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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gzort Sep 14. 2021

어린 나이에 혼술, 낭만인 걸까요?

최백호 17집 「낭만에 대하여」

https://www.youtube.com/watch?v=znHnfR0wdXU

최백호 「17집」 Track 7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 】 「낭만에 대하여」


어린 나이에 혼술, 낭만인 걸까요?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곳에 대하여"』
 - 낭만에 대하여 中



혼자서 술 한잔씩 하며 완벽히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나. 문득, "내 청춘을 헛되이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친구들은 "우리 나이에 사람이랑 어울려서 놀기도 하고 그러지 넌 왜 그러냐?" 라며 종종 내게 핀잔을 준다.


여기저기 혼자 다니다 보니 혼자 보내는 시간들이 마치 "약속된 자리처럼 도박판에 판깔고 모인 사람 같지 않은 그런 느낌이랄까?"

어쨌든 난 '혼술'에 그런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청춘을 낭비하다."

물론 목표나 이루고자 하는 열정, 혹은 꿈을 향한 '바람' 과는 거리가 먼 "청춘을 청춘답게 살고 있는가?" 그런 맥락의 술김에 던진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얼마 전 불혹에 나이를 지난 형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야! 넌 술을 즐길 줄 아는 놈이야~!"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술을 마셨는데, 뭐 같이 놀고 마시고 안 해봤겠니?"

"여태껏 마셔 본 술 중에 가장 맛있는 술은!..."

"단연 혼자 먹는 술이야"


"크........................"

그때 난 그리운 친구를 만난 것 마냥 크게 감탄하며,

"내 청춘은 헛되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구나!"

"그 누구보다 앞서서 알차게 보내고 있구나!"

"그래 난 선구적 애주가야!"

"그래! 난 나 나름 '낭만'과 '사색'을 즐길 줄 아는 놈이라고!!"

라며 자기 위로했었나?



어쨌든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난 노래가 주는 '짠맛' '단맛' '신맛'을

3분이란 '한잔'으로 맛볼 줄 아는 놈이라고 생각한다. 한 병의 '위스키', '작은 스피커'와 함께 라면,

그 어떤 곳이든 나에겐 '술집'이고 내 '나와바리'다.


그런데..  '낭만'이란 놈이 영원할 것 같지 않다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됐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가사를 보며, 더럽게 짜고 짜서 목이 메는 먹먹함이랄까? 애잔한 맛이랄까?

여태껏 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졌다.

이제야 이 '노래'가 뭘 말하고 싶은지 알 것만 같았다.


"그래 우리 다 젊어! 젊고 창창하고 청춘이야~"

"나이가 뭐가 중요하니 마음먹기 나름 아니야!? 어!?"

안타깝지만 그런 말을 한 순간 이미 당신의 '청춘'은 지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젊을 땐 낭만이니 청춘이니 그런다지만, 나이 들면 궁색이라"그런 말이 있다.

그 청춘이 아직 우리 안에 살아 숨 쉬고,

그 낭만도 아직 우리 안에 살아 숨 쉬고..

그 '달콤함'도 아직 우리 안에 그대로 지만..

그때의 청춘도

그때의 낭만도

그때의 달콤함도 가버리고 없다.

"가버린 청춘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청춘의 낭만'과 '황혼의 낭만'

'청춘의', '황혼의'

이 두 수식어 만으로 '낭만'의 의미가 바뀐다는 걸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언젠간 이 낭만과 사색도 궁색이 되어 돌아올 거니까"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낭만에 대하여"》

 - 낭만에 대하여 中



최백호 「17집」
최백호 「17집」 수록곡


소개한 음반은 [ 최백호 ]의 '17번째 앨범 어이'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찾아 듣진 않았고 원치 않게 천 번 이상은 들었던, 지극히 개인적으론 듣고 싶지 않은 노래 10위 안에 들었던 ''이다.

그럼에도 이 글에 꺼낸 이유는 그 ''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만 같아서이다.


최백호 : “잃어버린 낭만이란, 시간. 젊은 시절의 어떤 실연의 상처마저도 지금은 아쉬우니까요.”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 낭만에 대하여 中


『낭만에 대하여』는 최백호의 자작곡이다. 이 노랫말의 사연은 결핵으로 인해 1년 만에 의가사 제대 한 최백호가 부산 동래시장을 지나다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선 옛날 다방 2층에서 시작된다.

'최백호'는 '다방'에서 색소폰 연주를 듣는다. '에이스 캐논'의 ‘로라’라는 곡, 그날 그가 보고 들은 '소리'와 '풍경'이 세월이 흘러 『낭만에 대하여』라는 곡이 됐다.

난 분명 확신한다. 곡의 가사를 쓴 당사자는 술을 하지 않고서야 '씁쓸한 도라지 위스키 한잔'으로 지난날의 향수와 사랑을 회상하는 감상을 밋밋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써 내릴 수 있었을까?

지난 실연 마저 그리워하며 '고독한 남자'로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짙은 립스틱을 바른 마담에게 실없는 농담을 건넬 수 있었을까?

난 그가 같은 '애주가'임을 확신한다. 분명 '씁쓸한 위스키 한 잔'으로 그는 비어 버린 곳을 채워내고 싶었을 것이다.


'최백호'는 1950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가수이지만 노래보다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의 나이에도 실력 있는 화가처럼 그림을 그려낸다.

그가 가수가 돼야만 했었던 이유는 어머니를 여의고 가정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무대에 서야 했다. 그러다 그렇게 아내인 가수 '하수영'을 만나 서울로 가게 됐고 데뷔해 우리에게 데뷔곡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처음 나타났다.


데뷔곡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는 3개월 만에 6,000장이 판매돼 가요계에 '최백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최백호'는 나이가 들어도 힘을 잃지 않고 되려 파워풀한 가창력을 보여주는 가수가 아닌가 싶다.

기복이란 게 있을 법도 한데, 오히려 현재 기량을 보면, 과거의 기량보다 더 풍부하고 잘 제련된 소리가 뿜어져 나온다. 아마도 꾸준한 연습과 끈기 있는 열정이 그의 목소리의 원료가 아녔을까?

『부산에 가면』, 『첫사랑』등 지금까지도 지치지 않는 음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의 지치지 않는 끈기에 아티스트로서 존경의 의미를 표한다. 앞으로도 꾸준한 열정과 음악활동으로 그의 음악을 계속 접할 수 있기를..


최백호 :

“정말 바빠진 건 육십 넘어서였어요. 이 상태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각오는 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흔이 돼도 저는 ‘입영전야’를 부를 수 있거든요. 소리가 안 나올 때도 노래하는 방법이 있어요. 젊었을 때 한 호흡으로 했다면 네 호흡으로 나눠서 해도 얼마든지 가사를 표현할 수 있어요. 여든에는 여든의 호흡으로 노래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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