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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 쓰는 앎Arm
Oct 11. 2024
아무 일 없는 척 산다. 상처 많은 사람의 장점은 티 안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웬만한 거로는 아프지도 않다.
근데 이제 (한국인의 화법) 큰 단점은 짜증이 난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것들에 짜증이 난다. 배울 기회가 없어 모를 것이 분명한 치들인데, 짜증이 난다. 수백번 누적되니 짜증이 나고 만다. 참고 넘기던 것들이 점점 짜증난다. 솥뚜껑 보고 놀란 자라처럼 많은 것이 자극이 된다. 전신에 침을 맞아본 적 있는가? 아프지 않은데, 의식하면 뭐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만히 숨쉬면 편한데, 의식하면 이따금씩 찔릴까봐 안 해도 될 걱정을 하게 된다. 얼굴 전체에 침을 맞아본 적 있는가? 의식하지 않으면 괜찮은데, 그냥 1초씩 흉이 남겠구나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런 기분이다. 그런 기분이라고밖에 뭐 달리 설명할 말이 없다.
먼지가 날린다. 재채기가 난다. 그렇다고 먼지에 화낼 필요가 있는가?없다. 먼지를 닦아내면 그만인데 사람은 닦아낼 수 없으니 무시하면 그만이다. 무시하면 될 치들은 그저 무시하면 그만인 것이다.
내게 위해를 가할 거라 여겨지는 이들이 있다면 피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렇게 단순화하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 문제를 키우는 치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문제를 정당하게 키우는 것 말고, 그냥 먼지같은 일인데 키우는 치들 말이다. 대개 심심하거나 애정을 갈구하거나 하는 용도로 문제를 키우는 이들이 있다. 혹은 다른 걸 관철시키려고 문제를 만들기 위해 오바하는 이들이 있다. 아주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주절거리는 건 오늘을 버티기 위해서다. 매일의 고통에서 빠져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역겨움 서버가 문제를 해결하라고 알려주듯 2회 정도 장면을 재생한다.
당할 때는 믿기지 않아 기억도 안 나던 행위들이 이제야 선명히 보인다.
아주 무섭다.
아주 위험하다.
그걸 알고 있으니 됐다.
잘 빠져나오면 된다.
그럴 수 있게 나를 잘 먹이고, 잘 지킬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