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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이노

6. 다이노

#143. 아야

by 조이진

아야

다이노들은 코해바에 쓰이는 약초 세 가지를 중시했다. 여보 나무와 잇꽃, 괴요라고 부르는 코카 열매 세 가지다. 코카는 다박고를 만들어 피울 때도 썼다. 이 밖에도 병자를 치료하는 쓰는 여러 나무와 식물, 그리고 허브류의 풀들을 중시했다. 그런 약초들에는 병든 자의 몸을 차지한 병마와 싸우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여겼다. 다이노들에 병이란 아픈 자가 살면서 본성을 어겨 신체와 자연의 조화를 깨뜨려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오비에도는 보이게를 “대단한 허브 전문가”이고, “우리 땅에 나고 자라는 나무와 식물과 풀들에 대해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고, 그것들로 병든 자들을 치료하는 지식도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보이게를 기독교 성인처럼 받들고 복종했다. 기독교인들의 세계에서 신부 같은 존재다”라고 기록했다. ‘우리 땅’은 스페인이 이미 정복한 식민지를 말한다. 다이노들은 문자를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보이게의 지식은 모두 조상들로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경험지식과 암묵 지식이었다. 형식화되지 못했던 지식체계였으므로 기독교인들이 다이노 사회를 파괴할 때 대부분 소실되었다. 그렇지만 쿠바는 들의 다양한 꽃과 약초를 이용한 전통 치료법을 여전히 의술에 적용하고 있고, 돌 침으로 치료하는 전통 의술도 남아있다. 쿠바는 조상들이 쓰던 약초를 현대 의학에 접목하고 있다.


매독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서 가져온 질병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그러나 콜럼버스가 항해를 떠나기도 전인 15세기 전반에 성병은 유럽에 퍼져있었다. 15세기 전반이면 포르투갈이 엘미나에서 흑인들을 노예로 잡아다 팔기 시작한 때다. 16만 년 전 케냐에 살았던 호모 에렉투스의 사체에서 트레포네마 팔리둠이 발견되었다. 15세기 무렵 아프리카에서는 이미 트레포네마 균이 널리 퍼져있었다. 기독교인들을 따라 유럽에 건너간 트레포네마가 콜럼버스의 배에 밀항하여 대서양을 건넜다. 다이노 여인들이 성병에 걸렸다. 그리고 다시 기독교인들이 감염되었다. 기독교인들이 카리브해에서 살기 힘들어지자 스페인으로 되돌아갔을 때 유럽에 크게 트레포네마가 퍼졌다. 스페인이 금과 은으로 크게 부유해지자 카리브해 일대에 영국, 프랑스 해적이 들끓었다. 그들도 다이노 여인들을 강간했다. 16세기에 성병이 유럽에 창궐했다. 아메리카와 접촉이 활발한 시기에 유럽에서 성병이 창궐하자 유럽인들은 성병의 원산지를 아메리카로 지목했다. 라스 카사스는 “다이노 여자들은 오직 한 남자 말고는 간음하지 않는다”라고 기록했다. 다이노들은 성병을 “아야yaya”라고 했다. 나선균은 무척 고통스러운 여러 증상을 일으킨다. 매독균인 스피로헤타가 대표적인 나선균이다. 기독교인들이 침략했을 때 이 병이 갑자기 빈발했다. 처음 겪는 이상한 병에 다이노들은 무척 아팠다. 다이노들은 “아야”를 과야칸guayacán 나무에서 채취한 가루로 치료했다. 그때 유럽에는 성병 치료법이 전혀 없었다. 이 가루를 다이노들은 살사빠리야sarsaparilla라고 부른다고 기록했다. 스페인 사람들이 성병 치료를 위해 이 나무를 베서 스페인으로 수출했다. 치료 약이 없던 스페인 사람들은 이 나무를 “성스러운 나무palo santo”라고 불렀다. 그때가 1508년이다. 콜럼버스가 카리브에 도착한 지 불과 얼마 안 된 때 일이다. 유럽에 얼마나 성병이 만연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과야칸 나무를 시작으로 아바나 항에서 유럽으로 목재가 수출되기 시작했다. 약재보다는 더 큰 쓰임이 나타났다. 스페인과 유럽 기사들이 그 나무로 창과 칼의 손잡이로 만들었다. 과야칸 나무는 밀도가 높아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나무라고도 한다. 그런 나무들을 노예가 된 다이노들이 돌도끼로 수천 번을 내리쳐 베어내 스페인으로 가는 배에 실어야 했다. 콜럼버스가 ‘이 세상 어디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땅은 볼 수 없다’라고 한 쿠바의 숲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web_1672835104.jpeg 과야칸 나무. 유럽의 성병 치료제로 쓰였다.


아버지 콜럼버스의 손을 잡고 처음 스페인 팔로스항구에 내린 아들 디에고 콜럼버스가 또 한 차례 큰돈을 번 계기가 있었다. 중세 유럽은 전쟁의 늪에 빠져 크고 작은 전투가 숱하게 치러지고 있었다. 아메리카에서 들어오는 금은을 자본 삼아 스페인은 유럽의 전쟁 국가가 되었다. 전쟁 부상자가 많았지만 적당한 치료 약은 없었다. 오비에도의 기록에 따르면 히스파니올라에 와있던 스페인 군인 겸 제약 상인이 다이노 부인들에게 고약 제조법을 배웠다. 다이노들은 과고나호라는 나무의 껍질에서 수액을 받아 끓여 고약을 만들었다. 놀랍게도 다이노들은 과고나호 나무 중에서도 자연사한 뒤 땅속에서 12년이 지난 고목에서만 이 레진을 채취할 수 있었다. 일부러 벤 나무에서는 이 레진이 나오지 않았다. 이 고약은 “새살을 돋게 하고, 창과 칼에 베인 상처는 물론이고, 어떤 상처든 빨리 치료하고, 피를 금세 멎게 해 주는데 이렇게 빨리 상처를 봉합해 주는 치료 약은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다. 게다가 다른 병에도 잘 들었다. 약효가 안 듣는 병이 없었다”라고 오비에도가 적었다. 디에고 콜럼버스는 고약 제조법을 그 제약 상인에게 사들였다. 스페인의 신세계 침공으로 촉발된 유럽의 근대 형성기는 전쟁으로 점철된 시기다. 고약 수요가 폭발했다. 디에고 콜럼버스는 아버지 콜럼버스와 함께 직위에서 쫓겨났지만, 고약 사업으로 여전히 큰돈을 벌었다. 지금도 콜럼버스 가문은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 중 하나다. 디에고의 고약 사업이 그 재력의 기반이 되었다. 유럽의 병사들도 쓰러졌지만, 카리브의 나무들도 그와 같이 베어졌다. 지금에 이 나무는 향수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원재료다. 향의 바탕을 안정적으로 잡아 주는 기본 에센스로 사용되고 있다. 이 나무도 멸종될 위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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