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는 자의 궤변

by 팔로 쓰는 앎Arm

미친듯이 무기력해지다가도 다시 힘이 솟는다. 그 원천은 별 거 없다. 그냥 통통 튀어오른다. 한 두 시간 암울하다가 다시 퐁퐁 희망이 샘솟는다. 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간절한 마음 탓에 고민하다가 다시 또 고민한다. 최선은 뭘까. 내 마음은 이렇게 하라고 하는데 뭘까. 뭐가 최선일까. 스물셋, 스물넷의 나를 새삼 떠올린다. 꼰대 같아 미안하지만 돌아가라면 절대 안 돌아간다. 못 돌아간다. 힘들어 죽어. 지금은 다른 힘이 생겼고 다른 데 골몰해야 하는데 그냥 속상한 일이 자잘하게 너무 많다.


자잘하다. 과연 자잘한지 모르겠지만. 개명이라도 할까. 별 생각을 혼자 다 한다. 너무 힘든데 사실 힘듦을 체득화하면 힘든지도 모르잖아. 안다. 궤변인 거. 근데 방법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실은 기분이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마음의 벽이 완전히 섰고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이제 그냥 렛잇고 해버리기로 해서 말이다. 왜 평범한 아버지를 가지지 못했는가? 뭐 어쩌겠어.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속도 시끄럽고 겉도 시끄럽다. 회사는 만족스럽지 않다. 물론 굳이 여러 개 따져보면 그냥저냥 있을 만하다. 그러나 내가 원했던 것이 이건가? 그럴 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겠다. 지속가능성이 있는가? 맞다. 하는 일이 만족스러운가? 보통이다. 이직할 때 고려한 건 충족되나? 그런 편이다. 근데 뭐가 문제인가? 배울 수 없다. 어디서나 배울 수 없지 않은가? 그럼 어찌하나? 어디서 배우나? 일터에서만 배워야 한다는 법을 버려라. 포기해라. 그래서 포기한다. 포기다!


그러려니 하는 걸 경멸하지 않았는가? 맞다! 왜 그러려니 해야 한다고 설득하는가? 그렇지 않고서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포기를 꼭 해야 하는가? 그렇다! 왜 그런가? 회사는 회사고 어딜 가나 만족할 순 없기 때문이다. 왜 특정 상황들을 그리워 하는가? 행복했기 때문이다! 고통스럽지 않았는가? 맞다! 그런데 뭐가 행복했는가? 일은 항상 행복했다. 변태가 문제였지. 그럼 고발을 해라! 못한다. 왜? 소문나고 싶지 않다. 아직은 우리 사회가 깨어 있는 척은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런 사람들이 환영받지는 못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직접 봐왔기 때문이다. 그럼 왜 참는가? 다들 참는다. 자기 일만 참는 거 아닌가? 남들 일은 다 돕지 않았는가? 맞다! 왜 그러는가? 용기낸 자는 돕고 싶다.


용기를 왜 못 내는가? 용기를 내는 일보다 지금 일이 값진가?


평생 나를 따라다닐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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