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06 매일 쓰고 싶은 마음
타고난 게 계획형 걱정인형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 해야 할 일들을 확인한다. 동시에 완성될 때까지 걱정한다. 일종의 오랜 삶의 습관이었다. 꽤 정갈하고 정돈된 사람이라는 평판을 받지만 내면은 어지럽고 쉴 새 없이 분주하다. 일상의 안정감을 위해서 하는 계획인데 한 인간의 내면이 그렇지 않다면 계획이 무슨 의미인가. 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현재를 걱정으로 채우려 하는지. 글을 쓰면서 행간의 걱정과 후회를 보며 각성했다. 과거와 미래 어딘가에서 어정쩡하게 살고 있는 것을. 글은 현실을 살게 한다. 지금을 직면하며 살게 한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 편안했나 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어렵고 싫었나 보다. 글은 지금에 머물며 상황과 나를 관찰하게 한다. 글로 풀어내면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숨겨진 나의 진심을 알아차릴 수 있다. 나아가 그 순간 나와 함께 한 이들의 마음을 더 헤아려 볼 수 있게 한다.
경험은 뇌까지 전달되면서 왜곡된다. 이미 내 생각과 판단이 덮여 버려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운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의 ABC 이론에 따르면 감정은 사건에서 직접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에 따른다고 한다. Activation(사건, 발생), Belief(사고방식, 신념), Consequence(결과, 걸론) 일 때, A-> C로 사건 그 자체가 결론이 아니라 A->B->C로 사건은 사고방식을 거쳐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나의 상태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내게 있어 글은 상황 속에서의 나 자신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작업이었다.
글의 유익을 알고 쓰려 하지만 글 쓰는 것이 그리 간단한 건 아니다. 어떤 날은 계속 백스페이스만 누르다가 보낸 시간에 지쳐버리고 어떤 날은 글 쓸 시간과 마음의 공간조차도 허락지 않아서 짐이 된다. (사실 이때가 기록하기 좋은 때라는 걸 조금 인지하긴 한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는데도 시간의 축척은 힘든데 이제 시작하는 글쓰기에 어떤 완성된 상태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다. 글 쓰기가 어렵다는 건 디폴트다. 편안하게 다가가는 시간과 공간에 글이 있기를 바란다. 찰나, 5분, 10분이라도 기록하는 마음이 글쓰기가 된다. 요즘 'feel free'란 표현에 꽂혀 있다. '편하게, 언제든, 부담 갖지 말고' 글을 써 보라고 나에게 말한다. 글 쓰는 것을 계속 좋아하고 싶어서, 좋아하는 것을 매일 지속하고 싶어서, 매일 쓰고 싶은 마음을 오늘도 잇는다.
*우에키리에 (2025) <<속 편한 심리학>>, 생각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