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기를 남긴다. 그간 글에 대한 피로 시간의 부족 등등의 이유로 오랜 시간 일기장을 찾지 않았다. 여러 변화가 있었고 그에 따라 사느라 시간은 또 뚝딱 흘렀다. 살면서 무례한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대개 그저 당하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유행하는 대처를 해주라 같이 세게 나가라는 등의 방법은 무모하다. 든든한 덩치나 뒷배가 없다면 이런 짓은 안 하는 게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 좋다. 덩치나 뒷배가 있다 해도 그럼 안 된다.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다.
그래도 깨갱은 할 줄 알아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선을 넘은 사람에게 선 넘었다는 걸 에둘러 티는 내야 한다는 의미다. 오래만에 끄적이며 갑자기 선이고 무례고 무슨 말이냐 하면. 이직하면 겪는 것들에 대해 이골이 나서 일기장을 연 영향이다. 능력있음 좋은 기회가 많아진 세상, 나는 누군가 이직을 고민하며 의견을 굳이 물으면 도전할 수 있고 직무의 확장성이 생기며 무엇보다 더 큰 물이라면 이직을 추천하는 편이다.
그러나 알아야 할 점이 있다. 이직하는 순간 첫 회사에서 당신도 모르게 형성됐을, 공채이기 때문에 편했던 그 모든 것은 사라진다. 그런 것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분명 존재한다. 공채로 들어간 첫 회사에선 직속 후배라는 점 덕분에 혹은 동기가 있는 영향으로 비교적 흐름을 잘 탈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것은 큰 건 아니지만, 없으면 가끔 아쉬울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 자신이 한 회사에 오래 다녔거나 세상 물정 잘 모른다면 (야생에서 가끔 깨갱 혹은 멍하고 짖으며 새로 선을 구축할 자신이 없다면) 이직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둘째, 첫째의 이유에도 불구하고 (나의 경우 큰 도전을 위해 작은 건 그냥 감수하는 편이라 큰 문제가 아니지만 저런 것들을 중요시하는 사람도 있다) 이직을 결심했다면 이제 또 '새로운 질량 보존의 또라이'를 만날 준비를 해야 한다. '그 판에 호구가 누군지 모르면 네가 호구여', '내가 이 구역의 미친X야' 같은 명대사들은 세상을 아주 잘 반영한 것들이니, 언제 어디서든 이 대사에 부합하는 상대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기민하게 스트레스 받고 대응해야 한다.
셋째, 어쨌거나 저쨌거나 똥은 더러워서 피한다는 걸 늘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똥도 제멋대로 분수 모르고 인간에게 굴러올 때가 있으며 뉴비에게는 반드시 그런 일이 일어나는데, 그럴 때 슥 피할 수 있는 센스 정도는 갖춰야 한다. 그러나 슥 피하면서 '나 똥 피한다' 소리는 한 번 질러야 한다. 그래야 똥이 '뉴비가 내가 똥인 걸 알잖아. 눈치 빠르군' 하고 다음부터 좀 에둘러 굴러 가거나 안 온다. 이런저런 야생의 오물을 묻히지 않을 자세가 돼 있어야 이직 후 좀 수월하다.
넷째, 앞서 상술한 모든 센스와 선 넘는 자를 처단할 수 있으려면 직무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이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채용이 결정된 회사에 가보고 그 회사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내가 압도할 수 있는지, 내가 어느 면에서 빠르게 적응해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 이게 내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될지 정도는 머릿속에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끔 짖기도 하고 똥은 피하기도 하면서 자기 일을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다. 또한 일적으로 말이 안 되는 '뻘소리'를 하는 것들에 대해 전문지식과 업계의 센스로 무장하고 철통방어할 수 있는 능력 정도는 있어야 회사와 윈윈이 될 수 있다. 아마 애초에 직무 능력이 떨어지면 더 큰 회사로의 이직은 어려울 것이니, 앞선 것들을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이는 당연히 갖추고 계실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