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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 쓰는 앎Arm
Oct 10. 2024
철저하게 혼자다. 항상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철저하게 혼자다. 평생이 그렇다. 내가 나를 씩씩하게 다시 구해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은 아무리 당해도 도무지 잘 당해낼 자신이 없다. 그 단어도 못 쓰겠다. 단어를 쓰려고 할 때마다 갸우뚱하게 된다. 남이 알아서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들이란 제멋대로여서, 뭐든 도마 위에 올리고 씹기 좋아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내 말 잘 들으면 내가 도와줄게." 수많은 변태들을 만나왔다. 이런 변태들은 일하다가 숨쉬듯 만나게 된다. 학생 때부터 그랬다. 그럼 보통 차단하고 도망가야 한다. 근데 그 대상이 한 학기 내내 수업이 남은 교수라거나 계속 만나야 할 취재원이라거나 동기라거나 선배라거나 사수라거나 혹은 집주인이라거나 한다면 정말 사람 미치게 된다. 정말 별 수 없다. 차단하고 도망가는 수밖에 없다.
이직을 왜 이렇게 많이 했어요?
꾸준히 다녀보지.
중년 남성들 중 이런 질문을 하는 상사가 있으면 속으로 여러 말을 삼킨다. 당신이 이런 삶을 알까? 중년 여성도 마찬가지다. 이런 세계를 절대 모르는 치들이 있다. 그래서 말해서도 안 된다. 피해자를 손가락질하는 게 늘 쉬운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때론 피해자의 정의조차 모호해서 그 피해자라는 걸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벌어진 촌극이겠지만, 정말 나같은 사람은 돌아버린다. 그래서 그냥 조용히 있는다. 조용히 당하고 만다.
마음이 넝마짝이 돼서 더는 버티기가 힘들다.
마음이 어디까지 찢길까?
아마 더 찢어도 살아는 있겠지.
근데 얼마나 더 공허하게 숨만 쉬고 있을까?
아주 긴 잠을 자고 있는 것 같다. 영원히 깰 수 없는, 축축하고 환기 안 되는 먹먹한 공간에 갇혀서, 영원히 저 수면 위의 햇빛을 그리면서.
숨이 턱턱 막힌다. 근데 방법이 없다
돈도 없고 혼자다.
그냥 나는 이 페이지를 찢고 돌아갈 만한 힘이 더 이상 없는 것도 같다.
점점 힘을 잃어간다.
한편으로는 버틸 가치가 있다고 나를 속인다.
이 문장을 쓰면서도 어지러운 걸 보면 아니라는 걸 안다는 증빙이다.
고통스럽다. 그냥 끝없이 고통스럽다.
그냥 고통으로 침잠하는 것만 같다.
그렇다고 시간을 돌려준다면?
돌아가서 빨리 죽겠다.
그러니 돌리고 싶지도 않은 거다.
뭐 어쩌자는 건지 키를 잃고 고민에 빠져서는 허우적댄다.
한없이 두렵기만 하다.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