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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Dec 07. 2023

본령과 허상

Selp-Portrait. 2023년 12월 7일 목요일, 맑음.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즉 주제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하루에 잠시라도 가져야겠다. 앞으로 그 시간은 내 삶의 중심을 잡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자꾸 본령에 집중하지 못하고 허상에 집착한다. 허상은 언제나 화려하고, 화려한 만큼 가볍다. 가벼워서 그런지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고, 마음만 먹으면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렇게 빠지면 늪과도 같은 허상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그렇게 본령에서 멀어지고, 삶은 무너져 내리고.     


뭐, 허상이 희망의 일부로서 목표를 향한 과정에 동기 부여를 해주는 역할을 해준다면, 그 정도의 허상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 정도의 역할을 넘어 마침내 주객이 전도된다면, 경고음을 울릴 장치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앞으로 내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잠깐의 시간이다. 명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잠에서 깨 눈을 뜬 후나, 잠들기 전 눈을 감은 상태나 언제든 좋으니 꼭 시간을 갖자.


하루를 살아가는 데 있어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용균’이라는 이름이 오늘 오랜만에 언론에 많이 등장했다. 5년 전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 씨와 관련해 원청 대표의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최종 선고가 오늘 나왔다. 고 김용균 씨의 사고를 계기로 진통 끝에 중대재해처벌법에 제정됐는데, 오늘 뉴스를 보면서 우린 지난 5년간 무엇을 했던 것인가 하는 생각에 들었다. 

허탈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잘살고 있으니. 이렇게 여전히 꿈을 꾸며 부푼 마음으로 희망찬 미래를 그리고 있다니.     

나 또한 운이 좋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 운을 당연하다는 듯 누리지 말고, 어떻게 다시 이 공동체에 환원해야 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 과정의 일환이 바로 맨 처음 언급한 그 시간이다. 

나는 환원의 방식을 ‘영상’과 ‘이야기’로 정했으니, 그 안에 담길 메시지를 위해 내 삶은 이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을 사로잡는 매혹적인 이야기를 통해 내가 이 공동체에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적절하게 전달하는 일. 그래서 조금이나마 공동체가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


이게 바로 오늘 읽은 드라마 작법서에 등장하는 ‘작가 의식’이 아닐까?

이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것이 창작 기술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출발 전에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 매야 하듯, 이런 마음을 단단히 가슴속에 조여 매고 긴 여정을 떠나자. 

내일로 미루지 말고, 오늘 떠나는 거다. 사실, 훨씬 전부터 이 여정에 들었지만, 그랬다면 오늘부터 더 힘을 내는 거다.      


가보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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