비정규직의 비중이 늘어나고 평균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산업의 구성 비율이 높아지는 고용 및 산업 구조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제도적 요인으로 고령화, 주주중시의 기업지배구조, 외부노동시장의 미발달도 들고 있다. 


일본에서 명목임금이 상승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제경쟁력이 있어서 많은 수의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기업의 출현과 성장이 필요불가결하다고 할 수 있다. 


반도체는 구세주가 될 것인가?


반도체가 미중 갈등의 핵심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일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기업인 TSMC, 인텔, 마이크론, 삼성 등이 반도체 공장과 연구소 건설을 위해 2조 엔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새로운 설비투자만 아니라 TSMC가 쿠마모토 현에 건설 중인 공장에서 일할 대졸 사원의 초임을 일본 국내 기업에 비해 40% 높게 책정해서 일본 노동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해외 주요 반도체 제조기업의 일본 투자에 자극을 받아서 일본의 주요 반도체 기업인 소니, 키옥시아 등이 3조 5천억 엔 정도의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재료를 생산하는 섬코 등도 5천억 엔 설비투자를 하려고 하고, 반도체 장치기업도 설비투자를 크게 늘리려고 한다. 


이처럼 주요 반도체 제조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관련 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반도체 제조기업과 관련되는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임금이 높은 양질의 고용창출을 통한 소비촉진으로 일본이 직면하는 총수요 부족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가능성이 크다. 


[ 글을 마치며 ]


이 책에 나오는 내용 중에 2024년의 변화를 읽기 위해서 다시금 기억해야 할 몇 가지를 요약해 보도록 하자.

 

첫 번째는 경제 안보가 새로운 핵심 정책 분야로 대두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경제 개념은 세계화를 통한 글로벌 경제 발전이었다. 


비교 우위론을 통해서 각국이 경쟁력 있는 산업에 집중하는 것이 세계를 발전시키고 인류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중국은 글로벌 생산 기지로서의 위치를 만들고 사우디는 원유 공급을 안정적으로 하고 미국은 최첨단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혼란이 생겼지만 일시적이라고 생각했고 이후에는 다시 예전과 같은 세계화 기조로 복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양적완화가 끝난 뒤에 세계는 다른 형태의 경제 체제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자국에 모든 것을 구축하고자 하는 미국의 행보가 그 시발점이 되었다. 


반도체 설계에서부터 제조까지 모든 분야를 자국에 두고 공급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전에는 한 분야에 혹은 한 기업에 국가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불공정 거래라고 치부되었지만 이제는 공공연한 정책으로 환영받는 상태이다. 


이에 따라서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고 자연스럽게 미국을 중심으로 생산기지가 재편되는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불필요한 생산 거점을 중복해서 투자하는 되는 현상을 만들어내어 추가 비용 발생을 만들어내게 되지만 관세 장벽을 세움으로써 당위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현상은 일시적인 추세가 아니라 새로운 경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경제 블록화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추세이다. 


결국 새로운 세계화 분업화를 통한 글로벌화, 세계화가 아닌 자국 중심의 경제 안보를 기반으로 한 세계화가 새로운 시대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이라는 것이다. 


디커플링은 단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국가와 국가 사이의 경제 현상이 동조화되어서 나타나는 것이 커플링이라면 디커플링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경제 현상이 상반되게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오랜 세월 동안 구축되어 온 세계화가 한순간에 디커플링으로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디커플링이라는 개념 대신에 등장한 것이 디리스킹이다. 


디리스킹은 기존의 산업 발전은 공유하면서 경제 발전을 꾀하지만 전략적인 산업에 있어서는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첨단 산업을 자국이 아닌 타국이 가짐으로써 자국의 경제에 위협이 되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속한 분야가 AI 반도체, 이차 전지, 전기차 등이다. 


이 기술은 자국에서 생산할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원한다던지 혹은 자국에서 생산한 첨단 기술의 결과물은 타국에 판매할 수 없게끔 하는 조치이다. 


이를 통해서 기술 격차를 벌리는 시간을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의 선순환 구조 구축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발생된 양적 완화는 엄청난 규모의 자산 가치 상승을 불러왔다. 


이와 동시에 세계 각국은 늘어난 유동성으로 인해서 인플레이션을 겪게 되었고 예전에 없던 고금시 시대의 개막을 알리게 되었다. 


고금리로 인해서 세계 경제는 혼란에 빠졌고 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당면하게 되었다. 


새롭게 변화한 경제 상황은 예전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중국과 같은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완충장치 역할을 할 국가가 부족하다. 


알타시아로 불리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 14개국이 있지만 중국의 경제 규모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간이 흘러서 가능한 시점이 올 수 있겠지만 단기간에는 불가능하다. 


결국 각국의 중앙은행과 정부가 연합이 되어서 복합적인 경제 정책을 만들어서 빨리 코로나로 인해서 발생된 경제 부작용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하는 가가 관건이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뛰어넘는 명목 임금 인상률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인플레이션율이 2%라면 3% 이상의 임금 인상을 통해서 실질적으로는 1% 이상의 경제 상승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으로 일본을 예시로 들었지만 이는 일본만 당면한 과제가 아니다. 


한국, 대만, 미국, 유럽 모두 동일한 상황이다.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뛰어넘는 상황이 되면 임금은 오르지만 구매력을 점점 더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되고 이는 실질적인 경제 역성장을 의미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임금을 기반할 수 있는 양질을 일자리가 필요한데 대표적인 것인 반도체와 전기차 생산라인 같은 분야이다. 


첨단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서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는 경제 성장을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 선진국이 추구하는 정책이라고 보인다. 


2024년은 이제 막 시작했고 아직 크게 변화한 것은 없다. 


하지만 2023년 동안에 변화한 것들을 기반으로 미뤄 보면 어느 정도 예견이 가능한 상황이 보일 수 있고 이를 토대로 나만의 경제 인사이트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책이다. 몇 번을 반복해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 도서 : 2024 한국 경제 대전망 ( 류덕현 이근 외 경체추격연구소 편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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