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탱고

#253 먼로

by 조이진

먼로독트린

미국은 영국이 쿠바를 삼킬 것을 걱정했다. 아직 미국의 해군력이 영국에 도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반면에 영국은 미국이 쿠바에 먼저 움직일까 근심했다. 이해의 목표가 같았던 셈이다. 영국은 두 나라 모두 스페인의 현재와 과거 식민지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두 나라 말고 다른 나라가 장악하는 것도 역시 반대한다는 것에 상호 합의하자고 먼저 제안해 왔다. 영국은 프랑스와 러시아를 의식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토머스 제퍼슨 때부터 분명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쿠바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미국이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로리다와 함께 쿠바를 가져야 미국이 멕시코만을 통제할 수 있다. 그것이 땅에 떨어질 것을 기다렸던 미국인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의 아이디얼 맵이었다. 제퍼슨도 중력의 법칙을 믿었다. 그런 마당에 영국의 제안은 미국에 이익될 것이 없었다. 스페인은 다시 라틴 아메리카에 진출할 기력을 잃었다. 프랑스나 러시아가 아메리카에 발을 들여놓겠다면 전쟁으로 대결할 문제였다. 미국이 영국의 제안에 호응하면 미국의 손발만 묶일 터였다. 쿠바는 미국 단독으로도 지킬 수 있었다. 단독으로 지켜야만 했다. 가까운 미래에 미국의 땅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를 반영해 미국이 먼로독트린을 선언했다. 미국은 아메리카 어느 곳이라도 다시는 유럽 세력의 식민지가 되도록 놓아두지 않으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쿠바처럼 아직 스페인의 식민지로 남아있는 곳에 대해서는 미국도 간섭하지 않을 테니 마찬가지로 유럽 누구도 간섭하지 마라고도 했다. 이것은 프랑스와 러시아는 물론이고 사실상 영국에 대해 으름장을 놓은 것이었다. 먼로주의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해군력을 지닌 영국에게 라틴 아메리카에 숟가락을 들이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현상을 유지하고 있으면 쿠바는 결국 미국 품으로 떨어질 것이니 때를 기다린다는 미국의 전략 선언이었다. 쿠바 부르주아들은 미국을 좋아했다. 그들도 미국도 노예가 필요했다. 그러니 시간과 중력은 오직 미국의 편이었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독립. 대개 1810~20년대에 독립했지만, 쿠바만 80여년 늦게 독립했다.

원죄

변죽 울리는 소리였다. 그 시절 미국은 그런 거창한 독트린을 관철할 군사력이 없었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먼로독트린은 라틴 아메리카 전체에서 유럽 국가의 진출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쿠바에서 미국의 자본을 보호하고 촉진하는데 실효를 거두었다. 먼로독트린이 노린 또 하나는 쿠바인들에 의한 쿠바 독립을 막는 것이었다. 미국이 노예제를 반대하는 영국의 쿠바 개입을 억제함으로써 쿠바에서 노예제를 옹호하도록 하는 전략이기도 했다. 노예 옹호는 쿠바를 독립 혁명이 아닌 설탕 생산성 혁신의 길로 계속 유도하는 것이었다. 설탕 부르주아 엘리트들은 미국의 엄호 아래 노예제를 유지했다. 독립도 추구하지 않았다. 그 점에서 먼로독트린은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라틴 아메리카 대부분이 독립을 이루었을 때도 쿠바는 독립하지 않았다. 노쇠한 돈키호테 처지가 된 스페인이 아직 쿠바를 손에 쥐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쿠바라는 사과의 단물을 미국과 스페인이 함께 빼먹고 있었다. 시간이 더 흐르고 때가 되면 사과는 떨어질 터. 중력이 법칙으로 입증될 때를 미국은 기다렸다. 국무장관 애덤스는 먼로 후임으로 미국 6대 대통령이 되었다.

Jamesmonroe-npgallery.jpg 먼로주의를 주장한 미국 먼로 대통령. 영국의 쿠바 개입을 막아 쿠바의 노예제를 지속하는데 실효성이 있었다.

국제정치에 중력은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아직은 입증되지 않았다. 사과는 아담의 에덴동산에 떨어지지 않고 아직도 그대로 매달려있다. 쿠바가 푸에르토리코처럼 미국의 식민지가 되었다면 미국이 그토록 쿠바에 고통을 주고 있지 않을 것이다. 푸에르토리코는 공식적으로는 공화국이지만 스페인과 전쟁에서 이긴 미국이 차지한 자치령이다. 자치령이란 주권이 없는 나라라는 뜻이다. 별도의 국가 이름을 갖고 있으니 미국의 51개 주와 동등하지도 않다. 미국의 식민지라는 뜻이다. 그러나 쿠바는 미국에도 굴종하지 않았다. 쿠바가 겪는 고통에 원죄가 있다면 사과를 따 먹으려는 미국이라는 아담이 바로 가까이에 있다는 것과 아담에게 굴종하지 않으려는 다이노 때부터 저항해 온 조상의 역사에 대한 쿠바인들의 자부심에 있다. 그래서 독립된 자유 쿠바는 아직도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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