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향평준화를 주문받고 숨만 쉬는 날들이 이어졌다. 운동, 샤워, 수영이 없었다면 견디지 못했을 거다. 정말이다. 거기다 스윗한 낯선 이들까지 없었다면 더 그랬을 거다. 감사하게도 일상을 영위할 수 있었고, 덕분에 에너지는 보충됐다. 마음 속 갈등이 이어졌지만 어쨌든 살았다. 물 속에서 모든 걸 풀었다. 언제 어디서고 나는 물 속에 잠기는 걸 사랑하니까. 그걸로 견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면 기자라는 직업의 경쟁력이 다한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오라는 곳이 많았다. 감사하게도 기회가 이어졌다. 커리어를 위해 계속 달리지만,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이전에도 했던 고민이지만 결이 달랐다. 기자의 경쟁력이 다한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했다. 예전에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 땐 자부심이 더 컸다. 근데 지금은 회의감이 든다. 깊은 회의감이다. 어딜 가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 탓이다.
오래 버티는 놈이 강한 자라고들 한다. 강한 자가 오래 버티는 게 아니라고. 난 그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도 기자로서는 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능력있는 자는 이직을 한다. 그리고 남은 자들이 자리를 나눠 먹는다. 그 장면들을 몇 번이고 봤다. 반면 아닌 곳도 있다. 능력있는 자들이 버티는 조직도 있다.
점점 기자들은 그런 일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말도 질리는 1인 미디어 시대에 이젠 선배들도 하나둘 1인 업종으로 도전하고 있다. 경쟁력을 강화해 자기 사업을 하는 게 결국 답일까. 그들도 고군분투하고 있어 뭐가 정답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언젠가 후배랑 우리는 1인으로서 살아남자고 몇 번이고 수다를 떤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다. 오늘도 후배는 그런 연락을 해왔다. 점점 세월에 치여 과거만큼 맹목적이진 않지만 어쨌든 그리로 흘러간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근데 기자로서의 회의감은 왜 오는 것인가. 광고에 저항하던 과거가 생각나서도 있을 것이고, 엄청난 무력감을 느껴서도 있을 테다. 결정적인 건 이러한 환경이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하진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아니,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은 곳이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그냥 혼란스럽다.
뭐가 정답일까. 모욕을 감내하며 나는 고민한다. 독자와 대중과 청자를 잃어버린 이끼마을 속에 둥둥 떠서, 나는 고통스러워 한다.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은 이들에게 기사의 기 자도 설명하고 싶지 않다. 기자란 직업이 끝은 아니겠지. 변하긴 하겠지. 그렇게 자조하고 싶진 않다.
감사하게도 아직 젊고 기회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열린 결말을 좋아하지만, 언제까지나 열린 하늘만 보다가는 얼굴에 기미 생긴다. 어찌해야 할지 모를 날들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