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 이사벨
이사벨
카디스에는 아프리카 사람의 머리 모양이 그려진 유적이 있다. 그림 속의 머리 모양은 유럽인들과 비슷한 북아프리카 사람들의 머리카락과는 아주 다르다. 카디스의 페르시아 상인들이 사하라 아래 검은 피부 아프리카 사람들을 노예로 부렸던 흔적이다. 카디스의 페르시아 상인들은 거래 장부에 피부 검은 자들의 머릿수를 셈한 기록을 흔하게 남겼다. 모가도르에서 북아프리카와 거래하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카디스는 흑인을 노예로 사 와 부렸다. 어쩌면 첫 번째 대량 거래 품목이었는지도 모른다. 카디스는 유럽에서 노예제가 처음 자리 잡은 도시다. 노예 가운데는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고 술을 함께 마시고 잠자리 시중드는 여자 노예도 있었다. 페니키아 상인들은 노예를 아프리카에서만 데려오지는 않았다. 지중해에서 가장 힘이 약했던 유대인들도 잡아 왔다. 히브리 사람들의 경전 사무엘기 열왕기는 다윗과 솔로몬 시대를 묘사한다. 그 속에 이세벨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녀의 본래 이름은 제제벨Jezebel. '바알신은 어디에 있나이까?'라는 뜻이다.
스페인과 유럽의 이사벨이라는 이름의 원형이다. 기독교의 성경은 그녀를 가장 사악하고 악질적이며 음탕한 여자로 묘사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녀는 이스라엘 북쪽 사마리아 땅의 왕 아합의 왕비이자 최고 제사장이었다. 나라의 최고 제사장이 여성이었다는 뜻이다. 고대의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동북아시아의 신화에서 창조신은 대개 여성이었던 것과 같다. 제제벨과 마찬가지로 솔로몬의 부인들도 모두 제사장이었다. 아합왕과 제제벨 왕비는 바알Baal신을 비롯해 70여 명이나 되는 신들을 낳은 신들의 어머니 아세라Asherah를 모시기 위해 온 나라를 바쳐 성대한 제사를 올렸다. 그런데 이 무렵 이스라엘의 일부 사람들이 야훼의 예언이라는 것을 새로 믿기 시작했다. 신흥 종교가 나타난 셈이다. 제사장인 제제벨은 이것을 이단으로 취급했고, 강력하게 탄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신들끼리 조화해야 세상이 평안할 것이요, 세상사를 분야별로 나누어 관장하는 신들이 많아야 나라가 두루 평안할 것인데, 이들은 그런 모든 신들을 부정하고 신은 하나라 주장하니 국가의 종교를 관장하는 최고 제사장으로서 당연히 이를 이단으로 취급해야 했을 것이고, 사회 체제 보호자로서 그들을 탄압하는 것은 당연했다. 티레 왕의 공주였던 제제벨은 유일신을 믿는 새로운 이단의 이스라엘 사람들을 노예로 삼았고, 노예의 직무였던 성매매를 시켰다. 티레 사람들은 ‘이때 이스라엘 노예들은 온 땅에서 온 자들과 매음했다’라고 기록했다. 티레 상인들은 카디스에도 히브리 노예들을 데려와 성 노예로 썼다. '카디스의 딸들’이 노래 부르고 춤추고 성을 팔았다. 핍박을 받은 유일신 야훼를 믿은 히브리 사람들은 제제벨을 악녀로 기록했다. 그런 제제벨이 이사벨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스페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이사벨도 1492년 “신은 어디에 있나이까?”라며 아메리카를 침공해 새로운 천년왕국을 세우려 했고, 그가 정복한 땅 쿠바는 500년 동안 거대한 매음굴이었다. 유대 여왕 제제벨이 유대교도를 노예로 다루었듯 스페인 여왕 이사벨도 유대교도를 노예로 다루었다.
+ 제제벨은 “이져 바 알 eyzõ ba’al”이라고 외치는 제사장이라는 뜻이다. “여기 지금 바알 신이 있다”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