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인생을 위한 그만두기의 기술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퀴팅 (Quitting, 그만두기)은 사랑이다.
비상구이자 지름길이자 대담한 모험이다. 그만두기 덕분에 창의력이 급상승하고, 반항심에 벅차 주먹을 치켜들기도 하고, 최악의 상황도 면한다.
퀴팅은 재난도 될 수 있다. 하던 일을 그만둠으로써 경력이 망가지고 관계가 파탄 나는 등 엄청난 역효과로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을 구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항을 고려할 때 퀴팅은 지금은 아니야, 그래도 나중에는 어쩌면이라고 에두르는 방식이고,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에게 너그러움을 베푸는 행위다.
퀴팅을 이렇게 긍정적인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실 이 정도 말로는 그만두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한 것을 표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는 삶에서 언제나 어려움과 마주하고 스스로의 나약함에 힘들어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현상을 좀 더 차분하게 바라보면 우리는 무엇이 더욱 현명한 선택인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우리는 삶에서 좋은 선택을 잘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Ⅰ. 해답은 자신의 마음에 있다.
우리 중 대부분은 수백만 명에게 중계될 카메라 앞에서 마루운동을 선보일 때, 뒤로 두 번 공중제비를 넘으며 공중에서 세 바퀴 회전할 일이 없을 것이다.
나는 생각만 해도 몸이 배배 꼬인다. 럭이나 피펜처럼 NFL이나 NBA에서 소속 팀을 승리로 이끌어 달라고 부름을 받을 일도, 교향곡을 작곡할 일도, 윔블던에서 우승하거나 타자 셋을 연달아 삼진아웃 시킬 일도, 영국 군주제를 대표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퀴팅에 관한 질문, 즉 그만둘지 말지에 대한 의문에 사로잡히는 순간을 맞닥뜨린다.
독자에게 조언해 주는 칼럼을 엮어서 에이미에게 물어봐라는 책을 낸 저자 에이미 디킨슨이 말했다.
사람들이 보낸 질문을 보면 퀴팅이라는 개념이 곳곳에 퍼져 있음을 느껴요. 결혼이든 친구 관계든 습관이든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든 말이에요.
물론 퀴팅의 이면에는 정리당하거나 버려지거나 무시당하는 쪽의 고통이 있겠지요.
누군가가 당신을 놓아버렸을 때 느끼는 고통이요.
사람들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기 위해 그녀에게 글을 써서 보내는 첫 번째 이유에는 분명히 퀴팅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이 이 딜레마를,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 조언 칼럼니스트나 아빠를 비롯해 외부에 도움을 청하는지에 대한 미스터리가 풀린다.
퀴팅이라는 선택지가 도무지 성공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련의 행동이 효과가 없을 때 본능적으로 그것을 바꾸려 한다.
살아남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을 하고야 말겠다는 투지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만두고 다른 무언가를 시도하고 싶은 마음도 포함된다.
동시에 그에 반대되는 강력한 메시지도 바깥 세계에서 받는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용인하는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구성원을 훈련하는 과정인 사회적 조건화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투지에 당장 놓아버리라고 말하는 그 마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금 당장 여길 떠나라고 외치는 확고한 내면의 신념과 그에 상반되는 친한 친구들, 좋은 뜻으로 조언하는 부모님, 자기 계발서 저자가 보내는 시그널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그들은 그만두면 모든 사람이 실망할 것이라고, 그중에서도 자기 자신이 가장 실망할 것이라고 말한다.
퀴팅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다. 퀴팅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책임감과 관련된 신념이며 행복해지는 법에 대한 신념이자 세상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는지에 대한 신념이다.
Ⅱ. 진짜 후회는 그만둘 때를 놓쳤을 때
퀴팅이 항상 옳은 선택은 아니다. 팬데믹 동안 역사에 남을 만한 수의 사람들이 직장을 떠났고, 기록적인 수의 대학생들이 자퇴했다.
2019년 가을에 미국 4년제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 중 4분의 1이 넘는 수가 이듬해에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는 전년 대비 2퍼센트 증가한 수치이며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자퇴율이다.
지역 전문대학 학생의 경우 2020년에 3.5퍼센트가 자퇴했다. 교육을 덜 받는 것이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그릿이 본질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고난과 과제를 헤쳐 나가려면 회복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딜레마와 마주할 때마다 그릿을 믿을 만한 해결책으로 삼고 그릿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람을 얕본다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탓하는 등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는 타인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을 두고 그들을 탓할 수도 있다.
퀴팅은 전원 스위치를 올리고 내리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 뇌가 어떻게 퀴팅이라는 결론에 이르는지에 대한 과학자의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신경과학 연구실에서 여러 획기적인 발견을 한 덕분에 우리는, 특정 행동이 유리해 보이지 않을 때 생명체가 어떻게 퀴팅이라는 결론을 내는지 이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여러 종류의 퀴팅에 도움이 되리라 전망한다.
이를테면 약물이나 술, 폭식 등의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강박장애나 임상적 우울증 같은 상황으로 인한 고통도 완화할 수 있다.
Ⅲ. 우리 몸은 그만두어야 할 때를 알려주도록 설계되었다.
몸을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몰아넣으면 경고 수위는 더 높아진다. 몸은 우리에게 그만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그 메시지는 크게 사이렌을 울리고 빨간 불빛을 번쩍이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우리 몸은 과부하가 걸리거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항상성을 유지할 수 없을 때 최선을 다해 알린다. 그래서 심박수, 호흡수, 혈압이 모두 치솟는다.
몸은 우리를 향해 다음과 같이 외친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문제가 생겼다.
이런 고통이 신체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심리적 스트레스도 극심할 수 있으며, 무시하면 마찬가지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극도로 비참한 상황에서도 우리의 생존을 보장하는 일이다. 그 외의 다른 일은 모두 부차적이다.
왠지 죽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지금 하는 행동이 괜찮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우리 몸과 영혼에 제대로 영양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머릿속에 그린 가치와 기준에 따라 살고 있지 않다면, 건강과 행복 전반에 대참사가 일어난다.
퀴팅은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이다.
이혼하기로 결심했을 때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왜 이혼하려는 거야? 그래서 대꾸했죠. 내가 죽어가고 있으니까. 제 내면이 감정이 죽어가는 느낌이었어요. 실제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어요.
죽기 전에 떠나려고.
조디 얼린은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정신건강센터에서 일했고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다양성과 평등, 포용의 문화를 조성하고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을 지원하는 다양성 조정관으로도 활동했다.
그 후에는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 회사를 창업했고 탄탄하게 운영하고 있다.
얼린은 재미있고 똑똑하고 표현이 확실하고 호감 가는 사람이다. 배려심 있고 침착하기도 하다.
다시 말해 얼린은 무언가를 과장하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다. 감정을 통제하지 않고 내버려 두지도 않는다.
하지만 두 아이를 다 키운 뒤에 결혼 생활을 끝내고 삶을 완전히 뒤엎은 이유를 내게 설명할 때의 얼린은 굶주린 핀치새가 친구 하자고 할 법한, 아주 극적인 말로 마음먹은 바를 표현했다.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고.
자신의 선택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사람은 얼린뿐만이 아니다. 수십 번의 인터뷰를 하는 동안 같은 식으로 말한 사람들이 여럿 있다.
사실 삶의 중요한 사항을 바꾸는 결심을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의 방식은 놀랍도록 비슷했다.
이야기의 세부적인 내용은 저마다 달랐지만 많은 이가 공통으로 사용한 문구가 있다. 바로 사느냐 죽느냐 라는 말이다.
Ⅳ.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벗어나자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항상 통제할 수는 없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정도입니다.
지금 배우고 있는지,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지요.
미셸 월든이 말했다. 그녀는 시카고 교외에 사는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여성이다.
책을 여섯 권 출간했고 얼마 전에 일곱 번째 책을 탈고 했다. 에세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썼다.
지금은 자기 길을 찾으려는 작가들의 멘토 역할을 한다.
웰든은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경험을 한 뒤에 제 길을 찾았다. 살면서 하고 싶었던 경험은 아니었다.
사실 그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은 벌어졌고, 그녀는 그 일을 해결해야 했다.
해결 방법 중 하나는 그 일이 그녀의 잘못이 아님을 깨닫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무언가를 바꿀 힘이 있음을, 매우 중요하지만 자주 간과되는 진실을 사람들에게 전해줄 책임이 있음을 깨닫는 것 이었다.
그 진실이란 퀴팅은 항상 선택지에 있고, 그 선택이 최선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카리스마 있고 성공한 변호사와 결혼해서 9년을 살았어요. 다들 멋있다고 생각하는 남자였죠. 하지만 그 사람은 저를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학대했어요.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죠. 제가 이 상황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걸요.
그전에는 뭔가를 그만둬 본 적이 없어요. 언제나 제가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개선할 수 있다고,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통계를 봤어요.
엄마 혼자 키우는 아들이 재정적 정서적으로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알게 되었죠.
가능한 한 모든 해결 방안을 동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Ⅴ. 아버지와 담배
나는 아버지가 담배를 끊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퀴팅이라는 문제가 그를 그렇게까지 사로잡지 않았기를 바란다.
아버지는 여러 가지 면을 지닌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부 다 긍정적이지는 않다. 아버지는 화를 잘 냈지만, 화를 다스리려고 애썼다. 짜증 나면 날카로워지고 비꼬는 말을 했지만, 이것 역시 고치고 싶어 했다.
많은 것에 열정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그린베이 패커스 미식축구 팀, 컨트리음악, 통에서 막 꺼낸 견과류를 먹고 다이어트 콜라로 씻어내리는 것, 미적분학의 복잡하면서도 묘하게 매력적인 아름다움을 특히 좋아했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진짜 아버지를 규정한다. 퀴팅이 아니라, 아버지가 몇 번이나 퀴팅을 포기했고 그것 때문에 스스로 실패자로 여겼다는 사실이 아니라.
아버지는 담배를 끊지 못했다. 선생님으로서 훌륭한 재능을 자주 외면당했고 보수가 형편없이 낮았음에도 대학교의 수학 교수직을 그만두지도 않았다.
떠나고 싶어 했지만 때를 못 만났다.
그런 다음에는 더 이상 시간이 없었다. 아버지가 담배와 직장을 모두 그만둘 수 있었다면, 담배를 끊었다면, 지금의 대학교를 그만두고 다른 대학교에서 가르치며 존경을 받았다면...
[ 글을 마치며 ]
인생을 살면서 무엇인가를 그만둔다는 것은 약간 선과 악의 개념에 가까울 정도로 나쁘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한 적이 있다.
일단 시작하면 끝이 어떻게 되든 간에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서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한다던가 하는 것은 마치 실패한다 나쁘다 같은 생각과도 연결이 된다고 보인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무엇인가라면 우리는 그것을 지속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무엇을 하기에 앞서서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짧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다.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과정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이 없고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낸 결과물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때문에 이제부터라고 지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왜 내가 가고 있는 방향에 존재하고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겪었다면 두 번째는 그 과정의 끝에 무엇을 얻게 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고난의 시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 끝에 진정으로 원하는 무엇인가가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의 끝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없다면 좀 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가 그렇게 힘들지 않고 불만족스럽지도 않다면 어떻게 해야 만족스러운 형태로 가게 되는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상상을 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현실과 완전히 동 떨어진 상상을 말이다.
그러면 그 상상을 통해서 하고 싶은 것이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고 왜 내가 원하는지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하나 저렇게 생각하나 인생의 모든 과정은 스스로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고민을 좀 더 해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참고 도서 : 퀴팅 ( 줄리아 켈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