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작은 것에라도 기대야지

by 팔로 쓰는 앎Arm

아주 오랜만에 친구와 소주잔을 기울였다. 정말 몇 년 만이었다.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일을 겪었다. 최근의 연락에서 그걸 알고는 서로 놀라서 조금씩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 힘든 시간이었다. 우리는 늘 일을 열심히 하는 애들이었다. 성과도 좋았다. 그래서 비슷한 진화를 이룬 듯하다. 애니웨이, 우리는 그 열정을 들키지 말자고 농담삼아 말했다. 쿨해지자고. 실제로 쿨하게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일을 못하니 우리는 그 기준에 맞춰주자고. 근데 그게 성이 안 차니. 일단 두고 보자고. 우리의 길이 어디로 흘러갈지.


그래도 우리는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진화를 거듭했다는 걸 안다. 내심 그걸 알기 때문에 그저 견제용으로 들어오는 것들과 과중한 업무에 불만을 말하고 싶진 않다. 근데 눈물이 났다. 각자 다른 시간대, 다른 공간서 눈물을 삼켰다. 말을 하며 동공에 눈물이 고인 친구 앞에서, 나는 나 역시 그랬다고 말했다. 바로 며칠 전에 그랬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아는 감정이 위안이 됐다. 누가 누굴 이겼다거나 불행배틀했다는 얘기가 아니고, 잘하는 것들 때문에 힘든 그 상황, 서로 선 자리와 시선이 비슷하기에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선배 A가 말했다. 너무 잘해서 견제받는다고. 근데 어딜 가나 들었던 말이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안다. 나는 꽤나 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신주의에 맞게, 그저 그렇게 해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업무 퍼포먼스가 낮은 조직서 우리같은 야생서 일하던 애들이 오자마자 잘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상사는 좋아하지만, 밑에서 애매한 연차가 텃세 부리는 것. 또는 반대의 상황도 있다. 사람 by 사람. 나는 이것들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그럴 때면 생각한다. 이전의 선배들과 부장들을 생각한다. 그들과 함께 일했던 건 참 좋았다고. 그러면서 생각한다. 나는 늘 인복이 있고 잘 되기에 걱정할 것 없다고. 그저 그렇게 질투하는 무리들에 대해서는 무시하면 된다고.


대개 우리가 놀라는 건 저런 열등감을 가진 무리들이 아주 쉽게 대놓고 말을 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세상엔 말의 무서움을 모른다거나 세상 물정 모르고 떠드는 치들이 많다. 그 말의 무게가 얼마나 위험한 건지 모르고 떠드는데, 그것이 생활이므로 그들은 대개 알아도 바뀌지 않는다. 이미 알 지도 모른다. 그러니 신경 안 쓰고, '개썅마이웨이'로 내 것을 하고 협업을 해주고 내 할 도리를 지켜내면 된다. 그 도리를 한다고 질투하는 것까지 내가 신경쓸 필요는 없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악의를 품은 자들은 쳐내야 한다. 그러니까, 질투 정도까지는 인간이니 그렇다, 많이 본 유형이니 봐주겠다 스탠스로 가볍게 무시하면 되지만, 악의를 품은 자들이 있을 땐 기꺼이 선을 그어줘야 한다. 그들도 대들 만하고 까불어도 될 만하니 어린 우리에게 나대는 것이므로, 우리는 우리의 자원이 있음을 드러내야 한다. 똑같은 자가 되기 싫으니, 아주 품위있게. 퍼포먼스와 미소와 그저 팩폭으로. 그런 것을 입에 달고 살면 문제겠지만, 중요한 때의 한 마디는 그들이 물러서게 하는 힘이 된다. 전면전을 펼칠 필요는 없다. 그저 우아하게.


우리는 우아해지고자,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싫어하는 술을 마시면서 서로의 상처를 내보이고 치유했다. 도메인 지식. 요즘 누군가 도메인 지식 말을 반복하며 내가 속한 업계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고 아주 귀찮은 요구를 했다. 귀찮다는 것은, 알아들을 생각도 없고 미디어 업계에 애착도 없으면서, 그저 비판하고 싶어서 판을 깔아달라는 요구이므로, 친절하게 대답하기 아주 귀찮다는 의미다. 대화를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뭐, 요즘 그런 사람 투성이긴 하지만, 그래도 감사, 긍정, 사랑을 되새기며 나는 사랑 충만하게 내 일상을 바라보려고 꽤나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는 동질감을 느끼며 소주를 마셔댔다. 때론 이런 시간이 정신을 살찌우니까. 살쪄라, 우리의 정신이여! 잘하고 있다, 우리의 커리어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