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같잖은 가르침을 주려 하는 이들이 있을 때마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뭔 얘기냐면, 난 그냥 저런 치들이 있을 때마다 날 위해서 웃어주는 편이다. 내가 지금 말하는 건 정당한 상황을 말하는 게 아니다. 취재 나가서 길에서 만난 정체모를 아저씨가 누가 요즘 소니 카메라를 들고 다니냐면서 우리 회사 장비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려 질척댈 때라든가 현장서 사진 촬영하는데 어려보이는 나의 용모 덕분인지 왜 선배가 없냐고 쫓아다니면서 물어보는 늙은이랄까....... 뭐 그런 가벼운 일들이다(숨쉬듯이 많은 일이 있지만 다 쓰기도 싫고 그럴 가치도 없으며 심각한 일은 여기 읊을 게 아니다). 이 일만 한지 몇 년째지만 착하고 예쁜 탓이라 치자. 그렇게 자조한다.
근데, 그 영화 '바비'라고들 아는가. 그 영화를 기대만큼 재밌게 보진 못했는데(똑같은 '역전물'인 '가여운 것들'은 재밌게 본 걸 보면 참 다르다_이게 바로 촘촘한 단계적 서사의 중요성_그래도 누가 좋았냐고 물어보면 '호'라고 답할 영화다. 애니웨이), 대충 그 영화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여자는 여자도 싫어하고 남자도 싫어해. 피곤해. 다른 여성분들은 어땠는지는 몰라도 난 이 대사에 무척이나 공감을 했다. 쓴 맛이 가득 담겼고, 어디 말할 거리는 아니지만 이 대사만은 기억에 남았다.
얼마 전 또 누가 말을 만들어서 룰루랄라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여기저기 전했고, 고마운 건지 짜증나는 건지 그걸 또 누가 얘기를 해줬다. 근데 듣는 나로선 그냥 웃긴 거다. 그 말에 사실이 1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착한 내가 넘겨주는 마음으로 보시하는 느낌으로 다 넘기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님들이 아는 것보다 글이든 말이든 님들을 세게 조질 수 있다. 근데 그냥 안 하는 것뿐이다. 적당히 할 자신이 없어서 시작도 안 한다. 그리고 누굴 아프게 하는 게 싫어서 안 할 뿐이다. 항상 느끼지만 어디든 말을 지어내는 족속들이 있다. 그리고 그건 슬프게도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사람들의 편견 or 바람과 다르게, 때론 여자들이 더 세게 이유없이 여자에 대한 뒷말을 만들고 널리 알린다. 대개 팩트가 1도 없기 때문에 이럴 땐 가만히 있는 사람이 오래 고통스럽지만 결국엔 이긴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손에 더러운 걸 묻히는 게 싫기 때문이다.
최근에 또 자기가 선배라고 주장하는 이가 현장서 지독하게 따라다니며 참견을 했다. 정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현장서 20대 대학생으로 보는 이들을 마주한 건 손에 꼽을 수 없이 많아서 말거리도 아닌데, 이렇게 말같잖은 가르침을 주고 싶어하는 이들이 따라다니기 까지 하며(없어지면 어디 갔냐고 묻고 연락을 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 어딨냐고 연락이 온다_혹자가 오해할까봐 적어두는데 그냥 처음 본 사람이다!) 신경을 거스르면 이거 뭐 나도 너네 못지 않게 굳세게 ㅈㄹ을 해줄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하는 건지 뭔지. 혼란스럽다. 무엇보다 누구에게 말해도 별 의미 없다. 이제야 알겠다. 남 일은 결코 자신의 일처럼 알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이걸 처음 알게 해줬을 만큼 그간의 내 주변인들이 고마울 뿐. 사방이 적이다. 고립무원보다 뭐가 더 센 말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날들이 한동안 이어졌다. 모른다는 게 아니라 어쩐지 저 말은 평온해보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