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차 한 노인을 만났다. 뭐 이런 일은 많지만 그냥 적어둔다. 대뜸 도와달라던 노인. 밥 한 끼를 대접하고자 했는데 근처 유명식당으로 이끌었다. 그 날 그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건 우리 테이블밖에 없었다. 식사판 메뉴는 보지도 않던 노인은 고가의 고기를 시켜달라고 했다. 시킬 수밖에 없었다. 다 먹지도 못할 만큼의 고기를 주문한 노인은 뷔페에서도 이렇게는 안 먹는다고 여러 번 말하며 오랜 시간동안 쌓인 고기를 다 먹었다. 소화를 못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데도 먹던 노인은 계속해서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하나님 덕분에 오늘 이렇게 많이 먹는다고 했다. 안쓰러운 노인에게 밥 한 끼 대접하겠다는 나의 '오만'은 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돈이 없어서 하루하루 근근이 먹고 사니 소비에 주의하자는 다짐을 몇 번이고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거대한 지출이 나갔다. 갖고 있던 뭘 팔고 해서 메울 수 있었다. 돈은 나가기만 하고 도무지 쌓이질 않는다. 고기를 구워주겠다고 옆에 서서 버티던 조선족 종업원의 목소리는 무례하고 시끄럽고 오만했다. 오랜 시간 식사를 끝내고 팁을 달라고 하며 세금 포함 금액에 택스를 붙여 건네는 그 손은 더 무례했다. 반말을 찍찍 하던 그 목소리도 역겨웠다.
어쩔 수 없지 하고 좋게 모든 걸 끝내고 좋은 마음으로 늦은 밤 집에 돌아왔다. 악몽을 여러 번 꾸다 일어났다.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역겨움이 가시질 않았다. 뭐가 역겨운 걸까. 안쓰러워 보이는 그에게 밥 한 끼 대접하겠다고 그의 집까지 간, 정작 나를 뒤로한 나의 친절인가. 소고기집을 가자고 나를 이끈 노인일까. 다 먹지도 못할 양의 코스를 주문해 당혹스럽게 한 그의 요구인가. 냅킨 하나 내어주지 않으면서도 고압적이고 시끄럽게 굴다가 가증스럽게 말을 걸며 팁을 달라던 그 나이든 서버인가. 역겹지만 그런 일은 많으니 조용히 참으면 또 역겨움도 가실 일이다. 럭키비키 마인드로 나도 오랜만에 고기 먹는다 긍정회로를 돌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젠 몸이 스트레스를 먼저 안다. 이번달도 마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