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소음에 시달린다. 소음에 둔감한 편인데, 옆 방에서 하루종일 통화하는 소리는 도무지 편해지질 않는다. 소음의 종류가 있다. 그래도 숨을 죽여 통화한다든가 하는 게 아닌 너무나 큰소리로 내 말을 들으라! 하고 아침 5시부터 전화를 하고, 저녁 9시가 되면 또 전화를 한다. 어찌나 싸우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던지. 내가 집에 있지 않는 시간에도 전화를 하겠지. 그건 내가 모를 일이고, 아무튼 내가 있을 땐 저렇다. 내가 밖에 나가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미쳐버렸을 거다. 이사온 첫 날부터 주인집이 저 집에 신신당부를 하더니, 그것도 다른 방에서 옮긴 것 같았는데, 이유를 짐작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좋은 게 좋은 거 주의다보니 그냥 내버려둔다. 내가 집에 있지 않는 시간이 더 긴 덕분인데, 참 대단한다. 하루종일 저렇게 전화하는 사람이 있구나. 처음 알았다. 새로운 인간 군상을 알았네. 럭키비키잖아.
요즘 애들 욕하는 부류를 정말 좋아하지 않았는데, 일부 아이들은 정말 신기하다. 9시 출근이면 9시에 온다. 9시 10분에 오길 부지기수다가 한 소리 듣더니 9시 1분에 오다가 9시에 온다.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고나선 화장실에 간다. 화장실에서 수십분을 있다가 나와 앉는다. 화장실엔 독한 향수 냄새가 가득하다. 앉아서 키보드를 쿵쾅거리고 마우스를 딸깍거린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수습기자 시절, 우리는 오전 5시에 출근해서 전층을 돌며 인사부터 하고, 키보드를 살살치고 마우스를 살살 누르는 훈련(?)을 받았는데 난 그러면서도 이건 당연한 건데 왜 하는 걸까 싶었다. 그래도 신입기자 시절엔 재밌는 다른 일이 많으니 이런 것도 그런 재밌는 일의 일환으로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 와보니 정말 그런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구나 싶다. 금감원에서 신문을 소리내서 본다고 혼나던 동기 언니도 생각난다. 그건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이 아닌 같이 사는 법을 가르치는 거였다. 당연한 건데 왜 가르치던 건가 싶었던 것에 답을 얻어서 럭키비키다. SNL을 보니 물론 과장된 건 있겠지만 요즘 애들은 다 그런가보다 싶어서 위안이 됐다. (물론 안 그런 아이들이 태반이란 걸 안다. 나도 이런 인간군상은 여기 와서 처음 봤다.)
세상엔 운이 너무 좋아서 감사할줄 모르고 역치가 낮아 그저 오만한 사람이 참 많다는 걸 이제야 알아간다. 아무 것도 당연한 게 없다. 다 감사한 것들이다. 저 밖의 세상엔 양아치가 참 많은데, 한 회사에서 세상 모르고 늙어가 온실 속 화초같던 일부 선배들이 종종 생각난다. 그런 걸 보면 안정이란 건 함정이기도 하다. 늘 알았지만, 요즘은 또 다른 의미로 알고 있다. 매일 말 그대로 땀 흘려 노동하다보니 더 그렇다. 야생에서 살아있는 촉을 가지고 있던 선배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아서 한 편으로 또 뿌듯하기도 하다. 그런 부장과 선배들에게 배울 수 있는 행운은 아무나 가질 수 없던 거구나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어떻게든 레거시를 지켜야 한다. 흔들리지 않도록, 일기를 도닥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