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도미니 카니스

#067. 예루살렘

by 조이진

새 예루살렘

요한계시록의 마지막 부분의 주인공은 흰 말을 타신 분이다. 계시록은 몸에 그분의 이름이 쓰여 있어도 그분 이름은 그분만 알지 아무도 모른다고 기록했다. 또 하느님에게 심판하는 권세를 부여받은 자들과 예수의 복음을 전하다 죽은 자들만 부활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왕국에서 1천 년 동안 왕으로 살 수 있다고 했다. 또 최후의 심판을 거쳐서 하늘로부터 새 예루살렘이 내려온다고 했다.


이베리아는 통일되었다. 군주의 왕권도 제법 틀을 갖춰서 전제군주의 위엄도 반듯했다. 불신자들도 왕권에 대항하려는 불순분자들도 형제단이 모두 제거했으므로 사회가 정화되었다. 1492년 1월 1일 기독교 선발대가 알람브라에 입성했고, 다음날 2일 마지막 모슬렘 술탄이 알람브라 궁전의 열쇠를 가톨릭 국왕 부부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700년 전 건너왔던 해협 건너편 모로코 세우타로 떠났다. 오르티즈Ortiz의 그림<그라나다의 항복>(1882)은 800년 가까운 이슬람 지배가 끝나는 날을 그렸다.

Francisco Pradilla Ortiz - The Capitulation of Granada  - (MeisterDrucke-349765).jpg Ortiz의 <그라나다의 항복>(1882)

항복한 모슬렘의 고개를 낮춘 모습과 항복을 받아주어 고개를 쳐든 기독교인의 모습은 당당했다. 알람브라와 알라의 천국이 있다는 눈 덮인 네바다산은 저 멀리 아득했다. 이 그림에서 이사벨라는 흰 말을 탔고, 모슬렘 왕은 검은 말을 탔다. 보압딜이 그날 어떤 색의 말을 탔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이사벨라의 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그림에서 흰색은 기독교의 색이고, 선의 색이고, 승자의 색이었다. 검은색은 적그리스도의 색이고, 패자의 색이며, 악의 색이었다. 물론 흑인 노예의 색이기도 했다. 이 그림은 흑과 백에 대한 유럽 기독교인들의 생각을 분명히 표현했다. 모슬렘을 축출하고 유대인을 불태운 이사벨라. 그가 고해소에서 듣고 있는 마지막 신의 목소리는 새 예루살렘을 세우라는 것. 그곳에서 흰 말을 타신 분을 맞이하는 일. 이제 그 일이 남았다. 오직 피 깨끗한 기독교인만 사는 천국. 그것이 요한계시록이 적시한 새 예루살렘의 모습이었다. 하느님의 계획은 드러났다. 부유하고 충실한 이사벨라, 그리고 열심이며 영민하며 차가운 페르디난드를 참 도구로 쓸 계획이었다. 이 도구들은 다행히도 유대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므로 다루기도 좋았다. 이 가톨릭 부부가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했고, 신의 뜻을 받들어 본디 그곳에 살아왔던 사람들을 저주하고 멸했다. 하느님의 집이라는 가톨릭교회가 신을 대신해 이 부부를 도구로 사용했다. 콜럼버스와 이달고와 사제 형제단들이 행동대가 되었다. 이들은 모두 종말론과 천년왕국, 그리스도의 재림을 믿는 가톨릭교도들이다. 그들은 예수와 마리아를 믿었다. 그들의 예수와 마리아는 황금 옷을 입었다. 그들이 카리브와 아메리카에서 본디 살았던 원주민들을 물어뜯은 ‘주님의 사냥개’ 도미니 카니스Domini canis였다. 신의 사냥개들을 지휘계통상 서열로 나열해 보면 대강 이렇다. 첫 번째 우두머리 개는 천년왕국의 여왕으로 살고 싶었던 이사벨라. 두 번째 개는 로마가톨릭 교황과 스페인 추기경들. 세 번째 개는 영민하고 갚아야 할 빚이 많았던 페르디난드 왕. 네 번째는 황금을 탐욕한 종말론자 콜럼버스. 다섯 번째 개는 원주민을 불태운 화형식에서 천국으로 인도하는 형제단 사제들. 여섯 번째 개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견종 도고 카나리오, 일곱 번째 개는 카디스 때부터 인간을 조종해 온 황금이라는 또 하나의 신이었다. 요한계시록에서 일곱 천사가 나팔을 불자, 쿠바와 아메리카의 모든 땅에서 이들 신의 일곱 개가 사람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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