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누군가 집 밖에서 파이어라 외쳐서 크게 두려워한 적이 있다. 겨우 좀 쉬어보려는데 자정께였을까. 파이어라 소리를 지르고 약간의 웅성거림이 있어 수분간 두려웠다. 나가야 할까 말까.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다. 수십개의 층계를 걸어서 뛰어 내려가며 불이 났냐고 묻는 이들에게 모르니 일단 나가자고 하는데도, 나가는 이 반, 나가지 않는 이 절반이던 경험. 무서웠다. 두려웠고, 가짜 화재경보에 무덤덤한 이들은 더 무서웠다. 그리고 다음 날엔, 밤새도록 한 무리의 사람들이 떠들었다. 밤잠을 설치고 나간 밖엔 화분이 깨져있었다. 소란스러웠지만 아무도 나가보지 않았다.
그대들은 왜 그따위로 사는가... 아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1월 모 파티서 작품 수상 장면을 보고 더욱 관심이 생겨 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예전 개봉 직후 누군가 평에 남겼다는 '그대들은 왜 그따위로 사는가'는 유머섞인 글을 짤막하게 본 적이 있는데, 저 말이 심심찮게 생각나서 피식한다.
위의 헛소리와는 무관하게 난 저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데, 내가 사랑하는 뭔가 잊고 온 기억을 그대로 재현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뒷산, 나만이 알던 추억, 장소, 공간, 향기. 그런 것들. 그리고 성인이 된 후에 수없이 생각한 '돌아가도 그렇게 할 것'이란 가치관의 재현. '그렇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 아름다운 장면 속 환상적 장면과 색감으로 표현되는 그 몽글하지만 아련한, 아릿한 장면들은 짙은 여운을 남겼다. (작품 속 전쟁과 연관된 화자의 비유나 일본식 농담은 이 일기에선 다루지 않는다.)
그냥, 그런 시절이 있다. 어이, 기억할 거야? 초짜는 이래서.... 글쎄, 내 생각엔 아직. 작은 돌이라도 쥐고 있어 다행이다. 큰 돌이 아니라서 또 다행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