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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 쓰는 앎Arm
Oct 12. 2024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끊임없이 의구심이 든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사는 게 너무나 익숙했기에 지금의 치열함은 성에 차질 않는 모양이다. 동료가 없기 때문일까. 내가 잘 나아가고 있다는 지표가 되어주던 이가 없는 이 기분. 독자들도 그립고 청자들도 그립다. 외딴섬에 갇혀서 활자들을 찍어 밖으로 보내는 기분이다. 누가 봐줄지 모를, 작은 배에 글을 넣어서 바다로 보내는 기분이 든다. 등대엔 낡고 이가 빠진 나무 책상이 있고, 삐그덕대는 노란 조명이 흔들린다. 그 아래서 언제 물이 들이차 꺼지지 모를 곳에 갇혀서 그저 축축한 이 곳에서 썩어가는 기분이다.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싶을 때마다 남의 발목 잡는 이들이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발목을 잡고, 자기보다 잘 될까봐, 자기가 못하던 걸 해낼까봐, 발목을 잡고 끝없이 늘어진다.
부장과 국장이 그립다. 선배들도 그립다. 모든 걸 부정당하는 이 곳에서 나는 그냥 땅속으로 계속에 침잠하는 기분이 든다. 아울러 젊어보이는 용모 덕인지 탓인지 별의별 미친놈이 꼬인다. 역겨운 것들. 남의 일이었다면 당장 위로했을 일들이 내게 일어나면 그냥 별일 아닌게 된다. 매일 매일 고통스럽지만 그게 습관이 돼서 그냥 그렇게 있다. 어딜 가나 좋은 사람들만 꼬였던 게 어제 일만 같다. 이제 오지 않을 일처럼 슬프게 느껴진다. 아득하다. 악인들의 섬에서, 밟으면 밟히라고 요구받는다. 해외 나가면 한국인부터 조심하라고 했지. 그 말이 맞다. 한국인 특유의 감정적임은 뭐든 그르친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정말 그런 치들이 많다.
그래서 곁의 좋았던 이들이 그리운 걸 거다.
반응은 내가 택하는 거다.
문제를 키우고 불쌍한 척하는 이들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그렇다.
자꾸 좋은 걸 끌어당기던 나의 진동수를 다시 불러오려 한다.
사방에 적이 가득하다.
적이 가득해도 이만큼 살아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