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신웅 Apr 23. 2024

넘어졌다

Self-Portrait. 2024년 4월 23일 화요일, 맑음.

다시는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결국, 하고 말았다. 그것 때문에 나는 지난주부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갇혀있는 중이다. 다행히 이제 이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아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것 같다. 

올 한 해가 잘 이어지나 했는데 이렇게 큰 돌부리에 넘어질 줄이야. 

그러나 어차피 벌어진 일.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 남은 한 해를 또 힘차게 달려볼 생각이다.




그러니까 지난주 수요일, 17일에 나는 내포 오피스텔에서 큰형의 차를 타고 서울 청담 우리들병원에 입원해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다. 이미 2월부터 디스크 증상이 있어 병원에 하루 입원해 MRI도 찍고, 주사 시술도 받았다. 다행히 증세가 나아져 조심하며 생활하던 중이었는데, 월요일(15일) 아침에 출근하려고 씻으려는 찰나 왼쪽 다리에 큰 통증을 느끼고 주저앉았다. 조금 지나면 다시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그러지 않았고, 마침 그날 기자 모임 워크숍이 있어서 술도 많이 마시고, 등받이 없이 양반다리로 오래 앉아 있느라 다리에 큰 무리가 갔다. 그 영향으로 다음날인 화요일부터 통증이 심해졌고, 급기야 밤부터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그렇게 밤새 끙끙 앓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결단을 내렸다. 회사와 집에 전화를 걸어, 수술해야겠다는 통보하고 충주에서 부모님과 큰형이 데리러 오길 기다렸다.      


통증을 참으며 수요일 오후에 간신히 병원에 도착해 입원 수속을 받고, 그때부터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하필 주치의 선생님이 목요일에는 진료 일정이 꽉 차 있어 나는 금요일 오전까지 병실에서 고통을 참으며 대기해야 했다.

아, 그 고통의 시간이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을 알 수 없는 고통이다. MRI, 엑스레이, 피검사 등 10개 정도의 검사를 받고 대기하면서 목요일 밤도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그렇게 녹초가 된 상황에서 금요일을 맞았고, 오전 8시부터 본격적인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수술실로 이동해 산소호흡기를 끼고 수술 대기를 하다가 마취제를 투여받고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두 시간쯤 뒤 다시 깨어났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됐고, 왼쪽 다리의 통증도 사라졌다. 다만, 수술 부위의 통증이 남아있어 꽤 고통스러웠다. 병실로 돌아와 그날 오후 2시까지 금식을 유지한 후, 부모님을 뵙고, 그때부터 음식을 먹게 되면서부터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8년 전처럼 이렇게 또 한 번 다시 태어난 것이다. 



수술을 받고 병실에서 지내며 조금씩 몸을 회복하고 있다. 

병실에는 나 외에 미국에서 수술받으러 오신 70대 어르신과 한 달 전 수술을 받았지만, 부작용이 심해 여전히 병실에 계신 또 다른 어르신 두 분이 계신다. 그 두 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꽤 잘 적응하며 병실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어제는 또 다른 한 분이 내가 있는 병실로 들어오셨다. 서산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 역시 어르신이다.      


암튼, 인생을 살아가면서 큰 고비를 또 한 번 넘겼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 특히 나는 2016년에 한 차례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이번 수술은 꽤 두려웠다.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쩌나 해서. 다행히 수술은 잘 됐다. 정말 감사하게도.


이제 위기를 넘겼으니 다시 새롭게 뛰어오를 순간을 맞이하면 된다. 

그럴 거란 확신이 든다. 이 위기만큼 크고 멋진 성과가 올해 내게 다가올 것이라는 확신.

물론, 그냥 앉아서 기다리면 그런 성과는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니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달려보자. 그래서 어떤 성과가 나를 기쁘게 할지 한 번 지켜보자.

그전에 일단, 이번 주까지 입원 생활을 잘 마무리하자. 그리고 다음 주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더 열심히 살자.    

 

고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마흔셋, 영화 만들기 좋은 나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