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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진 Feb 22. 2024

14. 말레콘

#307 살사

살사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뉴욕에서는 손을 녹음한 음반이 재즈보다 많이 팔렸고 라디오는 방송국마다 날마다 쿠바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고, 스튜디오들은 쿠바 뮤지션을 뉴욕에 데려와 녹음하려고 앞을 다퉜다. 쿠바 음악의 황금시대가 열렸고 쿠바의 흑인 뮤지션들은 몇 년 전과 비교해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트럼펫이 가세함으로써 손은 악기 편성을 완성했고, 손이 쿠바와 미국 음악계에서 크게 히트를 이어가니 기타에만 의지해 사랑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노래한 볼레로는 그 인기가 사그라들어 볼레로 뮤지션들이 손 장르로 합류했다. 볼레로 가수의 화음을 부르는 기술은 손 장르에서도 유용했고, 뮤지션 층도 두터워졌다. 피녜이로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경험하면서 모던한 리듬과 박자가 어떤 것인지 영감을 갖고 있었다. 그는 특히 미국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 리듬과 노랫말이 중요하다는 것도, 재즈 스타일을 수용해야 유리하다는 것도 꿰뚫고 있었다. 피녜이로는 시인이기도 했다. 스페인 시문학의 오랜 형식이자 유럽 문학에서 시의 형성에 기초가 되었던 데시마decima를 그의 음악에 끌어들였다. 중세 바스크의 재잘에서 기원한 데시마는 10줄로 된 시 형식으로 각 연의 끝말에 라임rhyme을 사용했다. 오랜 전통의 스페인 문학의 형식이 피녜이로에 의해 쿠바 손 음악에서 되살아났다. 피녜이로는 이제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을 준비를 했다.     

쿠바 음악을 세계 음악시장에 데뷔 시킨 피녜이로. 가운데 더블베이스를 들고 있다. 그가 <살사를 듬뿍 뿌려요Échale Salsita>를 작곡했다. '살사'가 시작되었다.

  1929년에 세비야에서 이베리아-아메리카 박람회가 열렸다. 세계 최대의 행사에서 공연하기 위해 피녜이로도 세비야에 도착했다. 세비야 시는 아바나와 두 도시의 오랜 자매 관계의 역사를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쿠바의 피녜이로 7중주단을 초대해 공연하게 했고, 그의 공연은 이 행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행사였다. 피녜이로는 국제무대에서 쿠바 손을 뜨거운 장르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런 그들이 아바나에 돌아오자마자 팀을 해산했다. 이때 마차도가 카피톨리오 건설 공사를 시작했고 친 마차도 연예인이었던 그가 7중주단을 트럼펫 주자 헤레라에게 맡기고 공사장으로 출근했다. 쿠바에서 가장 인기 좋은 손 밴드를 이끄는 것보다 대리석 공사장에서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피톨리오가 완성되고 다시 뮤지션으로 돌아온 피녜이로가 공연을 위해 시카고로 가는 기차 안에서 개성 없는 미국식 소시지 식사를 받아 든 그가 세계 음악사에 길이 남을 곡 <살사를 듬뿍 뿌려요Échale Salsita>(1928)을 작곡했다. 흥겨운 인생에서 콩고 음악으로 맛을 낸 음식만큼 맛있는 것은 없으니 살사를 듬뿍 뿌려달라는 가사의 노래다. 살사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먹는 매콤한 소스의 한 가지다. 피녜이로는 이 노래에서 살사를 ‘인생을 톡톡 튀고 재미있게 하는 것은 쿠바의 춤과 음악’으로 상징하고 은유했다. 평소에도 쿠바 뮤지션들은 음악을 만들다 ‘뭔가 독특한 게 없을까?’ 고민할 때 ‘살사 같은 게 없을까?’라는 표현을 써왔다. 다이노 악기 클라베가 흥겨운 박자로 음악의 틀을 만들어가는 이 곡에 ‘살사’라는 단어가 라틴계 음악의 가사에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경제 대공황이 한창일 때 길거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살사~’하고 외치는 노랫말과 다이노 악기인 클라베와 마라카스, 기러와 아프리카 계인 봉고 드럼과 유럽 악기 트럼펫, 기타와 콘트라베이스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흥겨운 손이 대공황의 깊은 어둠에서 힘겨워하는 미국인들을 도심의 거리에서 춤추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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