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로 채우는 연말

by 팔로 쓰는 앎Arm

돌아보면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많지만 오늘을 감사하는 건 다 지나갔기 때문이다. 가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흘렀고, 이겨낼 수 없던 것처럼 보였던 것들을 박살내고 지나왔다.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여전히 말하지 못하는 이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조금은 깨보려고 노력은 했던 것 같다. '노력', '은', '했던 것 같다'. 이 자신없는 문장이 증빙하듯, 여전한 '예스걸'이었고 여전한 '완벽주의자'였으나 거대한 질서 앞에 밟히지 않으려 참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 것 같다. 부당한 대우로 가득한 한 해였다. 대놓고 앞담화를 하며 본인은 나이가 많으니 젊은 사람을 욕해도 된다고 말하는 자를 보았고, 그 자가 모두에게 인정받는 또라이라는 점에 큰 위안을 받았다. 모두가 피하는 사람이니 절대 독대하지 말라는 조언을 듣자마자 업무상 둘이서만 밥을 먹고 일을 처리해야 하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었는데 전적으로 상대의 요구로) 일들이 이어져 큰 고통을 받았다. 어디에도 말할 수 없고, 말거리라기엔 촌스럽고 귀여운 (정말 귀엽다는 게 아니다. 황당한 일이라는 뜻이다) 수준이라 그냥 감내하는 수밖에 없었다.


남의 일에 관심없는 사람이 태반인 이 사회에서 왜 이렇게 관심들은 많은 건지, 어린 나이와 연차가 아님에도 가장 어리다는 것, 이 회사에서 누굴 뽑은 일이 없다는 것 이 두 가지 이유로 또 비상한 관심을 받았던 것 역시 지나갔다. 말도 안 되는 루머가 퍼졌고, 하지도 않은 말이 했다고 퍼졌으며, 그 중심에 그 독대하지 말라던 인간이 있던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모두가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그냥 신경쓰지 말라는 말뿐이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곰팡이 같은 소수는 있어서, 유독 한두 명이 그렇게 그 루머를 물고 늘어지며 사람을 괴롭혔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도 믿지 않으니, 그렇게 날 몇 달 괴롭혔던 루머는 또 없던 일이 되었다. 참 귀여운 조직이었다.


뒤집어 씌우기, 말 만들기, 협잡질하기, 모르면서 아는 척하기, 타사 무시하기, 단톡방에 얼평하기…. 참으로 많은 조직에서 별의별 모습을 목도했지만, 이처럼 귀여운(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 뜻이 아니다) 집단은 처음이었다. 당하면서도 우스워서 웃음이 났다. 작은 마을에 전학간 도시 출신(지역 비하가 아니라 미디어에 소비되던 일반적인 이미지에 빗대 보았다) 아이가 된 꼴이었다. 유치하지만 짜증나는 장난'질'의 연속이었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이 외에도 일이 많아 몸이 아팠고,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치료도 받았다. 별의별 일이 이어졌다.


그러나! 하우에버! (피식대학을 사랑한다) 연말이 왔다.


이제 새로운 기회 앞에서 두근대면 될 일이다.


이런 큰 선물이 어디 있을까.


나는 또 되뇌었다. 오늘은 과거의 내가 준 선물이다.


오늘 내가 누리는 것은 과거의 내가 준 특혜다.


그러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과거의 내가 준 기대에 답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