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 50대 아저씨가 자신이 선배라고 연락을 해왔다. 에둘러 거절해도 계속해서 연락이 왔다. 과거의 경험 덕에 피해야 할 사람은 어느 정도 가늠이 서기에, 동행을 불렀다. 지켜달란 의미였다. 술에 거나하게 취한 50대 아재는 5시간가량을 자신의 기자생활 이야기로 떠들었다. 나는 그 회사 소속이었는데, 알 리가 있을까 모르겠다.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떠들어대는 아재의 이야기를 동행과 적당히 들어주었다. 들어주니 선을 넘었다. 동행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거다. 그러더니 막판엔 친구를 불렀다. 내게 마음에 드는 남자랑 술을 마시니 술이 술술 들어간다는둥 이 사람은 남자로 봐도 된다는둥 미친 소리를 떠들었다. 한국 모 진보지에서의 경험이 오버랩됐다. 언제나 나를 지킬 건 나뿐이었다. 그나마 동행이 있어 다행이었지만, 어쨌든 기분이 더러웠다. 이렇게나 50대 일부 아재들은 세상을 모르고 떠든다. 그 오만함에 역겨웠지만 과거만큼 놀라지 않았다. 놀라기도 더러웠다.
# 장면 2. 누구 뒤를 캐고 다닌단 얘기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많이 들었다. 혹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데, 적어도 나와 내 주변인은 놀랍게도 타인에 관심이 없다. 우린 우리의 커리어에만 관심있다. 이 다양성의 세상에서 자신의 이름 하나로 먹고사는 세상이 미래엔 더 당연해질 거라 믿는 우리는 오직 그것에만 관심있다. 여기서 표현하는 뒤를 캐고 다닌다의 대상은 타인이 기자의 뒤를 캔다는 거다. 우리는 온오프라인에 노출돼 있고, 연예인도 아닌데 어설프게 신상이 공유돼 있다. 한국에선 매일같이 질렸는데, 여기 와서도 우스운 일이 이어진다. 그 화려하던 기자 페이지들은 다 사라졌고, 이젠 안온함이 남았나 했는데 제대로 조사도 할줄 모르는 정보력을 가진 이들이 아무렇게나 떠든다. 사람은 공부를 해야 하고 세상을 알아야 한다는 걸 그렇지 못한 우물 안 개구리들을 보며 매우 느낀다. 무서울 지경이다. 영화 '이끼'를 본 적은 없지만, 대충 그 개념은 알고 있다. 그런 세상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다. 이젠 그저 우습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당신 뒤를 캐고 있다. 그런 말을 육성으로 몇 번이고 들었는데, 들을 때마다 우습다. 제발 제대로 알아봤으면 좋겠다. 제대로 가지지도 못한 정보력으로 알량한 치들이 꼭 그렇게들 떠드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말해주니 고맙기까지 하다. 뭐 정도의 차이나 사례별로 다를 순 있지만 요란한 놈이 제일 우습다. 뭐 요란한 게 직업이거나 상황상 그래야 하는 치들 말고, 그렇지 않아야 할 때 요란할 걸 말하는 거다. 재밌다. 재밌는 세상이다.
언젠가 모 방송국에 다닐 때, 선배가 무척 화가난 적이 있다. 당시 모 취재처에서 우리 부서 기자들의 입사 시기와 이직처, 소속 변경 등을 다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했는데, 당시 우리 팀장은 그냥 그게 왜 화나냐는 주의였고, 모 선배는 격분했다. 선배는 에이스였는데, 타 부서와도 다툼이 잦았다. 모 신문사에선 매일 13cm 이상의 굽을 신는 모 선배가 우리 부장과 매일 싸웠다. 부장은 부자 선배가 그러고 다니는 게 아니꼽다고 했고, 선배는 부장을 가소로워했다. 이들이 갑자기 생각난 건 이 두 분이 당신 뒤를 캔다는 말을 몇 번이고 들었다면, 아니 광고주가 기자를 상대로 저 위의 일을 자행했다면, 기타 등등 우스운 일들에 대해, 저 두 분이 뭐라고 할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다 필요없고, 나는 요즘 나의 국장과 부장과 선배가 보고 싶다.
나의 후배도 그립다.
그런 요상한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