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재밌다. 언론과 광고를 떼어내기 위해서 투쟁하던 과거를 지나 광고를 하지 않기 위한 부서를 선택한던 시간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노조에서도 활동해보고 광고 기사 안 쓰겠다고 개겨도 봤다. 그게 당연했다. 그게 당연한 세상에 살다 갑자기 온 곳은 요상했다. 광고국이 기자에게 지시를 한다. 광고국이 편집국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군다. 참 신기하다. 기자 생활의 대부분을 광고 기사를 쓰지 않기 위해 투쟁하고 개기고 독자에게만 기대는 정정당당한 부서에서 보냈는데, 그런 걸 생각하는 게 사치도 아닌, 별나라 얘기가 된 세상에 갑자기 똑 떨어졌다.
별의별 모멸감을 느낄 일이 이어져도 어느새 나는 인이 배겨서 그저 단단한 어른이 되어 있었다. 의문은 들었다. 투쟁하던 나를 배신할 순 없는데, 어떡한담.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투쟁을 했다. 참 희안하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그 말이 참 무서웠다. 근데 그 말을 하는 게 재능인 곳이다. 하늘과 땅이 뒤집힌듯 달랐다. 사실 견딜 수 없는 환경이다. 근데 견디는 건 다른 것 덕분이다.
참 신기하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을 준다. 속해 있는 곳을 말하는 게 아니다. 문을 열면 문을 잡아주고 모든 말에 칭찬이 들어가 있고 가능성을 절대 닫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이 온 힘을 다해 응원하는 게 느껴질 정도다. 신기하다. 그 힘으로 모든 게 충전됐다. 한참을 소진되다가도 오직 그 하나로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온갖 곳에 떠보는 인간들이 즐비했다. 1부터 10까지 떠보고, 뒷조사가 습관이며 그걸 숨기지 않는 사람들 틈에서 온잦 욕지기가 차올라도 그냥 내던질 수 있었다. 무조건적인 가능성을 열어주는 다른 세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참 신기하다. 민족성일까. 경향성일까. 알 수 없다. 남 잘 되는 걸 못 보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것 하나만은 분명했다.
그럴수록 나를 지켜야 했다. 온갖 것들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모순적이게도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었다. 사람이란 참 신기한 존재다. 민족성, 환경 그런 게 참 많은 걸 결정한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만 바라보는 걸 아름답다 말해주는 곳에서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 그것 하나뿐이다.
요즘은 일기에 하고 싶은 말도 없었다. 그냥 점점 모든 걸 생략하게 된다. 삶이 충만해서일까, 배가 고파서일까, 정신이 충족돼서일까, 기대를 꺾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덕분일까, 수수께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