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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웅 Mar 27. 2022

B와 D사이의 C

PORTRAIT. 2022년 3월 27일 일요일, 맑음.

이번 주말도 금세 지나가 버렸다. 

주말이라고 게으르게 보내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는데,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아닌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이렇게 한 주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에 희망을 본다. 

지나간 시간에 머물지 말고, 다가올 시간을 살자.


이번 주말에는 독서를 했고, 헌혈을 했고, 지인을 만나 종로를 거닐었고, 히스토리채널에서 방영된 ‘에이브러햄 링컨’ 시리즈 1편과 2편을 봤다. 

프랑스 석학인 자크 아탈리의 ‘생명경제로의 전환’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인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한 지식인의 조언이 담긴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향후 내가 선택할 진로와 관련해 몇몇 도움을 얻어 소중한 시간이었다. 


금요일에 책을 다 읽고, 홍대 헌혈의 집에 가서 68번째 전혈을 했다. 철분제를 꾸준히 먹은 뒤 철분 수치가 좋게 나와 기분이 좋았다. 현재 코로나19 영향으로 혈액 수급량이 비상이라고 하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어 좋았다. 물론, 문화상품권 2장도 받고 이날은 특별히 방향제도 선물로 받아 기분이 더 좋았다.


토요일에는 한 5년 만에 용진이를 다시 만나 인왕산 자락길을 함께 걸으며 그동안 서로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인왕산 자락길을 걷고 청와대를 지나 종로 피맛골을 거쳐 종각역 근처에 자리 잡은 한 주점에서 막걸리와 동동주를 한잔 마시며 회포를 풀었다. 

용진이와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대학 총학생회에서 울릉도와 독도를 견학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 프로그램을 참가하면서 용진이를 처음 만났다. 울릉도의 한 숙소에서 다들 밖으로 나가고 용진이와 나만 남아 얘기를 나누며 친해졌다. 그 후 1년 정도 함께 자취생활도 했다. 졸업 후에 용진이는 취직을 해 경기도로 갔고, 나는 대전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남이 뜸해졌다. 그래도 몇 년에 한 번씩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했던 추억을 회상하며 즐거웠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더 좋았다. 이제 의미 없는 술자리는 질색인 나이가 된 거지.

헤어질 때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은 만나 함께 등산도 하고 영화도 보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인연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26일, 서울 인왕산 자락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모습.


이렇게 나름 서울에서 일정을 보내고 오늘 다시 내포로 내려와 방 청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저녁을 먹고, 뉴스를 본 후 이 글을 쓴다. 

이번 한 주는 감정적으로 꽤 힘들었는데 지금은 안정을 되찾았다. 그 이유는 바로 다시 노력해야 할 목표를 찾았기 때문이다. 물론 항상 목표는 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도전해야 할 것들을 정했다. 그러니 내 존재가 다시 의미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존감이 높아졌다. 3월이 끝나기 전에 다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사실, 올해의 시작은 그리 좋지 못했다. 전적으로 내가 판단해 선택한 결정이었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고민과 결정을 내린 후의 후유증이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다.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을 합격하고, 시나리오까지 제출해서 심사까지 받았지만 결국에는 대학원 진학을 1년 뒤로 미룬 결정. 과연 이 결정이 옳은 선택이었는가에 대한 의심이 나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1년을 더 버틸 수 있을 것인지, 새로운 도전에 나설 용기가 없는 건 아닌지, 이제 더는 기회가 없는 건 아닌지 등등. 온갖 생각은 번민으로 내 어깨를 짓눌렀다. 누구에게도 조언을 구할 수 없기에 혼자 짊어진 채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다시 이겨냈다. 내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음을 최근에 다시 확신하게 됐다. 오히려 이런 시련을 겪으며 더 많은 기회를 찾게 됐다. 그래서 다시 도전해야 할 목표를 위해 힘을 낼 수 있게 됐고, 내게 놓인 몇 개월의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이 생각난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결국, 인생은 선택이다. 맞는 말이다. 실존이란 곧 선택에 대한 책임의 다른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암튼, 무언가를 선택했으면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내 인생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나 또한 지금 처음 가고 있는 길이기에 정답은 없고, 남들의 판단도 무의미한 것이다. 


오직 자신에게 진실하고, 떳떳하면 된다. 그러면 꼭 내가 목표한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소소하고 소중한 일상을 보내며 내게 다시 목표를 알려주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 이번 주말이 너무나 고맙다. 이번 주말을 보낸 모든 이들이 새로운 한 주를 힘차게 보낼 수 있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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