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가 부채는 GDP대비 약 250%~260%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전 세계 주요국 중 압도적인 1위이다.
미국도 빚이 많다고 난리지만 150% 수준인 걸 감안하면, 일본은 그보다 두 배 이상 심층적인 빚의 늪에 빠져 있다.
일본 국민 개개인으로 현재 국가 부채를 나누어 보면 빚이 웬만한 고급 세단 한 대 가격과 맞먹는 9천만 원에서 1억 원 수준이다.
일본의 국가 부채는 단순히 많다는 수준을 넘어 인류 역사상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상태라고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그동안 이 엄청난 빚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제로 금리 덕분이었다.
빚이 1천조 원이어도 이자가 0원이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금리가 1%만 올라도 일본 정부가 추가로 내야 할 이자가 수조 엔에 달해서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금리 인상은 결국 이자를 내려고 또 빚을 내야 하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이 빚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일까?
답은 매우 간단하다.
일본의 빚을 대부분 일본인과 일본 금융 기관, 그리고 일본 은행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외부에서 빚을 갚으라고 압박을 할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덕분에 일본은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이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일본 은행과 정부, 금융 기관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우리 식구끼리 해결하면 괜찮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의 단점이 없을 리가 없다.
일본 은행이 시장에 나온 국채를 너무 많이 사들여서 시장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엔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정해진 현금을 받는 사람들, 혹은 외국에 비해서 현저히 적은 임금을 받아서 살아가야 하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빚을 줄이려고 돈을 계속 풀자니 엔화가 똥값이 되어 수입 물가가 폭등하고 금리를 올리자니 빚 이자 때문에 정부가 파산할 지경이다.
오른쪽은 낭떠러지 (엔저 물가 폭등), 왼쪽으로 가면 불덩이 (이자 폭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기왕 이렇게 된 것 성장보다는 물가를 더 올려서 빚을 지우는 도박에 가까운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의 빚이 10억인데 물가가 2배 오르면, 정부 입장에서는 예전의 5억 정도의 가치만 갚는 셈이다.
정부의 빚은 줄어드는데, 내 통장에 있는 1천만 원은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즉, 현금을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 투자를 하지 못한 사람들의 예금이나 연금은 가치가 낮아지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주변국에 비해서 낮아지게 된다.
통화량을 늘려서 화폐가치를 낮추고 기존의 빚을 갚는다는 것은 화폐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진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역사가 종종 있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성장 없는 인플레이션, 돈만 늘려서 가치를 부풀려 빚을 녹이는 전략이 성공하기 매우 위험해 보인다.
언젠가는 실질적인 성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