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말했다.
"나는 부모님 돌아가시면 유산 하나도 안 받기로 했어. 대신 살아계실 때 계속 지원 받는 거고."
나는 뜨악 싶었다. 아무도 안 물어봤고 다른 주제를 말하고 았던 참이었다. 갑자기 선언하듯 내뱉은 말은 청자를 뜨악하게 만들었다. 뜬금없는 말, 맥락없는 말, 거짓말을 술술 뱉는 A지만 최근엔 나아졌다 싶었는데 또 그 모습이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1년 넘게 연락을 끊고 회피했는데, 다시 회피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나는 했다. 마음이 지치고 늙어 터득한 그러려니가 아니었다면 아마 또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역시 A란 존재는 자주 보면 안 되는 존재인가 머리를 긁적이게 되는 것이다.
A는 오랜 세월 하고 싶은 걸 꿈꾸다 겉돌았다. 다른 길을 가서 우울해 했고 그러다 접고 들어와서는 그간의 길에 대해 그래도 합리화를 끝낸 듯해 보였다. 나아져 보였다. A가 드디어 현실에 적응하고 있구나 싶었다. 거짓말을 끝내려는 거구나 했다. A는 구구절절 자신의 선택들에 대해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여우의 신포도 같은 소리를 사실인 것처럼 가열차게 해댔다. 고민하며 전화를 걸어와서 혼자 울고불고 난리를 치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때 선택은 의도했던 길인 양 포장했다. 나는 다 공유한 나에게까지 왜 거짓말을 하는 걸까 생각하다가 그냥 말았다.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A가 내뱉는 거짓말들에 어쩌면 또 아주 많이 질려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A는 식사 중 뜬금없이 저 말을 내뱉었다. A는 어리다. 나도 어리다. A는 속칭 부모님 지원 잘 받고 사는 아이다. 근래 유행하는 말 중 비빌 언덕이 있으면 따위의 말이 있다. 그래서 A가 철없이 구는 건가 하고 홀로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A가 불편했다. A는 비빌 언덕이 확고하다. 부는 상대적이라 그를 부자다! 하고 지칭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A는 이것저것 고민없이 바로 해낼 수 있는 환경에 있다. 출국하고 싶으면 출국하고 학원 가고 싶으면 간다. A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지만 그걸로 고통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어찌 저런 생각을 품었는지 그 근원부터 나는 그 내용이 역겹다고 생각했다.
A가 부모를 욕하며 그들의 사후를 말하는 게 내게는 그래서 낯설다. 그러면서, 역시 자식은 엄하게 키워야 고마운 줄 아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A의 옆에서 그의 말을 들으며 아무렇지 않은 체 넘긴 후 속으로 드는 이런 생각들에 역겹다. 이런 생각들이 드는 상황이 역겹다는 것이다. 역겨운 생각을 하게 하는 A 앞에선 그저 웃으며 그의 거짓말들과 거짓 선언들을 흘려 들었지만 나는 A의 그 허세가 이제는 역겨워지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