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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Jun 12. 2017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퇴근 후 정리하는 '지금의 삶'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요즘의 나는 약간 미쳐가는 것만 같다. 히히헤헤 상태가 아니면 그저 우울하고는 만다. 극단을 오가는 이게 버티기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 제대로 쉬어갈 시간을 벌지 못했으니 이게 지나가길 꾸역꾸역 혹은 묵묵히 기다리는 법밖에 없다. 운동도 해야 하고 사람도 만나야 할 것 같은데 당분간은 그저 쉬는 게 나를 위해 더 나을 것 같다. 종일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로 당분간은 족하자. 나는 지금 약간의 동굴이 너무나 필요한 상태인 것만 같다. 


시간이 지나면 연락이 줄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매일같이 안부를 주고 받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연락 중독 관계였던 이들과 언젠가부터 서로 뚝 연락을 끊는다. 그 시간을 서로 알아차리는 건 무슨 마법같다가도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된다. 그냥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니었던 거다. 환경이 달라지고 서있는 위치가 달라지면 누구든 그러나 보다. 그들에게 야속할 필요없이 나는 그냥 내게 온 복을 감사하면서 잘 영위해나가며 버티고 있으면 된다. 잘 누리는 것, 잘 기다리는 것도 엄청난 덕목라는 걸 매일같이 배운다.


누려본 놈이어야 누리는데 누려보지 않아서인지 누리질 못하는 걸까. 내게 갑자기 온 기회들이 너무나 크고 고맙고 귀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만 미쳐버리고야 마는 걸까. 이게 기회인지 아닌지도 모르니 그냥 조용히 묵묵히 있는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는 것들 중 하나이리라. 하고 싶은 게 많은 걸 어떻게 중화해야 할지 몰랐는데 잠깐의 환경 변화를 통해 어렴풋이 그냥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냥 그러려니. 그렇게 묵묵히. 비정상적인 곳에서 나온지 얼마 안 돼 그런가 아직은 상흔이 깊다.


그냥 기다리자. 벌써 올해도 반년이 흘렀다. 당장 내일이 안 보이던 지난날이 벌써 과거가 됐다. 지금도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하는 생각이 너무나 크다. 감사하고 행복하고 소중해서 감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러다가도 현실에 부딪치면 너무나 아프지만, 그럴 때면 그냥 커피 한 잔 사먹고 마는 거다. 다른 게 잘 안 보인다. 어디론가 숨고만 싶은 순간이 너무나 많아지지만, 또 누군가 친절하게 대하면 금방 괜찮아지고 만다. 멍청이다.


지나간 인연들과 한 때는 죽고못살던 사이들과 새로 오는 무서운 인연들과 두려운 사람들과…. 그냥 그런 걸 하나씩 헤아려보다가 그만 피식 웃고 만다. 뭐가 그리 심각하니. 이제 대충 하자. 너에게 있어 대충이란 평범이니까. 각 그만 잡자. 하고 싶은 길로 나아가는 지금의 그걸로 그만이다. 제발 잘 되길. 무탈하게 진행되길. 그러다 또 당위를 잃으면 글로 충전하고 위로받은 후 울컥하고 다시 나아가기를. 그게 유지할 환경만 된다면 너무나 좋겠다. 당분간은 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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