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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Mar 18. 2022

평범함의 위대함

PORTRAIT. 2022년 3월 18일 금요일, 흐리고 비.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현상보다는 그 속의 본질, 또 개인과 사회의 근원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우리는 결국 모두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봤을 때, 나를 있게 해 준 태초의 그 무엇에 대한 경외심이 이 같은 궁금증을 키우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는 모두 별의 물질로 이뤄진 존재이기에 끝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우주를 향해 나아가려는 것처럼 말이다.


암튼, 도대체 우리 사회에서 자유란 무엇일까 궁금해 늦게나마 ‘자유론’을 읽기 시작했다. 대선 때부터 극심해진 분열과 적대감을 바라보며,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독재를 바라보며 새삼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민주주의 제도의 정의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는 정말 제대로 된 민주주의 체제 속에 운영되고 있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이런 궁금증을 품은 내게 ‘자유론’은 좋은 선생이었다. 다 읽진 않았지만 가령 이런 문장은 밑줄을 긋도록 만들었다.


“인류가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한 개인의 자유에 간섭하기 위해 스스로를 정당화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자기 방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권력이 사회의 한 구성원에 대해 그의 의사에 반해서 정당한 제재를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목적은 다른 구성원에게 미치는 위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자신의 행복이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간에, 타인의 자유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사람은 행동을 함으로써 타인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하지 않음으로써 해를 끼치기도 한다. 이때 어느 경우에나 그 해악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이미 다 아는 말 같지만, 과연 우리 사회는 이 원칙을 지키고 있을까? 특히 익명성 뒤에 숨은 폭력과 여론몰이는 현재의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무력감과 두려움이 나를 지배한다. 거기서 벗어나 보려고 발버둥 치지만, 쉽지 않다. 

그저 또 하루 이렇게 평안하게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난 앞으로의 삶도 이렇게 그저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며 보내야 하는 걸까?

평범함의 위대함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이 공허함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걸까?


1년을 더 버티기로 다짐한 게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슬럼프일 수도 있는 지금, 잘 견뎌내자. 


견디는 과정에 있어 차 한 잔의 여유만큼 좋은 것도 없다. 또 이렇게 생각나는 대로 주저 없이 써 내려가는 일기만큼 좋은 것도 없다. 

좋은 것 두 가지를 동시에 했으니 지금 나는 행복하다 말할 수 있겠지.


그저 내 평온하고 무료했던 하루가 아무 의미 없는 삶의 한 조각이 아니라 의미를 찾고 공동체를 위한 헌신에 다가가는 과정이길 바란다.     


그럼 내일도 열심히 살아보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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