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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엘 미나

3. 엘 미나

#037. 엔히크

by 조이진

항해

포르투갈이 아프리카를 공략한 루트는 두 갈래였다. 하나는 아프리카 연안을 따라 남하한 해상 루트고, 다른 하나는 지브롤터 건너편 세우타를 점령하고 아프리카 내륙으로 파고든 사막 루트였다. 해상 루트는 상인 길드가 주도했다. 돈이 목적이었다. 내륙 루트는 교회와 정치 세력들이 길을 잡았다. 이들의 전쟁은 모로코 일대를 정복해 이슬람 세력을 정복하겠다는 기독교의 복수전이었다. 해상 팽창 루트와 달리 내륙 정복전은 신통치 못했다. 포르투갈 왕이 직접 참전하기도 했다 전사하는 등 연전연패해서 일찌감치 포기했다. 이번에도 돈이 종교보다 더 강한 신념임을 입증했다. 포르투갈의 엔히크. 포르투갈 역사에서 정복과 팽창 시대의 영웅이다. 포르투갈은 엔히크가 항해하던 때를 대항해시대라고 부른다. 1415년 그가 지휘한 포르투갈이 지중해의 또 하나의 기둥 세우타를 차지했다. 과거 고트 스페인 시절에 세우타 성주가 성문을 열어주어 모슬렘이 이베리아에 홍수처럼 밀고 들어온 사연이 있는 세우타는 지중해 일대에서 최고 요충지다. 엔히크는 금이 모이는 세우타를 차지했으니 원산지에서 세우타까지도 직접 금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불구대천의 원수인 모슬렘 중간상에게 휘둘리는 것도 싫었고 이문을 나누기도 싫었다. 그러나 사하라사막과 모슬렘을 넘지 못한 엔히크 군대가 황금을 찾아갈 길은 뱃길뿐이었다. 엔히크의 ‘대항해’가 시작되었다. 엔히크는 아프리카 모로코 서쪽 해안을 따라 여러 척의 배를 보냈다. 세우타에서 출발한 포르투갈 상인들은 사하라사막 붉은 연안을 남하해 마데이라제도에 닿았다. 그곳을 거점 삼아 보자도르 곶Cape Bojador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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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까지 유럽 사람들에게 이곳은 무서운 바다mar tenebroso였다. 신이 금한 곳이므로 더 아래로 내려가면 배가 뒤집히고, 피부가 까맣게 타서 백인이 흑인으로 변한다는 전설의 바다였다. 백인들은 흑인의 검은 피부 네그라negra를 신이 저주해 형벌로 내린 피부색이라고 여겼다. 네그라는 ‘밤’ ‘어둠’이라는 뜻의 라틴어였다. 이 말을 포르투갈 사람들이 네그로라 부르면서 저주받은 색이 되었다. 본디 밤은 여성의 시간, 사랑의 공간이었으나 노예로 쓰기 위해 남성을 데려왔으므로 네그로는 남성명사가 되었다. 페르시아 상인 한노가 2,000년 전에 넘었던 무서운 바다를 포르투갈도 넘었다. 두려움도 사라졌다. 계속 남하했다. 황금 해안Gold Coast에 도착했다. 지금의 가나 앞바다. 1473년 뜨겁고 메마른 무풍지대와 적도를 넘었고, 콩고에 도착했다. 검은 강 니제르Niger 유역에서 상아와 금을 가지고 돌아왔다. 모슬렘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금과 상아를 확보했다. 피부색도 검게 바뀌지 않았다. 그 바다를 넘었어도 신은 저주를 내리지 않았다. 엔히크가 파견한 바르톨로메 디아스는 에티오피아를 찾아 나섰다가 폭풍우와 선원들의 반란에 직면하여 서둘러 되돌아오다 아프리카 최남단 케이프타운 작은 암석 곶을 돌면서 희망봉Cabo da Boa Esperança이라 이름 지었다. 바스쿠 다가마 Vasco da Gama는 그 희망봉을 돌아 인도에 도착했다. 포르투갈과 가톨릭교에는 제국주의의 희망을 준 대항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아메리카 인에게는 500년 식민지 노예로 살게 될 대고통의 항해가 시작되었다.

엔히크 지 아비스


엔히크의 뱃사람들 손에 나침반이 있었다. 이것이 있었기에 포르투갈의 항해가 가능했다. 나침반은 11세기 무렵 송나라가 처음 만들었다고 잘못 알려져 왔다. 그보다 2,000년 먼저 메소아메리카 최초 문명인들이 이미 나침반을 사용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어찌 된 일일까. 그런 나침반이 유라시아 서쪽 끄트머리까지 들어와서 포르투갈 뱃사람 손에도 쥐어져 있었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 끝을 보고 그 반대편 남쪽 끝을 보았다. 끝이 가리키는 밤하늘에 뜬 별자리를 보았다. 별자리는 계절마다 변했다. 나침반과 별자리가 유럽의 항해를 바꾸었다. 콜럼버스도 나침반과 별자리에 의지해 카리브 바다 어느 섬 뭍에 닿았다.

포르투갈은 서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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