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튼간 별별별
멀쩡히 보고한 현장 소식들에 대해 데스크가 킬을 당해 알고도 물을 먹는 경우는 기자들에게 아주 많을 것이다. 기본이 돼 있는 기자들은 그럴 것이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 최근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생각이 들었다. 뭐 그게 엄청나게 충격이다 어쨌다 하려는 건 아니고, 그걸로 인해 내가 몇 번이고 피해를 입은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주절거려보는 것이다.
선배가 돼서 후배 얘기하고 하는 게 없어보이기 때문에 절대 안 하려 하는데, 일을 못하면 배제되는 게 당연한 이 직업군에서 무엇 덕분에 계속해서 물을 먹어 선배들에게 폐를 끼치면서 제 잘못을 모르고 고개를 들고 다니는 건지 나는 정말 궁금해서 주절거려본다. SNL 주기자로 대변되는 요즘 세대 표현이 정말 불쾌했는데(주기자는 응원함. 그걸 통해 젊은이 욕하려는 모 멍청한 이들이 있어 굳이 말하자면 그랬다는 것. 그런 멍청한 이들은 물론 소수임.), 당시의 내 기준으론 주변 어디에도 그런 캐릭터는 없었고, 나의 후배들도 훌륭했다. 우린 다 일욕심이 많고 커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매일 미래를 어떻께 꾸려갈지에 대한 건강한 이야기나 하곤 했지 다른 건 없었다는 거다.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자신의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어 눈시울을 붉히거나 자양분으로 삼는 일은 있어도, 민폐를 끼치는 일은 없었단 거다.
내가 처음 그 애를 본 건 여기 와서다. 처음부터 대뜸 건네는 말들이 정말로 불쾌한 말들이었고, 예의라곤 없다는 걸 느꼈지만 세상엔 뭐랄까 그런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니 무시하자 했다. 정도를 지나치면 가르쳐야지 했고, 직속 후배가 아니니 내 소관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나아가 회사 자체가 엉망이라서, 광고주로부터의 기자에 대한 루머 만들기 등을 무시하느라 더 바빴다. 요약하자면, 말할 거리가 아니었단 거다. 일에 방해만 안 되면 개인의 인품이 못된 것이야 내가 간섭할 일이 아니란 거다.
하지만 이제껏 보다보니 천성이 밝고 모자란 것이 아닐 거란 나의 믿음(혹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마음)과는 다르게 끝내 억지스럽게 자신을 세우고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그 마음은 더 이상 그냥 보아넘겨'줄' 상황이 아니게 된 것이다. 현장서 큰 사건들을 몇 번이나 물먹어 선배들에게 폐를 끼친 것인데, 자잘한 건 넘겨두고 큰 건만 기록해봐도 그게 벌써 몇 건이란 건 큰 일이다. 일을 안 하는 건 습관이기도 할 것이다. 알량한 자존심으로 일관된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해대는 것도 들어주기에 질렸다. 그건 엉터리 생존 전략이다.
누가 봐도 그 멍청한 이가 맡아야 할 게 아닌, 얼마 전 퇴사한 이가 맡았어야 할 것들을 그 멍청이가 욕심으로 쥐고 있다. 리더의 문제인데, 리더는 나쁜 소리 듣기 싫다고 그걸 뺏어오지 못한다. 이게 무슨 조직인가 싶다. 그래서 결국 남의 출입처까지 우리가 일정을 미리 알고 (알아보려 하지 않아도 알게 된다. 굵직한 일, 국가적인 일, 역사적인 일 이런 거니까. 상식이다. 상식.) 챙겨야 한다고 해놔도 그 '리더'가 그 '멍청한 이'가 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다가 그 '멍청한 이'가 그걸 못해서 결국 그걸 그 매체는 왜 썼냐는 욕은 우리 선배들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최근 상당수 내가 커버를 쳤는데, 커버를 치면서도 내심으로는 우리 조직이니까 하는 요상한, 지켜줘야 한다는 마음이 있던 것을, 그 '멍청한 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짓 해명을 하고, 그렇게 자신을 지적하는 이들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고 비웃는 걸 직접 본 후로부터는 이건 뭐. 어라 싶다.
몇 초 잠시 돌아봐도 저런 멍청한 이는 없었다. 지금의 나는 우리 '리더'의 실수도 내가 커버를 치고 아래의 '멍청한 이'의 실수도 내가 커버를 친다. 윗사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전 조직에서도 이런 일이 많았다. 윗사람이 데스킹을 엉망으로 해서 욕은 내가 먹고 내가 커버쳐주는 일. 인이 배겼다. 기자들에겐_멍청한 이 유형 말고_흔한 일이라 생각한다.) 좋게 말해주면 말을 못 알아듣는 이가 많은 게 사실인가 보다. 천성이 착해빠져서 마땅히 해야할 소리도 못하는 내가 안쓰럽다. 난 이런 생각도 난생 처음 했다. 그 전에 이럴 생각을 할 기회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