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프라이데이
프라이데이
<로빈슨 크루소>(1719)의 줄거리는 콜럼버스의 항해 이야기와 비슷하다. 로빈슨은 브라질에서 사탕수수와 담배 플랜테이션을 소유한 농장주였다. 가혹한 착취로 인디오들이 절멸했다. 다른 농장주들도 사정은 같았다. 여러 농장주가 그에게 노예를 구해 오면 비싼 값에 사겠다고 제안했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사서 되팔면 큰돈을 벌 수 있겠다는 셈을 했다. 노예해안에 있는 기니로 가는 배를 탔다. 배가 난파되었고 오리노코강 입구 어느 섬에 표류했다. 그곳에서 식인종을 만났고, 노예로 삼는다고 말했다. 그가 영어를 말하지 못하니 ‘말하는 법’을 가르쳤다. “예스” 아니면 “노”로 대답하게 했다. 15년 만에 노예의 주인이 되었다. 주인이 된 날을 잊지 않으려 프라이데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노예가 로빈슨을 부를 때는 ‘주인님’으로 부르게 가르쳤다. ‘마이 로드’가 무슨 뜻인지 프라이데이는 알 리 없었다. 유럽인의 종교를 따라 하게 했다. 그리고 “이제 그를 쓸모 있고 부리기 편하며 내게 도움이 되게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쳤다.” 로빈슨이 원주민에게 한 행동은 콜럼버스가 카리브에서 원주민을 처음 만나했던 행동과 비슷했다. 콜럼버스도 과나하니에서 원주민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이 무척 영리하고 몸이 건장하니 노예로 삼으면 마땅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원주민을 붙잡아 가이드로 데리고 다니며 왕인 양 행세했다. 콜럼버스는 가이드 삼은 다이노를 스페인식으로 디에고 콜론이라 불렀다. 자신의 성을 딴 콜론이라는 이름은 콜럼버스가 이 노예의 주인이라는 의미였다. 로빈슨은 원주민을 처음 만났을 때 그의 행동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가 내게 다가와 다시 무릎 꿇었다. 땅바닥에 머리를 대고 입을 땅에 대더니, 내 발을 잡아 제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아마 영원히 내 노예가 되겠다고 맹세하는 듯했다.” 이 행동은 다이노 가시관 구가나가리가 콜럼버스를 처음 만났을 때 큰절을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다이노들은 손님이 오면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는 풍속이 있었다. 콜럼버스와 로빈슨 모두 백인이 아닌 사람은 유럽인의 노예가 되는 관계를 당연하게 여겼다. 유럽인에게 종속되는 관계를 자발적으로 동의하는 계약처럼 인식했다. 원주민의 신화와 심성 세계에 대해서는 헤아릴 의사가 전혀 없었다. 로빈슨도 콜럼버스처럼 섬에 도착하자마자 스스로 이 땅의 소유자이자 왕을 자처했다. “이 모든 게 다 내 것이고, 나는 이 모든 지역에 대해 절대로 무효로 할 수 없는 권한을 지닌 왕이자 군주이며 소유자로서 계곡을 탐색한다”라고 했다. 콜럼버스는 섬에 내렸을 때 카스티야 왕실 깃발과 F와 Y가 새겨진 크로스 파테 깃발을 꽂아 이제부터 그 땅의 주인은 카스티야라고 선언했다. 콜럼버스가 갑옷과 말, 창칼, 대포 같은 비대칭적 철제 무기를 갖고 상륙했듯이 로빈슨은 손에 총을 쥐고 있었다.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지닌 비대칭적 무기의 폭력성과 공포에 대해서는 헤아리지 않았다, <로빈슨 크루소>는 최초의 서양 근대소설로 꼽힌다. 이 소설에서 비유럽인, 비기독교인은 유럽 기독교인에게 자발적으로 굴종하고 지배에 순응하였다. 만남 이전부터 로빈슨의 노예가 되기 위해 있었던 존재였다. 로빈슨은 콜럼버스의 생각과 행동을 판박이 했다. 그런 로빈슨은 근대 유럽인들의 생각에 길라잡이가 되었다. 콜럼버스와 로빈슨 크루소는 백인 우월주의와 식민주의를 상징하는 전형이자 영웅이었다.
약육강식 시대의 침략자로서 가장 성공적인 우상이었다. 그런 약탈의 시대가 동아시아에서는 1960년대 후반에야 끝났다. 500년이었다. 대니얼 디포는 18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계몽주의 지식인이었다. 디포는 로빈슨의 입을 빌려 스페인을 비판하고 인디오에 대해 이렇게 연민했다. “스페인인은 식민지에서 무수한 원주민들을 학살했다. 비록 그 원주민들이 우상을 하고, 야만인이고, 잔인하며, 미개한 의식을 한다 해도 사실 그들은 정말로 아무런 죄가 없는 순수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스페인은 사랑이라는 원칙도 없는 왕국이며, 불행에 빠져 비참해진 자들에 연민도 동정심도 없는 족속들이다…. 사랑과 연민과 동정심이야말로 관대함 넘치는 우리 영국인들의 심성이다.” 계몽사상은 인간의 이성을 신뢰했다. 그러나 계몽주의의 신은 유럽인이 아닌 자, 백인이 아닌 자, 기독교도가 아닌 자에게는 이성을 세례 하지 않았다. 디포와 존 로크가 이성을 찬양하고 인권은 하늘로부터 받은 자연권이니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권리라고 말할 때 그들의 조국 영국은 아프리카인 노예무역의 꽃을 한창 피우고 있었다. 존 로크는 또 노예 노동을 투입하는 인간만이 식민지에서 소유권을 가질 수 있고, 노예를 투입할 수 없는 원주민은 토지에 대한 권리를 자동 상실한다고 했다. 계몽주의가 원주민을 약탈하고 노예 삼는 큰 사상의 창이 되었다. 기독교 유럽의 세계 약탈은 그렇게 활짝 피었다.
프라이데이. 오리노코강 원주민. 그도 다이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