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웃고 떠들었다. 100만큼 느끼는 것을 10인 체 말하느라 애를 썼다. 늘 그랬다. 익숙해지고 친해졌다고 해서 긴장을 풀면 좋지 않았다. 날 것의 감정을 드러내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다. 드러내는 순간 일은 커지기 마련이다. 조용히 흘려 보내야 할 것 들에 대해 그저 묵묵히 대하는 게 맞다고 늘 생각한다. 그러나 순간 순간 대응을 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나는 어른에게, 그저 침묵을 지키는 것이 때론 현명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어렵다. 조용하게, 그저 순순히, 묵묵히 있으면 그것도 나름대로 문제가 된다. 그래서 어렵다. 그래서 어른이 새로운 환경에 가는 건 더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이미 기성 세대의 눈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되니. 네가 뭔데 잘해. 네가 뭔데 신선해. 네가 뭔데, 네가 뭔데.... 우리는 그저 톱니바퀴다.
시키는 일만 하는 현재의 일이 만족스럽지 않노라고, A가 말했다. 능동적으로 자기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사기업에 간 이상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조직엔 조직의 논리가 있으니까. B는 역량을 내라고 하면서 내면 '쿠사리'가 들어오는 보신주의에 치를 떨었다. 우리 모두 그랬다. 능력없는 상사 밑에 있는 건 지겨운 일이다. 본인이 느끼는 1을 100으로 과장해 말하는데 익숙한 거짓말쟁이들에게, 그저 휘둘려야 한다. 억울한 일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기댔다. 이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자조했다.
떠올리면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우리는 이걸 스트레스라고 불러야 하는지도 몰랐다. 부당한 것들에 대하여, 그런 것을 당한 것이 바보가 되니 그저 조용히 견디면 그 뿐이다. 말을 하면 화만 커진다. 그저 조용히 대응하면서 내 할 일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 할 일을 했을 때 좋은 성과가 나와 그것이 화를 부르고 하니 우리는 점점 이것이 진자 어른의 세상이구나 하는 바보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냥 수긍해. 그냥 그러려니 하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자. 세상의 온갖 쿨해 보이는 말을 뱉어대며 별 것 아닌 것처럼 모든 상황을 만들었다.
그러면 편해졌다. 우리는 자꾸만 진심으로 술잔을 기울이게 된다. 그게 좋은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때론 술을 마시지 않아도,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는 C의 앞에 앉아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다. 참, 서로가 있어 다행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사는 게 어려워질수록, 든든한 버팀목도 늘어난다. 그럼 그게 또 좋은 거겠지 한다. 이렇게라도 버텨야지. 머리를 조이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서로에게 기댈 것이다. 그러다 보면 또 좋은 날이 올 것이다. 모든 고통은 결국 무의미하다는 것보다는 언젠가 보시의 행위로 귀결될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