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신규 교사가 된 후부터 올해로 1n번째 맞는 스승의 날이지만, 그동안 차츰 그 의미가 퇴색되어 이제는 스승이라는 단어조차 어색한 날이 된 듯하다. 머릿속으로 진부한 얘기들이 많이 스쳐가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글을 써보려 한다.
2년 넘게 폴댄스를 배우며 운동일기장으로 꾸준히 운영해 온 내 SNS 운동 계정을 보며 주변 지인들은 그동안 걱정 섞인 말들을 하곤 했다.
“교사가 폴댄스하는 거 학부모가 알면 안 되지 않아?”,
“너 운동계정에 교사인 거는 절대 티 내면 안 되겠네.”
걱정 어린 시선과 우려 반, 그리고 나 스스로의 신념 반으로 운동계정에는 교사라는 걸 전혀 티 내지 않았고, ‘운동하는 직장인’ 정도로 해시태그를 달았다.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지 궁금한 팔로워 중 가끔 dm으로 묻는 분들도 계셨지만, 교사인걸 숨기곤 했다.
하루는 폴댄스 수업을 듣고 나서 눈바디를 위해 운동 직후 전신거울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폴댄스 원장님이 물어보셨다. “그런 거 인스타에 올리면 요즘 학부모님들이 민원 들어오죠?”
하지만 왜?…
교사는 폴댄스도 하면 안 되나?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가듯 폴웨어를 입고 폴댄스를 하고, 취미이자 운동을 즐기는 건데
왜 교사들은 취미 생활조차 학부모님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할까?
아직은 운동계정이 크지 않아서인지 내가 운동계정을 운영하는 줄 알게 된 학생이나 학부모님들이 없다.
그래서 폴댄스를 하고, 운동계정 운영한다는 걸 꽁꽁 숨기는 건,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누적된 내 경험치에 의한 나의 방어기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날 움추러들게 만든 13년간의 수많은 내 경험치들이 여전히 시선을 신경 쓰게 한다.
교사도 주중 근무시간에 감정노동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진하고 어딘 가로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발산시키며 건강해질 취미 생활이 필요하다.
교사라는 틀에 옭아 메여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두기보단 건강한 라이프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낸 나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우리 반 아이들을 사랑하며 아껴줄 수 있다고 믿는다.
올해는 조금은 덜 눈치 보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내 건강 라이프에 임해보려 한다.
언젠가는 교사들도 바디프로필을 당당하게 공개해도 다들 멋지다고 말해주는 날이 오길 간절히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