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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에이드 Feb 28. 2024

쇼펜하우어에게서 듣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고

쇼펜하우어 이 분은 누구길래 이 시기 이 나라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인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하석진이 차에서 읽고 있는 모습이 방송된 적이 있다. 함께 보던 패널인 전현무 아나운서도 요즘 빠져 있는 책이라고 다른 젊은 패널들에게 너희들도 나이 들면 쇼펜하우어에 빠질 거라고 말한다. 안 그래도 인기 있었는데 매체를 타서 기름이 부어졌다. 이번주는 푸바오에게 밀렸지만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와 2월 (그전부터) 베스트셀러 1,2위를 줄곧 차지하고 있었다.


다음 베스트셀러 검색 (2월 28일)


철학은 관심이 없고 배경지식도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시험을 위해 외웠던 이름과 사상의 매칭정도이다. 그때 쇼펜하우어를 배웠나도 싶은 이 낯선 철학가는 무엇을 말했고 작가는 어떻게 적용하고 있을까. 어쩌면 철학가보다 '마흔'이라는 키워드가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마흔이라는 경험치로 이해하는 깊이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자극에 대한 갈망이라고나 할까.



쇼펜하우어 그는 누구인가?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독일 연방 시절의 철학자. 부유한 상인 아버지와 소설가 어머니 사이에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책에서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주식을 물려받아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서 평생 돈 걱정 없이 당당하게 철학 공부와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려서 상인인 아버지가 프랑스, 여러 유럽도시, 영국을 돌아다니면서 언어와 일종의 상인 실습을 시켰지만 쇼펜하우어는 사업가가 될 생각이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상인 실습을 그만두고 사색과 철학, 그리스어, 라틴어, 의학, 철학을 공부했다. 어머니는 철학자가 되는 것을 말렸지만 그는 플라톤, 칸트, 베이컨, 존 록크등을 본격적으로 탐구했다. 학교의 천박한 강의보다 위인들의 작품이 더 의미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후에 헤겔과 극명한 대립 하면서 쇼펜하우어는 철학을 강의하는 것 자체가 부적합하며 교수 파벌을 증오했다. (보통 성격이 아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색과 사유하며 살았으며 언어 재능이 탁월했다. 영국인들조차 쇼펜하우어가 영어를 너무 잘해서 영국인줄 알았다고 한다. 45세 즈음 프랑크푸르트에 완전히 정착하며 필요한 일 아니면 집을 나서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이때부터 그의 저서가 관심받고 알려졌다. 72세에 폐렴을 앓고 자택에서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사망했다.

<나무위키 정리>



휴. 괜히 나무위키에 들어갔다. 시대 상도 복잡하고 사람 자체도 복잡하다. 철학 사조와 저서들은 더 복잡해서 굳이 정리할 만큼 그에게 관심이 없다. 다만 어떤 인물이 사유하고 철학에 골몰하고 열광하게 된 계기, 교수 강단에서 자기의 것을 (뒤도 안 돌아보고) 고수하는 그의 자라온 배경이 궁금했다. 사업하라고 언어를 배우게 했는데 그 언어 실력으로 철학을 맘껏 공부하고 번역서를 낸 것도 눈이 갔다. 그의 책에 관심 있다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보면 된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1장 마흔, 왜 인생이 괴로운가

2장 왜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하는가 

3장 무엇으로 내면을 채워야 하는가

4장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가 

5장 어디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가 


읽고 싶어지는 목차이긴 하다. 특별히 인생의 40대에 (잠시 앉아서) 만나게 되는 질문들에 사유해 보고 쇼펜하우어의 사유를 들어보는 것이 꽤 괜찮았다. 쇼펜하우어도 자신의 생각을 찾고 귀기울임을 누차 강조했지 다른 사람의 생각의 무조건 수용은 극혐 했다. 사람은 다 다르고 나를 아는 건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생은 고통이다. -쇼펜하우어의 행복론

진짜 행복은 허상과 같아서 찾기가 어렵다. 무게 중심을 자기 밖에서 자기 안으로 옮겨야 하며 자신이 무너지고 깨지고 부서지기 때문에 괴로울 것이다. 그런데 진짜 행복을 좇으면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 타인에게 비굴하지 않고 기죽지 않는 당당함, 스스로의 힘으로 살 수 있는 품격이다. (11)
 


쇼펜하우어의 시선은 자기 자신 안에 있다. 그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고통이 없는 상태이다. 사람은 고통에는 민감하면서 쾌락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어떤 환상과 쾌락보다는 결핍, 질병, 위험등의 실제로 일어나는 아픔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이 행복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덜 불행하게 살 수 있는 용기가 있고, 고통을 그럭저럭 견뎌 내면서 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이다. 따라서 지금 고통이 없다면 지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누리는 셈이다. 쾌락을 적극적으로 추구할 것이 아니라 고통을 줄여 나가는 것이 행복을 위한 일이다. (59,60)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선택이다. 행복은 자기의 탁월함을 발견하고 최대치로 발휘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자기가 잘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그러한 것들이 불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누구나 타고난 욕망과 능력이 무엇인지 오랜 성찰을 통해 찾아낸 다음, 그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일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 된다. 행복이란 자신의 개성과 소질에 맞도록 노력함으로써 다다를 수 있는 만족감이다. (75)  




마음의 안정 없이는 행복할 수 없다.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하라. 중요한 점은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질투심을 갖지 말아야 하며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다. 무료함을 야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될 수 있는 관계를 단순화하고 생활 방식을 극히 단조롭게 해야 행복해진다. 질투를 경계하라. 질투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자신의 것을 남의 것과 비교하지 말고 즐기자. 큰 희망을 걸지 마라. 우리는 우주의 먼지와 같은 존재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서 존재하는 일에 감사해야 한다. 세상에는 거짓이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109-111)


행복한 순간은 너무나 짧다. 한국인의 일생이 80년일 때, 평생 웃는 시간은 1달, 즉 하루 90초라고 한다. 반면 걱정하고 근심하는 시간은 10년, 하루 3시간이라는 연구가 있다. 

행복이란 많은 경우 결핍에서 충족으로 넘어가는 짧은 순간이라고 말한다. 영원한 행복이란 존재할 수 없다. 인생의 큰 틀에서 보면 대부분 작은 것에서 행복이 이루어진다. 행복은 빨리 잊힌다. 또 다른 결핍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94-195)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사유의 힘 - 독서와 글쓰기 


먹는 것이 육체가 되고 읽은 것이 정신이 되어 현재의 자신이 된다. (129)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힘을 기르는 독서는 스스로 사유하는 사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 필요하다. 여기서 남들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닌 자신의 독자적인 사고로의 독서가 중요하다. 


글쓰기는 자신의 사유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글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글로써 내용뿐만 아니라 문체도 간결함과 명료함을 갖춰야 한다. (137) 

글은 소재보다 표현력이다. 가치 있는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글쓰기가 진정성이 있다. 요즘같이 글이 돈을 버는 시대에도 진솔한 가치에 대한 성찰은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을 얻게 된다. 




그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사유를 다 지지하지 않고 왜 그럴까 궁금한 부분도 많다. 그럼에도 (일부) 그의 시각은 지금 한국 사회에 치우쳐 있는 행복과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염세주의자라고 알고 있던 그를 만나보니 지극히 자신의 삶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던 1인이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는 픽사베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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