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케이크워크

#262 케이크워크

케이크워크

증기선이 뉴욕항에 들어왔다. 남북전쟁이 치열한 때인지라 기사가 넘칠 만도 했지만, 뉴욕타임스까지도 고트초크의 귀국을 알리는　기사를　실었다. 이제는 미국에서도 그를 소개할 때 이름 전체를 쓰지　않아도　되었다. 기사는 그를 “이제껏 아메리카 대륙에서 한 번도 나온 적 없었던 위대하고 가장 아메리카적인 독보적인 아티스트”라고 했다. 그 시기에 미국 내륙 깊숙이 철도가 빠르게 부설되고 있었다． 그는 기차를　타고 ２５，０００km를　여행하며 4개월 남짓 동안에 ８５회　공연했다. 기차라는 경이로운 신문물이 미국　곳곳에　고트초크의 피아노와 예술도 싣고 달렸다.　프랑스의 기차가 클로드 모네의 그림에 빛을 비추었듯이 미국의 기차는 고트초크와 미국의 음악을 변화시켰다. 링컨 대통령 부부도 그의 객석에서 커튼콜을 외쳤다． 미국은 그의 조국이었지만 아바나에서 했던 대규모 공연을 보여 줄 수 없었다.　그가　작곡한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8대의 피아노곡으로 연주하는 정도였다. 공연장 여건도 제약이었지만 흑인 노예 문제로 남북 간에 전쟁을 치를 지경인 미국에서 고트초크　음악의　특징인　아프리카인들의 악기를 써　연주하고 노예를 연주자로 무대에 올린다는 것을 미국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일은 그들이 부여받은 ‘명백한 운명’의 목록에 없었다. <열대의 밤>은 고트초크가　죽은　지　８６년　뒤인　1955년에서야 미국에서 초연되었다. 아바나에서 고트초크가 했던　공연에 비하면 미니어처 수준이었다. 고트초크가 살아서 그 연주를 들었다면 누가　작곡한　곡인가 하고　물었을 것이다. 그는 미국을 순회하며 자기의 음악을 대중에게 들려주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의 크리올과 뉴올리언스의 흑인과 광대들의 서커스 천막 공연에서 받은 영감들을 작곡과 연주에 반영했다. 기차는 지리적인 공간도 단축했지만, 음악적 공간도 좁혀주었다. 그가 다녀간 뒤로 미국에서 음악은 즐거운 것이어야 했다. 그는 가는 곳마다 흰　장갑을　끼고　무대에 올랐고, 마지막 곡 연주를 마치면 장갑의 손가락 하나를　잘라 무대 마루에　던졌다. 환호하던 여성　팬들이 그 조각을　줍기 위해 무대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의 무대는 언제나 대중에게 박수를 요청하고 있었다. 그는 위대한 쇼맨이었다. 대형 콘서트를 감독하고 지휘한 최초의 미국인 콘서트 아티스트였다.

<크리오요의 눈동자>로 미국의 음악이 변했다. 이 곡은 남부　주들이　대포에　포탄을　채워　넣고　있을　때 뉴올리언스에서도 연주되었다.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듀오로 연주했다. 고트초크는 네 손 스무 손가락으로 연주하도록 편곡했는데 이런 현란한 기교와 쇼 퍼포먼스는 다분히 리스트 스타일이었다. 이때 듀오로 함께 연주한 피아니스트가 쿠바에서 만난 에스파데로였다. 17마리의 고양이 관객 앞에서만 피아노를 연주하던 천재 피아니스트가 미국까지 외출했다. P.T.바넘의 코끼리 쇼와는 완전히 다른 화려한 연주 공연을 처음 본 미국인들이 경이로움에 열광했다. 이 곡은 주제부를 반복하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의 폴카 곡이지만 아바나의 탱고 리듬도 담고 있었다. 유럽　음악과 아바나　음악이 <크리오요의 눈동자>에서 하나로 만나 단순하지만 강렬한 쿠바 콘트라단자 곡이 최초의 미국적인 음악 장르인 케이크워크 스타일 음악의 뿌리요 원형이 되었다. 뉴올리언스에서 고트초크의 연주를 본 한 미국 음악가가 만든 <조지아 캠프 파티At a Georgia Camp meeting>(1897)라는 폴카 곡이 최초의 케이크워크 곡이다.

코트초크의 탱고 리듬에 착안해 작곡한 최초의 케이크워크곡. 이 곡으로 미국은 이제 처음 미국적 음악을 낳게 된다. 재즈와 로큰롤이 모두 이 곡의 영향으로 탄생했다.

<크리오요의 눈동자>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영감을 주어 다양하게 변주되었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로 남부든 북부든 다양한 민스트럴 쇼가 공연되었고, 공연 음악은 대개 <크리오요의 눈동자>를 조금씩 변주한 고트초크의 음악을 변주한 초크라인워크 장르로 채워졌다. 음악사학자들은 재즈와 포크를 비롯한 모든 미국 대중음악은 고트초크라는 뿌리에서　나와　다양하게 발전했다고 본다. 비옥한　삼각주 뉴올리언스와 루이지애나에서 뿌려진 고트초크의 <크리오요의 눈동자>는 미시시피강을 따라 펼쳐진 목화 농장에서 초크라인워크로 변주되었고, 꽃망울이　된　고트초크의 음악은 루이 암스트롱이 소년기를 보낸 1920년대에 뉴올리언스에서　재즈라는　꽃이 되어　활짝 피었다. 고트초크 음악의 특징은 왼손은 유럽 클래식, 오른손은 아바네라 탱고였다. 그러니까 미국 재즈와 포크 음악의 뿌리의 한 갈래는 유럽 음악이며 또 한 갈래는 춤추는 쿠바인들을 그린 풍경화 <크리오요의 눈동자>의 아바나의　탱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