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 2022년 3월 15일 화요일, 맑음.
문득, ‘봄이구나’를 느낀 오늘이었다.
한적한 시골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 한결 부드러워진 햇볕을 맞았다. 그러면서 봄이 온 걸 깨달았다.
괜히 기분이 설렜지만, 그 설렘을 억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오는 봄을 느끼는 게 사치로 여겨질 수 있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갈등과 폭력으로 신음하고 있기에 홀로 평범한 날을 보내고 있는 자신이 만족스럽진 않다.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방법도, 할 능력도 되지 않는 자신이 부끄럽다. 현실이 이렇다면 나아지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데 노력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방향이나마 맞는 건지 모르겠다.
지난달 24일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니 3주가 다 돼가고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안타깝고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보금자리를 잃고, 남겨진 이들은 또 얼마나 오래도록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야 할까.
그동안 내가 한 건 약간의 기부와 간절한 기도뿐. 현실적으로 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얼마 전부터는 화학무기와 핵무기 얘기까지 나오던데.
빨리 전쟁이 끝나 무고한 이들의 희생이 더는 없길 바란다.
나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모임도 시작했다. 겨우내 홀로 외로운 시간을 견디고 다시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굳이 달라진 걸 찾으라면 마음가짐 정도. 알 수 없는 긍정의 에너지가 내 안에 생긴 게 큰 변화라면 변화겠지. 실패하더라도,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일단 해보자는 마음. 이 마음으로 올해도 열심히 살아보자.
아직 올해의 목표를 단정하긴 이르다. 이제 겨우 3월의 중순이고, 아직 계절은 여름과 가을, 겨울이 남아있다. 봄도 아직 남았으니 마음을 새롭게 다잡고 시작해도 늦지 않은 시점이다.
내게 주어진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고, 또 내일도 최선을 다해 살고, 하다가 조금 안 되면 쉬기도 하고, 그렇지만 꾸준히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면 올해 나는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기대된다.
그럼, 조금이라도 덜 실망하기 위해 남은 하루도 잘 마무리하자.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하루빨리 전쟁의 고통이 멈추기를 기도하자.
전쟁을 멈춰주소서.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