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는 건지 더 이상 가타부타 말할 힘이 없다. 좋게 말하면 '그러려니' 하고 모든 걸 보아 넘기는 법을 억지로 배우고 있고 나쁘게 말하면 꾹꾹 누르며 소화 불량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다 그냥 '어른'이란 핑계의 '그러려니'가 더 나를 진정시키기 전에 남기고 싶은 말이 있어서 굳이 일기장에 들어왔다.
한국 언론을 비난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대개 기레기, 조중동, 한경오, 어쩌구, 저쩌구다. 그럼 그걸 뒷받침할 내용은?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 뒷받침할 필요 없다고. 아 그래. 그렇지. 조중동이든 한경오든 어쩌구든 저쩌구든 대중은 조중동스러운 기사, 한경오스러운 기사를 한 편으로 기대한다. 난 그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은 그렇다. 그리고 누군가의 시선에선 그게 맞다. 수십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매체들이 왜 있는 건데. 그런 시선에선 그게 맞지.
그런데 그냥 안일하고 나이브하게도, 어딘가에 진짜 정의를 향한 선은 모두가 암묵적으로 품었을 거라 굉장히 순수하게(앞에 나이브라고 말했으니 중언이지만 넘겨주라) 믿고 있었던 거다. 그러니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야 하다고 생각했고 행동해왔던 거고 때론 그 '약자'들이 언론이란 이유로 나를 때릴 때는 좀 놀라긴 했어도 '그럴 수 있다'고 치부하며 이해했다. 억지로 이해한 것도 아니고 자연스레 이해했다.
그런데 이젠 그런 이해마저 '니가 뭔데 이해해'라는 데로 치부되며 나아가 단순히 언론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나이브함, 도우려는 의지 등이 의심된다면 나는 이제 더 뭘 어째야 하는 건지 알 도리가 없다. 그저 누구 말대로 '병먹금' 하면서 젊은이의 기질을 버려야 하는 건지, 그저 하나의 쳇바퀴가 되어야 하는 건지(이미 그렇지만 내 뼛속까지 그래야 하는 건지) 나는 이제 알 길을 잃어 버렸다.
한국식 정의, 한국식 페미니즘, 한국식 평등 그 모든 것. 그리고 그 이름을 핑계 삼아 남을 함부로 깎아 내리며 거짓 선동도 해대는 '약자'의 이름을 한 이들. 약자는 이제 어디 가고 남은 건 모 후배 표현 따라 그들의 자리싸움이다. 그 모든 것이 그저 너무나 '담대한' 악으로 보여 나는 이제 어찌할 지를 모르겠는 것이다. 모 선배 말대로 그런 운동을 하는 이들 자체를 불신해야 하는 건지, 순수한 정의를 향한 열망은 이제 포기하는 게 맞는 건지,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는 데 놀라지 않는 게 맞는 건지 나는 이제 알 길을 모르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