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팔로 쓰는 앎Arm Aug 02. 2024

도파민이 그리워

사실 요즘의 나는 내가 깨어날까봐 일기를 피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정의, 맞는 것, 옳은 것. 분명히 답을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모르는 척, 아닌 척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보니 정말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깨지 않기 위해 힘썼다. 부조리를 묵과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당장 커리어 전환을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깨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필요한 시간이었다. 달리고 고통스러웠던 끝에 상처투성이로 웅크린 시간. 마냥 웅크리진 않았지만, 과거의 내 기준엔 웅크린 시간이다. 모르는 혹자들은 일중독이라 하지만 정말 웃긴 일이다. 내가 있던 곳에선 다 나만큼은 아니어도 10중의 8은 한다. 하하.


건강을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우습게도 그건 일중독을 통해서다. 한국의 자극적인 언론 환경이 이따금씩 그리웠다. 그게 싫어 떠났는데, 더한 문제들이 기다렸다. 우스웠다. 웃겼다. 자조하는 날들이 부쩍 늘었다. 겨우 이거야? 겨우 이거였나? 이딴 모욕을 견디기 위해 그 많은 걸 버렸나? 10 중에 3만 알며 떠드는 치들을 보면 욕지기가 치밀다가도 웃겼다. 말을 한다는 건 어느 정도 개선의 여기지가 눈곱만큼이라도 보일 때다. 아닐 때는 그냥 말을 삼키고 만다. 우스웠다. 세상이 얌생이 천지라더니. 그렇게나 열심히 살던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아니었다. 세상은 정말 불공평한 곳이지만, 그 불공평함의 폭이 더 넓었다는 걸 깨달았다. 가진 것으로 행복한 사람들, 아니 감사한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백치의 상태로 모순적인 위치를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라곤 가늠하지 못했다. 그 높낮이가 엄청나서 그저 세상이 참 넓구나 하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세상은 참 넓고, 참 불공평하고, 그럼에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렇든 저렇든 나는 늘 아름다운 것을 찾아 탐미했다. 아름다운 것을 예찬하고 끝없이 열린 가능성, 열린 결말을 품을 수만 있다면 되었다. 닫히지 않는 문. 나는 그걸 사랑하고 갈망하며 영원히 가질 것이다. 그걸로 되었다. 별의별 소동이 이어져도 나는 그냥 웃었다. 힘을 주어 총기있게 웃었다기보다 힘빠지는 느낌으로 웃었다. 그러나 적당히 밝았다. 딱 그 정도의 톤. 그거면 되었다. 매일같이 소진되어도 모욕을 느껴도 배신을 당해도 억울한 일을 수도 없이 겪어도 그냥 웃었다. 미친듯 웃을 때도, 바람 빠진 풍선에 빙의하며 웃을 때도 있었다. 그거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혼란, 이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