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원유 역사는 단순히 기름을 발견한 과정을 넘어선다.
제국주의의 쇠퇴와 민족주의의 부상, 그리고 현대 글로벌 경제 체제가 형성되는 과정 그 자체이다.
주요 변곡점을 중심으로 알아보자.
1. 초기 발견과 서구 자본 유입 (1900년대 초반 ~ 1930년대)
중동 석유 시대를 연 첫 단추는 1908년 페르시아(현 이란)의 마스제드 솔레이만에서 석유가 터져 나오면서부터다.
영국의 주도 : 영국 자본이 세운 '앙글로-페르시안 오일 컴퍼니(현 BP의 전신)'가 이권을 독점하며 해군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우디의 등장 : 1938년 미국 자본(Standard Oil)이 사우디아라비아 다맘(Dammam)에서 거대 유전을 발견하며, 영국 중심의 구도에 미국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2. 자원 민족주의와 OPEC의 탄생 (1950년대 ~ 196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동 국가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나는 자원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익 배분 요구 : 과거 70% (서구) : 30% (산유국) 수준이던 이익 배분율을 50% : 50%로 끌어올리는 협상이 진행되었다.
OPEC 결성 (1960년) : 서구 석유 메이저 기업(세븐 시스터즈)의 일방적인 가격 결정에 맞서기 위해 사우디,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베네수엘라가 모여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창설했다.
3. 오일 쇼크와 가격 결정권의 이전 (1970년대)
중동 국가들이 석유를 경제적 자원을 넘어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이다.
제1차 오일 쇼크 (1973년) :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아랍 산유국들이 이스라엘 지지국에 대한 금수 조치를 단행하며 유가가 4배 폭등했다.
자원 국유화 : 이 시기를 기점으로 산유국들은 외국 자본이 소유했던 석유 시설을 국유화하며 생산량과 가격 결정권을 완전히 가져왔다.
4. 셰일 혁명과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 (2010년대 ~ 현재)
2010년대 들어 미국의 셰일 가스/오일생산량이 급증하며 중동의 지배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장 점유율 전쟁 : 유가 하락을 감수하고 셰일 업체들을 고사시키려던 중동의 전략은 셰일 기술의 발전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제 다각화 : 최근 사우디의 비전 2030처럼, 중동 국가들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 에너지와 첨단 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요약해 보면 중동과 중남미는 석유로 인해서 시대적으로 중요한 지리적 위치로 부상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셰일 가스의 기술적인 발전으로 인해서 석유 패권의 우위를 잃어버리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술은 결국 언젠가는 발전하고 목표한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그럼 미국 셰일 가스 산업이 중동 유가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자.
1. 미국의 셰일 가스로 인해 최대 산유국으로 발전했다. (2010년대 초반)
오랫동안 전 세계 기름 시장은 중동(OPEC)이 가격표를 썼다 지웠다 하던 '갑'의 무대였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이 수압 파쇄법이라는 사기 캐릭터급 기술을 들고 나오더니, 땅속 깊은 진흙층(셰일)에 숨겨진 기름을 펑펑 뽑아내기 시작했다.
미국이 수입업자에서 순식간에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변모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시장에 기름이 넘쳐나니 유가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2. 사우디와 미국의 석유 치킨게임이 시작되었다. (2014년)
참다못한 중동의 큰 형님, 사우디가 본격적으로 레이스를 하게 된다.
보통 유가가 떨어지면 생산을 줄여서 가격을 방어해야 하는데, 오히려 우리는 더 많이 뽑을 거야라며 정반대로 나갑니다.
생산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점을 활용한 전략이다.
우리는 기름 뽑는 비용이 껌값(10달러 미만)이지만, 미국 셰일은 비싸잖아? 유가를 바닥까지 낮춰서 너희를 파산시켜 버리겠다는 것이다.
중동은 셰일 업체들이 문을 닫을 때까지 버티기로 작정한 것이다.
3. 터미네이터급 생존력의 미국 셰일 (2016년 ~ 현재)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다.
미국 셰일 업체들은 망하기는커녕, 죽기 살기로 기술을 개발해서 생산 단가를 절반 이하로 깎아버렸다.
그리고 미국은 유가가 조금만 오르면 셰일을 추출해서 기름을 쏟아낸다.
중동이 유가를 올리고 싶어도 미국 셰일이 가격 상한선 역할을 하며 꾹꾹 눌러버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4. 결국 중동과 미국은 전략적 동맹을 맺게 되었다.
중동은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OPEC+를 결성하고 이제는 예전처럼 마음대로 휘두르기보다, 미국의 눈치를 보며 생산량을 조절하는 전략적 밀당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중동 원유가 시장을 꽉 잡고 있었는데, 미국 셰일이 가성비 기술로 나타나 시장의 룰을 바꿔버린 상황이다.
결국 원유는 에너지원으로서 중요하고 국가 안보 우리의 일상까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속적으로 원유의 변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