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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Mar 15. 2024

Brokeback Mountain

사랑과 아름다움의 의미에 관하여

리마스터링으로 극장에서 재개봉했던 2018년 이후 6년 만에 다시 이안 감독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봤다.

국내에서는 2006년에 개봉했으니 나는 20대 중반에 처음 이 영화를 봤다. 당시 대학도서관에 포스터가 붙어있던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로부터 얼마 뒤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30대를 지나고 40대를 살아가는 동안 몇 번 더 영화를 봤다.     


영화 속의 에니스와 잭이 몇 년 만에 만나 브로크백으로 여행을 떠나듯, 내게도 이 영화를 보는 건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나는 여행과도 같다.      


20대 시절의 나는 사랑이라는 서툰 감정으로 많이 힘들어했는데, 이 영화를 보며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 그건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사랑을 배운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기쁨과 환희 같은 감정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도 매번 깨닫는다.

상처와 그리움, 또 후회 같은 감정들이 두루 섞여야 아름답다는 말은 비로소 완성된다. 그래서 에니스와 잭의 사랑은 볼 때마다 쓸쓸하고 가슴이 미어짐에도 결국 아름답게 기억된다.

또한 브로크백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낸 행복한 추억으로 현실을 버텨 나가는 위태로운 두 사람의 삶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뭉클해진다.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진 건 아마 에이스와 잭에게만 관심이 쏠려있던 내 시선이 이젠 알마와 로린에게도 향한다는 점이다. 특히 알마가 느꼈을 충격과 분노, 서글픔과 미련 등의 감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리다. 사랑이란 이렇게 누군가의 삶을 구원하기도 하는 한편,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다.

로린 또한 마찬가지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설명하진 않지만, 아마 로린도 잭의 마음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이 어디였는지 진즉 눈치챘을 것이다. 그러니 로린은 더욱 돈에 집착하게 되지 않았을까?


로린이 영화의 후반부에 에니스와 통화를 하는 장면에서 잭의 마지막을 담담하게 전하는 모습을 통해 감독은 로린의 이 같은 감정을 표현한다. 무심한 듯 말하는 로린의 모습에서 나는 그동안 로린이 겪었을 감정의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누군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고 비난할 수 있지만 앞에서 말했듯 이건 진정한 사랑에 관해 말하는 영화다. 또한 경외로운 대자연 앞에 인간이라는 존재와 우리가 만든 제도와 규범 등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보여준다. 유독 영화에서는 익스트림 풀샷이 많이 등장한다. 미장센으로 볼 때 아름다운 자연(브로크백)의 풍경을 최대한 담기 위한 의도일 테지만, 그 안에서 보일 듯 말 듯 아주 작은 모습으로 움직이는 인간의 모습은 한 없이 초라해 보인다. 이 미장센으로 우린 우리와 우리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마치 보이저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에 지구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았던 ‘창백한 푸른 점’을 볼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브로크백의 풍경이 담긴 엽서를 보며 잭을 향한 사랑을 절대 버리지 않겠다는 에니스의 다짐은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브로크백은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 그 자체이니까.     


삭막하고, 비정한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영화여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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