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치매에 걸렸다

엄마는 할머니의 치매를 인정하지 않았다

by 최손자

[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 대한 기억 ]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 지는 꽤 오래되었다. 내가 중학생 때 할머니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같이 살기 시작했는데, 이제 나는 스물네 살이 되었고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왜 이제 와서 할머니에 대하여 글을 쓰고 싶어 졌는지 생각을 해봤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브런치에서 작가가 된 것은 몇 년 전이었다. 한국 소설에 대한 서평 몇 편을 쓰고 운 좋게 그것들로 작가가 되었는데, 이후에 어째서인지 더 이상 글이 쓰고 싶지 않아 져 한동안 글을 전혀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 임시저장함을 눌러봤다. 당연히 책 서평글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할머니에 대하여 쓴 글이 세 편이 있었다. 언제 썼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걸 보고 나자 쓰고 싶어졌다. 할머니에 대하여. 사실은 할머니보다도 나에 대하여 쓰고 싶어 졌던 것 같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집에 들어오고 나서 벌어진 일들을. 나의 기억은 분명히 완전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원래 역사란 것이 그렇겠지만 뭐. 어쨌든 할머니에 대한 엄마의 기억과 누나의 기억과 아빠의 기억 그리고 나의 기억은 모두 다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기억에 대하여 써보려고 한다.


[ 엄마는 할머니의 치매를 인정하지 않았다 ]


할머니는 원래 우리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신 지 오래되었고, 할머니는 가족으로부터 얻은 트라우마로 아마 많이 힘든 시간을 혼자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 그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밝히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할머니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할머니가 계속 엄마에게 이웃집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할 때부터였다. 이웃집에서 자신을 향해 돌을 던진다고 말하기도 하였고, 전기 콘센트에 누군가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엄마는 처음에 할머니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했고, 누군가가 할머니에게 정말 위해를 가하고 있다고 믿었다. 어쩌면 할머니가 아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할머니의 말을 더 믿으려고 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할머니는 엄마의 도움 덕분에 여러 차례 이사를 했지만 할머니의 상태는 여전했다. "누군가가 나를 계속 괴롭히고 있어."


할머니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지 않아도 혼자서 계속 중얼거리는 사람이 되었다. 상태가 심각해지면서 할머니는 실제로 이웃 주민에게 피해를 끼치기 시작했다. 왕(王) 자를 종이에 쓰고 손에 닿는 대로 여기저기 붙이기도 하였고 자기만의 어떠한 의식이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조현병의 일종이지만) 계란을 아파트 복도에 여러 알 깨두기도 하였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엄마는 할머니의 사고를 수습하는 일이 잦아졌고 이웃 주민으로부터 할머니를 잘 단속하라는 전화를 여러 번 받기도 하였다. 그때부터 엄마는 할머니가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들어선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치매 할머니의 손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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