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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Nov 20. 2023

과거, 미래가 아닌 오늘을

Self-portrait. 2023년 11월 20일 월요일, 맑음.

주어진 위치에서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는 삶. 

그 삶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다는 망상을 버리고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삶. 

때론 뒷걸음을 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목표를 잃어버리지 않는 삶.     


말하긴 쉬우나, 실천하긴 참 어려운 삶이다. 

‘최선’의 기준은 무엇인지, 과연 얼마나 노력해야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각자의 기준이 다르기에 누군가를 판단해서도 안 되고 누군가에게 판단을 받는 것 또한 옳지 않다. 

그럼에도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결국 나는, 내면의 나는 알고 있다. 오늘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어서 그러나. 최근에 마음이 조급해진 것을 느낀다. 2023년을 되돌아보면 이룬 게 무엇인지, 나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지, 여전히 제자리만 빙빙 돌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등등. 잡념이 나를 괴롭히고,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분명, 여전히 손에 잡히질 않을 정도로 아득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나름의 노력을 하며 또 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은가. 올해 그렇게 쌓인 하루가 벌써 300일이 넘었고, 앞으로도 40일이나 더 남았지 않은가. 그러니 이 글을 쓴 후부터는 조급한 마음을 다스려 다시 여유를 갖고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는 데만 집중하자.




최근 이런저런 일과 생각을 겪고 정리하면서 2024년과 2025년이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니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생의 후반기를 결정짓는 시기가 될 것이라는 예감. 아마 이 예감이 나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대략 마흔을 기준으로 인생의 전반기와 후반기를 나눴다. 그리고 후반기는 전반기와는 다른 인생을 살겠노라 다짐하고 지금까지 이런저런 노력을 하며 보내고 있다. 그 과정이 역시 내 뜻대로 되진 않았다. 인생은 원래 그런 거지만 유난히도 실패와 실수, 실망과 분노, 그리고 좌절과 고독이 끊이지 않았던 지난날이었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부터 뭔지 모르겠지만 기운의 변화가 느껴졌다. 일단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원인 모를 자만심과 허영이 완전히 사라지고 진심으로 겸허해졌다. 그리고 사람과 세상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들었다. 물론, 불의에 저항하는 분노와 그 힘은 여전하지만, 작은 것에 얽매여 분노하고 그러면서 나를 죽이는 어리석음은 많이 사라졌다. 또 말로는 거대한 성을 쌓으면서 몸은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던 게으름도 많이 사라졌다. 특히 글 쓰는 일에 있어서 하루에 조금이라도 쓰려고 노력하고, 쓰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상태가 이어져 어떻게든 완성된 글을 향해 밀고 나가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이 2년간 유지된다면 2년 뒤에 성장할 내 모습은 내가 봐도 놀라울 것이다. 이런 변화와 함께 그동안 흐릿하던 방향도 뚜렷해졌다. 앞으로의 2년은 대학원 과정과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과정이 내 삶의 중심을 차지할 것이다. 물론, 중심을 지탱하기 위해 일도 해야 하고, 그 외에 변수로 생기는 일들도 처리해야겠지만 중심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2년을 보내면 나는 지금과는 다른 위치에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렇게 2년을 보내고 나면 는 40대의 절반을 보내게 된다. 내 인생에 있어 40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데 2년이 지난 후에도 아직 절반의 40대가 남아있으니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다.      


10대부터 20대를 거쳐 30대와 40대 초반을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대로 삶이 이어지진 않았지만, 의미 없는 시간은 단 하루도 없었다. 실패와 성공, 뿌듯함과 절망감, 희망과 좌절이 불규칙하게 나를 훑고 지나가는 그 시간이 쌓여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고 나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가장 현명하게 사는 방법은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거다. 후회스러운 과거에만 머물면 나아질 미래는 오지 않는다. 그렇게 오늘은 또 다른 후회스러운 과거가 될 뿐. 나는 꿈이 있으니 오늘 하루 그 꿈을 위해 살자. 내일도, 모레도 그렇게 계속 꿈에 이를 때까지.


뭐, 이런 생각이 든 오늘이었다.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점심을 먹고, 홍예공원을 산책했다. 사진은 홍예공원에 조성된 대형 '백제금동대향로'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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