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과 잃어버린 것
최근 나는 또 한 번 격변기를 보내야 했다. 본래 많은 걸 하는 사람인 것은 맞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종류의 것들이 몰아쳤다. 지나친 개인사라 구구절절 적을 수 없지만, 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심하게 탈이 나 태어나 처음 수액도 연일 맞게 되었다. 내가 요청한 게 아니고, 피골이 상접한 걸 보고 의사가 반드시 맞고 가야 한다고 말하였다. 물론 시일이 지난 일이라 지금은 피골이 상접하지 않다.
나는 그 당시 고통으로 연일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슬프지는 않았다. 아무리 해도 끝이 없는 해결해야 할 일들 덕분에 나는 그저 움직여야만 했다. 어느 날은 새벽에 그 짐을 다 옮기며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기도 하였다. 슬프다기보다는 상황에 대한 놀람이 설움으로 바뀐 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신기한 경험이라 잊히지 않는다. 운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으므로 그런 것은 감정낭비라고 생각하였는데, 그날 나의 뇌는 눈물을 내보냄으로써 내가 게속 일하게 해준 모양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나 아파본 것은 또 처음이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그렇게나 아파본 것'과 또다른 종류의 고통이었다. 참 신기한데, 나는 이걸 어쨌다고 쓰려는 게 아니고, 최근의 놀라운(?) 일이라 그냥 일기장에 주절거려보는 것이다. 예전에도 한동안 죽만 먹거나 했던 일은 많지만, 이번엔 죽도 먹을 수 없었다.나는 모든 것에 질리고 지쳐버렸는데, 그 와중에 속 모르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통제광 괴물까지 마주하여 죽다 살아난 심경이었다. 나는 정말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냈다. 자꾸 쓰는 건, 도대체가 해소되질 않아서다. 괴물과 보내는 시간은 나를 죽일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지나친 고통에 뒷목과 뒷머리가 조이는 매일이었다.
그 와중에 나는 단지 기분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버리는 이까지 마주해야 했는데, 안팎의 괴물로 인하여 내 속은 시끄러웠으나 그럴 엄두조차 못 냈다. 이제야 일기장에 주절거리는 것이지, 나는 무슨 상황인지 어안이 벙벙하였고 슬플 새도 없었다. 슬플 새 없이 몰아치는 것들에 허덕이고 헐떡이면서 너누 지쳐서 나가떨어지고 싶은 심정까지 들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일은 산더미였고, 뭐든 자신이 해야 하므로, 나는 그냥 해내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운 같은 걸, 설령 그렇게 생각할지라도, 공식적인 걱정의 이유로 삼는 이와 계속해서 일을 해냐가야 한다니 나는 뜨악한 기분이 들었다. 전문적으로 일을 해결하는 게 당연할 상황에서 자꾸만 운을 논하는 것이, 내 주위의 누구들보다 훨씬 더 남일 보듯 자신이 해결해야 할 일을 대한는 그 태도가 너무나 황당하였다. 지금도 그들과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인데, 뒤집어 쓰는 건 내가 오롯이 맞는 거라 나는 마침내 너무나 고통스럽다.
믿고 맡겼던 이전과 달리 직접 확인하겠다 하니 조용한 걸 원한다는둥 기타 등등 세세한 것은 쓸 수 없지만, 지나친 갑질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의 호구잡힌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나는 어리둥절한 심정으로 이게 맞는지 떠오르는 의문을 누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저 애를 쓸 뿐이다. 무책임한 이들에 포위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책임의식을 가지라고 요구하는 수밖에 없는데, 부당한 일을 계속 겪고 있다. 정말 이런 표현 쓰고 싶지 않은데, 호구잡힌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이게 아니라는 답도 드는데, 일기장은 알겠지만 나는 기댈 곳이 없다. 일을 하지 않으면 나는 살아갈 수 없다.
사실 여행이든 뭐든 마침내는 다녀올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염원하던 것을 마침내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벌여둔 것들이 많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첫째로 돈이 없고 둘째로 시간이 없고 셋째로 눈치가 보인다. 이 세 가지는 늘 내가 어딘가로 떠날 수 없게 하는 것들이다. 평생을 그러한 박스 안에 갇혀 사니, 좀 나가보려는데 삶의 설계자님이 좀 도와주셔야 한다. 나는 지독히 괴로운 심정으로, 운다고 해결될 게 없으니 이미 80%는 지친 심정으로 키보드로 호소드린다. 날 그만 괴롭혀달라. 커리어를 쌓겠다고 내린 결단들에 내가 배신당할 일이 없게 해달라. 간절히 소망한다. 나는 얼른 나를 구해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