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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Apr 03. 2017

'나만 혼자'는 아니겠지요

쉼없이 걸었는데 잘못된 방향이었나 곱씹게 되는 순간이 있다. 마음의 소리는 자꾸만 더 힘든 걸 하라고 하는데 나는 그걸 버틸 힘이 있을까. 뭐 대단한 걸 했다고 이렇게 지쳤냐고 스스로에게 다그쳐보려 해도 할 수 없다. 넌 수고했어. 넌 할 만큼 한 거야. 네 나이대에서 느낄 수 있는 극한일지도 몰라. 그걸 다 버텨내다니 고생했다. 그런 말을 해주는 게 더 맞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서있는 자리는 위태롭다. 그건 내 마음이 만들어낸 거다. 내 마음이 여기가 아니라고, 네가 꿈꾸던 건 이게 아닐 거라고 강하게 확신하기 때문이다. 매순간 그걸로부터 도망쳐보려고 해도 다시 돌아온다. 이건 네가 원하던 게 아냐.


흐름과 기운이 잘 맞는 이들과 함께했던 꿈같은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들은 내게 큰 숲의 일부일 뿐 전체는 아니다. 그래서 더 빛날지도 모르고 그 순간에 대한 미련도 없을지 모른다. 매순간 치열하게 극한을 달렸기에 힘뺀 삶에 대해 확신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엉망이다. 사랑도 관계도 마음도 엉망진창이다. 그걸 치유하는 방법은 내게 달렸지 다른 데서 답을 구할 수는 없다. 자꾸만 모험을 하고 싶은데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아져버렸다. 쓸데없고 부질없는 미련 같은 게 덕지덕지 붙어 따라온다.


모든 게 내 마음 같았던 과거는 이제 없는가보다. 마음이 쓰리다. 아프다. 수년을 이렇게만 살아가게 될까봐 두렵고 이러지 않으려고 떠나야 한다. 떠나는 게 답일까. 하도 많은 길이 있길래 요샌 확신도 어렵다. 그냥 답보 상태라고 해야할 건 아니지만 어렵다. 매달의 생각이 다르고 매주의 생각이 다르다. 지난 일요일과 지금의 나는 또 다른 것처럼 말이다.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들과 그걸 따라가다보면 급변하는 생각들이 있다. 나는 치열하게 나를 다시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나에게 뭘 하라고 시키던 자아를 말이다.


아름답고 상식적인 것만 보고싶다. 상식적이지 못한 걸 이겨내는 건 더 극한 상황에서 버틸 힘을 준다는 걸 믿었다. 그래서 과거의 나는 불만 하나 없었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지금도 속내를 캐보면 그렇다. 그러나 그게 나를 좀먹을 수 있다는 것, 혹은 누군가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안 순간 딱 내려놓게 된다. 그래, 이용하면 이용하라지. 나 또한 당신에게서 배울 것이 있다. 따위의 과거의 어린 나는 없다. 이제 그런 건 없다는 걸 알아버렸다. 또, 그런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는 것도 말이다.


쓰다. 아프다. 속내는 그렇다. 그러나 티낼 수 없다. 이런 구질구질한 얘기를 주위에 늘어놔봐야 뭐가 좋겠는가. 원망만 돌아올 뿐이다. 다시 한 번 내게 말한다. 나는 혼자다. 절실하게 내 얘기 따위를 듣고 공감하고 함께 길을 걸어가줄 사람 같은 건 없다. 이런 고독까지 함께 곱씹을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누군가는 어디에서 연인과 상처를 나누고 누군가는 거리에 나가고 누군가는 타인에게 이상한 화풀이를 하고…. 그 어디에도 속하고 싶지 않은 나는 그저 이렇게 앉아서 일기장을 펼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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